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통제기 05호기의 성능과 안정성이 비행시험을 통해 확인되면서 연구진은 로켓 발사관 등 외부 장착물의 투하시험 일정을 구체화해 나갔다.

투하시험할 장소는 투하물이 인명과 재산 피해를 주지 않는 지역이어야 했다. 이런 전제 아래 연구팀은 항공기 이륙 기지인 충남 서산 지역과 거리가 가까워야 하는 여건을 고려해 안흥시험장의 앞바다를 적절한 장소로 판단했다.

하지만 유도탄·포탄 등 각종 무기 체계의 시험을 수행해 온 안흥시험장 입장에서는 이 지역의 어민 입장도 고려해야 했다. 시험 안전 통제 담당관은 어민들에 대한 해상 통제 등 저속통제기의 투하시험을 실시할 때 예상되는 여러 가지 문제를 점검했다. 이 가운데 특히 로켓 발사관과 외부 연료 탱크 등의 투하물을 수거하지 않으면 시험을 허용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05호기가 바다에 떨어뜨린 투하물을 회수하는 일은 시험 계획상 고려되지 않았던 항목. 연구진은 긴급히 투하물 회수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급히 수거 업무가 가능한 잠수 요원과 선박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를 수소문해 계약을 마쳤습니다. 그 정도면 수거 준비가 다 됐다고 생각하고 시험장 사용 허가를 받아냈습니다만 수거하는 일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습니다.”(이수용 팀장)

연구팀은 이제 투하시험을 위한 사전 안전 검토 회의를 가졌다. 위험이 가장 많이 수반되는 비행시험인 만큼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 중 하나였다. 시험 관련 기술적인 제반 사항과 비행 관련 안전 사항들이 집중적으로 검토되고 여기서 미흡한 점이 지적되면 사전에 모두 해결해야만 비행이 가능한 것이었다.

투하 시스템의 지상시험 결과가 다시 검토되고 투하시 사출 장치에서 발생하는 가스의 반발력에 의한 구조 강조 안정성, 투하 이후의 항공기 무게 중심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비행 상태 변화에 대한 조종사의 조종 대비책, 1차 투하 스위치 조작 후 투하 불발시의 대처 방안, 특히 외부 장착물 투하시 투하 궤적 시뮬레이션을 통한 분리 안정성 해석 결과, 분리 장면의 동영상 설명 등과 같은 기술적 문제에 대한 분야별 시험 준비 상태가 종합적으로 다뤄졌다.

2002년 7월9일, 드디어 첫 투하시험이 진행될 날이 밝았다. 새벽부터 시험기인 05호기와 시험 상황을 추적할 04호기의 기체에 대한 점검, 특히 투하될 모의 로켓 발사관의 장착 상태와 투하 시스템의 철저한 재점검이 이뤄졌다.

항공기 이륙 시간이 오전 11시30분으로 결정되고 투하 지점에 파견될 요원들의 이동 시간을 고려해 오전 8시에 시험 브리핑이 실시됐다. 전날 시험 시나리오에 따라 투하 지점까지 예행 연습 비행을 실시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시험 항공기 05호기의 장창열·오재일 소령, 추적기 04호기의 정근화·온용섭 소령은 시험 계획과 기상 상황을 발표했다.

첫 투하인 점을 감안, 시험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시험 속도 중 가장 낮은 시속 130kt에서 모의 로켓탄을 장착한 로켓 발사관을 투하키로 했다. 또 안전성 확인을 위해 이 투하 장면을 초당 200장을 찍을 수 있는 고속 카메라로 촬영하며, 추적기에서는 최신 비디오 카메라로 시험과 투하 장면을 통제실에 실시간으로 전송해 요원들이 진행 상황을 알 수 있도록 준비 완료했음을 확인했다. 또 투하 지점의 날씨가 맑고 바람이 없으며 약간의 해무(海霧)가 끼었으나 시험에는 지장이 없는 정도임을 체크했다.

이렇듯 비행 브리핑을 통해 시험 요원들이 준비 상황과 각자의 임무를 다시 확인하는 가운데 투하 지점인 안흥시험장에서도 연락팀과 투하물 수거팀이 현장에 도착, 시험 해역에 어민이 없음을 확인하는 등 시험 준비가 완료됐음을 시험통제실에 통보하고 항공기가 상공에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