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944년 수상함을 공격하는 최신형 어뢰로 제너럴 일렉트릭사를 통해 Mk 35 어뢰까지 개발(1949년부터 미 해군 보급)한 상태였으나 잠수함을 잡을 수 있는 어뢰는 등장하지 않았다. 그것은 미국과 주로 해전을 벌인 일본의 잠수함 전력과 활용이 미약했던 데 한 원인이 있다.

잠수함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대잠수함용 어뢰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잠수함용 어뢰가 등장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였다. 잠수함이 등장한 초기에는 연안으로 접근해 오는 잠수함에 대응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어망(漁網)을 사용한 적도 있지만 제1차 세계대전 때부터 폭뢰(爆雷·depth charge)가 등장했다.

중량 100kg 내외의 드럼형 폭탄으로 폭약과 기폭 장치 등을 내장한 폭뢰는 수상 함정 또는 항공기에 투하되면 자체 중량으로 가라앉다가 일정한 깊이에서 수압에 의해 기폭 장치가 작동, 폭발하게 되며 이때의 폭발 압력으로 근처의 잠수함을 손상·파괴하게 된다.

폭뢰가 잠수함에 매우 위협적인 공격 수단이기는 했지만 잠수함의 위치를 먼저 탐지해 공격하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잠수함을 찾기 위해서는 이미 15세기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튜브 막대기를 물에 꽂고 귀로 들으면 먼 거리에서 항해하는 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했듯이 잠수함이 물속에서 내는 소리를 포착할 수 있어야 했다.

바다 속 소리(음향)를 탐지하는 방법은 1827년 전등 불빛과 수중 종소리의 시간차로 수중 음파 속도를 측정한 것을 시초로 1918년 프랑스의 랑게빈이 자신이 고안한 트랜스듀서와 진공관 증폭기를 이용, 1500m 떨어진 잠수함을 탐지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비로소 소나(SONAR：Sound Navigation and Ranging)라고 불리는 음향 탐지 장비가 개발돼 수상함에서의 잠수함 탐지 등에 쓰이기는 했으나 이를 곧바로 활용한 어뢰가 등장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이는 수중에서의 음파 전달이 수심과 수온, 해저 상태에 크게 영향을 받는 등 대기 상태에서와는 사뭇 달라 연구개발 진척이 더뎠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난 뒤 전자공학의 급속한 발달에 힘입어 수상함의 예인형 소나 또는 항공기의 디핑 소나가 이용되면서 수상함·항공기에서 발사해 잠수함을 잡는 어뢰가 등장했다.

그 시초는 미국의 Mk 43. 시속 15노트의 속도에 바다 속을 나선형으로 항주하며 능동 호밍 방식, 즉 어뢰에 부착한 음향 탐지기로 음파를 발생시킨 뒤 이 음파가 물체에 부딪쳐 되돌아오는 신호를 포착, 물체를 식별한 후 그 음파를 따라 공격하는 어뢰였다.

이 같은 어뢰의 등장으로 어뢰는 잠수함에 탑재, 수상함을 공격하는 중(重·heavyweight) 어뢰, 수상함·항공기에서 발사하는 경(輕·ligh-weight) 어뢰로 구분되기 시작했다. 중어뢰는 중량 1∼1.5톤, 지름 533∼650㎜, 길이 6∼7m 정도의 어뢰로서 상대적으로 중량 300㎏, 지름 324㎜, 길이 3m 이내의 경어뢰보다 크고 무거우며 장사정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1956년 보다 현대적인 경어뢰 Mk 44를 내놓았다. 이것이 대수상함용 중어뢰 Mk 37과 함께 70년대까지 가장 많이 쓰인 경어뢰로서 70년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핵심 연구 대상 품목으로 도전하는 어뢰의 모델이 됐다.

경어뢰는 이후 그보다 멀리 있는 잠수함을 공격하는 대잠 로켓으로 활용도가 넓어진다. 어뢰를 로켓으로 잠수함이 있음직한 바다의 상공까지 비행·잠수시킨 후 잠수함을 추적, 공격하는 것으로 미국이 62년 RUR-5 아스록(ASROC)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어뢰가 발전을 거듭하게 된 계기는 고속·심해 항해, 저소음의 높은 기동성을 갖춘 원자력 잠수함의 등장이다. 어뢰는 더 멀리서 잠수함에 보다 정확하게 유도되고 또 더 빠르게 기동할 수 있어야 했다.

현재 미국의 중어뢰 Mk 48 ADCAP(Advanced Capability)는 정교한 유도 제어 시스템을 장착하고 55노트 이상의 속력으로 약 46km를 주행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어뢰의 경우 미국은 55노트의 속력에 13.7km를 항주하는 Mk 50(ALWT：Advanced Lightweight Torpedo) 이후 최고 시속 43.5노트로 18.8km의 항주거리를 갖춘 Mk 54를 2003년부터 전력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수중 로켓 모터를 장착, 최고 시속 200노트로 항주하는 스쿠발 어뢰를 97년에 개발했으며 중국은 이 어뢰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길게 살펴보았듯이 현대 어뢰는 초기 단순히 목표물을 향해 직진, 접촉해 폭발하는 수준이 아니라 잠수함·수상함의 거리와 음향에 따라 중간 유도(midcourse guidance) 단계와 종말(terminal) 유도 단계를 갖춘 복합 유도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중어뢰는 중간 유도 단계에서 항법 유도(navigational guidance)를 사용하고 표적 탐지 후에는 능동 또는 수동형의 탐색 유도(homing guidance) 방식을, 경어뢰는 ASROC 또는 헬기를 운반체로 사용하는 방식의 중간 유도와 표적 탐지 후 주로 능동형 소나로서 표적을 탐지하는 탐색 유도 방식을 사용하는 유도 무기다.

어뢰는 구성으로 볼 때 대체로 미사일과 유사하지만 수중 음향의 독특한 환경에서 표적의 탐지·추적이 어려운 관계로 함정 소나의 기능에 부가해 어뢰 자체에 탐색 모드와 표적 분실시 재탐색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것 등이 미사일과 전술 성능상 다른 점이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