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체계는 날씨와 지형 등 환경에서 운용상 어떤 영향을 받는가를 시험해야 한다. 이를 환경시험(environmental test)이라고 한다. 저속통제기는 기온이 가장 높은 시기와 낮은 시기에 환경시험을 가졌다.

여름 동안 서산 기지에서 항공기를 72시간 동안 실외에 노출시킨 후 항공기의 모든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가를 점검했다. 겨울에는 비교적 북부 지역에 위치한 원주 기지에서 실시했다. 역시 72시간 동안 노출시킨 가운데 항공기에 물을 뿌려 꽁꽁 얼려 가동해 보는 등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가혹한 시험을 수행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전문 환경시험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어 앞으로는 이 분야의 전문성 제고는 물론 시험평가 중 항공기를 이 기지 저 저기로 옮겨 시험을 수행하는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야시조명계통(NVIS ： Night Vision Imaging System)은 야간에 달빛과 별빛 등이 지상에서 반사되는 미세한 빛을 수만 배로 확대, 물체를 확인하는 야간투시경(NVG ： Night Vision Goggle)을 통해 조종사가 비행 중 항공기 외부의 지형과 물체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

선진국들은 항공 작전 역시 야간에 이뤄지는 횟수가 증가하고 중요성도 높아지자 1990년대부터 NVIS를 적극 도입해 왔다. 이를 통해 조종사가 항공기 외부의 지형과 물체를 식별·인지할 수 있어 입체적인 야간 특수 비행, 적지에서의 근접 항공 지원, 저고도 침투와 조종사의 심리적 불안 해소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공군도 90년대 후반부터 시범적으로 이 체계를 도입하기 위해 일부 전투기·수송기에 선별적으로 장착하는 개조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야간에 조종실 내부의 각종 계기와 제어 장비에서 방사되는 빛이 NVG에 적합하도록 항공기 내외부 조명을 수정해야 하는 등의 전문 기술이 축적되지 않은 상태. 더군다나 이 분야의 기술은 선진국이 기술 이전을 기피하는 핵심 기술 중 하나로 공군의 항공기 개조는 전적으로 해외 전문 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공군은 NVIS를 군용 항공기 조명 계통의 필수 조건으로 정의하면서 저속통제기에 탑재할 것을 요구했다. 연구팀도 이 요구에 적극 부응, NVIS 개발과 시험평가 체계 구축을 목표로 국내 독자 개발에 착수했다.

임무를 맡은 곳은 3체계개발본부 항공기체계부 2팀. 이미 NVIS의 원리에 대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저속통제기에 적용해야 할 개발요구도를 정립, 전체 시스템 중 디캘 패널 등 구성품의 40%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었으며 시험평가에 필요한 장비 조사 등의 업무를 진행한 상태였다.

연구팀은 개발 계획을 수립하면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분야인만큼 우선 해외 전문 업체를 방문해 볼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 99년 11월 미국 텍사스 주에 위치한 아파치 엔터프라이즈사를 방문했다.

“어떻게 하고 있는지 직접 눈으로 하나하나 보면서 배웠습니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고 사전 연구를 진행하면서 이해가 잘 되지 않고 의문점으로 남아 있던 사항들을 많이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권종광 연구원)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 방문을 통해 연구팀은 재차 개발요구도 확정, 시험평가 기법 수립, 개발 부품 구성도, NVIS 안전 운용을 위한 중요 고려 요소 등을 습득함으로써 독자 개발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귀국 후 개발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된 편은 아니었다. 국내 개발품이 계속 규격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