KT-1 기본훈련기와 KO -1 저속통제기에 적용되는 유압 계통의 부품 중에 동력 패키지라는 것이 있다. 이 동력 패키지는 자동 러더 트림 장치(ARTS)와 함께 저속통제기 사업이 진행되면서 연구진이 국내 기술로 새롭게 개발해야 하는 대표적인 과제로 손꼽힌다.

동력 패키지는 KT-1 개발 당시 국내의 부족한 기술력으로 인해 영국의 항공기 유압 부품 업체로부터 국산화를 위한 기술 도입을 추진했으나 다른 유압 부품과 달리 핵심 기술이라고 해 기술 이전 자체가 불가능했다.

동력 패키지의 경우 고난도의 종합적인 설계 기술은 물론 정밀 가공과 시험평가 기술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해외 선진 업체와 기술 협력을 통해서만 겨우 가능한 분야였다. 때문에 개발 착수에 앞서 연구진은 ‘과연 국내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고 그만큼 이 분야의 국산화는 하나의 큰 도전이었다.

㈜한화와 공동으로 연구 개발에 착수한 항공기체계부 2팀은 우선 기존 KT-1에 장착된 도입 동력 패키지에 대한 상세 분석, 해외 유사 제품의 장단점 분석, KT-1을 운용하면서 발생한 문제점과 개선 사항 분석 등을 수행하며 저속통제기에 맞는 개발 규격을 도출했다.

작동 회로와 부품들이 복잡하게 얽힌 동력 패기지의 특성상 기본 설계와 상세 설계 단계에서 수 차례에 걸쳐 설계 수정이 이뤄졌고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투입됐다. 더욱이 이 분야의 경험이 없는 설계 담당 연구원은 동력 패키지를 제작·운용하는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하느라 무척 애먹을 수밖에 없었다.

제작에 들어가려 하자 구성 부품 가운데 국내 조달이 안 되는 것이 적지 않았고 항공기용 부품들은 일반 기계 가공품과 달리 경량화를 요구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금 절감해야 했다. 또 제품의 형상이 복잡하고 정밀 가공 능력이 뒤따라야 했기에 불량품이 많이 발생했다.

“여러 번 제작을 반복하면서 공정을 완성했는데 이런 설계와 제작 과정이 어렵다 해도 어려운 것이 아니죠. 정작 어려운 것이 성능시험과 평가거든요. 시험평가(기술)는 설계·해석 기술과 함께 제품 생산의 3대 주요 분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유압 부품의 경우 다른 분야와 달리 국내 순수 기술로 단독 개발돼 성능 등에 대해 인증시험을 거친 제품이 거의 없는 상태였습니다.”(이기두 연구원)

많은 부품·제품이 실제 항공기에 장착·운용되기 위해서는 각기 성능시험은 물론 고온·저온·습도·고도·염수 분무·가속도·진동·충격 등의 극한 조건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환경시험과 제품 수명의 보증을 위한 내구성 피로시험을 거쳐야 한다.

동력 패키지의 경우 내구성 피로시험을 총 21만 회의 작동 사이클에 대해 실시했다. 한 번의 사이클 시간이 15초 이상이므로 21만 사이클이라면 24시간을 쉬지 않고 가동해도 한 달 반 이상이 필요하고, 중간 중간에 갖는 이상 점검과 성능 확인을 위한 시간까지 포함하면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 피로시험을 절반 정도 진행한 2001년 1월 동력 패키지의 저장조를 막는 엔드캡(end cap) 부위에서 미세한 금(crack)이 발생했다. 설계할 때 각 부분에 대한 구조 해석을 실시한 연구팀으로서는 무척 당혹스러웠다.

“개발 종료 요구 시점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발생한 일이고 단순히 결함 부위를 보강하는 것은 부품 경량화에 위반이라 그렇게 할 수는 없고. 결함 부위를 재설계·재해석·재제작한 뒤에 시험까지 마친다는 것이 아득했습니다만 그 과정을 모두 다시 수행하는 데 꼬박 6개월이 걸렸습니다.”(박광수 연구원)

인증을 위한 시험 중 마지막으로 실시된 것은 국내에서 실시된 적이 없는 파열 압력시험. 운용 압력 210바(1bar=3000psi)의 2.5배인 525바를 제품에 가하는 것으로 약 530kg의 하중이 1평방cm에 가해진다.

성인 남성이 엄지손가락으로 발생시키는 압력은 평균적으로 0.3바 정도임을 볼 때 이는 실로 어마어마한 힘이다. 최고 압력에 이를 때 일부 연구원은 일순 움찔 겁먹을 정도였다.

연구팀은 지상 인증시험을 끝내고 동력 패키지 시제품을 공군3훈련비행단으로 가져갔다.

KT-1에서 해외 도입 동력 패키지를 떼어 내고 개발한 시제품을 새로 장착, 항공기 지상 운용 시험과 시험 비행을 잇따라 실시했다. 정비사들로부터 정비성·안정성 면에서 KT-1의 특성에 보다 적합한 제품임을 확인받았음은 물론이다.

“국산화 성공은 제품의 안정적인 공급과 외화 절감으로 이어지지만 무엇보다 향후 진행될 각종 항공기 개발 사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에 더 큰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이수용 팀장)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