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통제기의 개발 단계로 볼 때 항공기의 무장 장착과 발사 시험은 다른 비행 시험이 완료된 이후에 가능했다. 그만큼 많은 위험인자를 안고 있기 때문인데 이런 이유로 전체 사업 기간 중 마지막 단계에서 수행되는 무장 발사 시험은 개발 일정상 반복적인 시행착오를 허용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렇게 빠듯한 일정 속에 처음 시도하는 무장 사격 시험이 주는 부담감, 극히 한정된 탄도 자료가 연구원들을 어렵게 만들었다. 특히 사격을 위해 항공기가 진입할 수 있는 조건, 즉 정확성 있는 조준각 설정, 사격 후 고도 손실에 의한 지면과의 충돌 방지 또는 실무장 파편으로부터의 회피 기동 정보 등을 마련하는 일은 인내와의 싸움이다시피했다.

국내 타 항공기의 사격 교범을 먼저 분석하고 난 뒤 항공기의 비행 자료와 로켓에 대한 사격 제원 자료를 추출하는 것이 우선 밟아야 하는 코스. 이후 탄 궤적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이용, 컴퓨터상에서 가상의 사격 시험을 수행하며 답을 찾아 나갔다.

“로켓의 공대지 비행 변수에 대한 경험적인 관계식(式)을 찾는 일은 솔직히 지루하고 때로는 짜증스러웠습니다. 단 몇 줄뿐인 답인데 사격 조건을 달리해 가며 몇 달간의 반복 계산 작업을 해야 했으니까요. 그렇게 원하는 결과를 겨우 얻어 냈습니다.”(김용빈 연구원)

로켓 발사 시험이 국내 개발기로서는 처음으로 시도하는 시험인 만큼 시험 진행 과정에서의 안전 문제에 대한 준비도 철저히 갖춰야 했다. 발사 통제 장비의 신뢰성 확인을 위한 지상에서의 사전 로켓 발사 시험을 비롯해 로켓의 궤적을 정확히 예측하는 프로그램 개발, 로켓 취급 자격 보유자의 확보와 교육, 발사 시험장 선정과 계측 준비 등 나름대로 준비를 철저히 해 왔다.

안전에 관해서는 공군 고위층의 관심도 지대했다. 연구팀은 시험에 관련한 공군 부서들에 대해 전체적인 시험 계획과 준비 상태를 소개하는 설명회를 가졌지만 공군에서는 완벽한 시험 준비가 이루어졌는지 현장 점검을 한 후 시험에 착수하라는 지시도 내려졌다.

이에 따라 공군 시험 관리 부서와 안전 담당 부서가 현장을 방문해 시험 절차와 비상시 대처 방안, 로켓 취급 안전, 시험 조종사의 사전 교육과 준비 상태 등을 진단한 뒤 준비 기간을 추가해 미비점을 보완했다. 그런데 시험 준비 단계에서 어려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저속통제기의 무장 사격을 위한 비행 발사 시험은 공군 ○○사격장에서 이뤄질 예정이었다.

이곳은 항공기 무장을 개발하는 시험장이 아니라 조종사의 공대지 사격 기량을 향상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용되는 사격장. 시험 예정일인 2002년 9월을 앞두고 다른 공군 사격장 근처에서 무장과 관련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로켓을 장착한 저속통제기의 사격장 접근이 쉽게 허용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격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저속통제기의 무장 운용 상태와 안전 조건이 공군의 다른 항공기와 같은 수준이 돼야 한다는 점이 새롭게 요구됐다.

무장 항공기를 개발하면서도 공대지 무장 시험용 사격장을 자체적으로 보유하지 못한 까닭에 시험 준비 단계부터 어려움이 부가된 것이었다.

공군의 요구는 ○○사격장 근처의 무인도에 로켓을 발사해 탄착점이 안정되게 형성되는지를 확인하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기술적인 탄도 자료뿐만 아니라 안전 자료까지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뜻했다. 시험 조종사와 자료를 준비하는 연구원들은 초긴장 상태가 됐다.

첫 발사 시험에 쓰일 2.75인치 로켓은 불활성 탄두를 쓰기 때문에 최악의 위험성은 없었고, 더욱이 연구원 입장에서는 발사 후 로켓이 잘못된 방향으로 날아가지나 않을까 하는 그런 잘못된 상황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안전 장치에 더해진 안전 보조 장치, 조종사의 침착함, 연구원들의 세심함 등으로 인해 그 같은 노파심은 기우에 불과한 것이었다.

연구팀은 공군과 협의 아래 초도 발사 시험 날짜를 정하곤 했지만 기상 악화로 매번 무산됐다. 한 번은 사격이 가능한 좋은 날씨였지만 낚시꾼들이 안전 요원들의 통제를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사격장(무인도)으로 들어가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저고도로 선회하는 항공기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기도 했는데 아마도 마치 자신들을 위한 비행 쇼라도 하는 양 생각한 모양이었다. 이날 사격 시험은 물론 취소됐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