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수차(木火獸車)는 호랑이 모양의 나무 조각상 속에 5연장총을 장착한 무기다.

목화수차를 개발한 사람은 조선 후기에 훈련도감 대장을 지낸 박종경(朴宗慶·1765~1817)이다.

박종경은 홍경래의 난(1811~1812)을 진압한 직후 당시 조선의 무기체계가 낙후됐다는 점을 통감, 각종 무기를 연구·개발하게 됐다. 그 결과물을 정리한 책이 1813년에 발행된 ‘융원필비’(戎垣必備)다. ‘융원필비’에는 목화수차의 상세한 설계도가 남아 있다.

최근까지 목화수차는 문헌기록으로 남아 있었을 뿐 실물 유물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서울대 한국문화연구소 연구원 노영구 박사는 지난달 목화수차에 관한 새로운 주장을 제기했다.

노박사는 “지금까지 오연자총(五連子銃)으로 알려진 총은 독립된 무기가 아니라 목화수차의 부품이 분명하다”며 “ ‘융원필비’에 나오는 목화수차의 5연장총과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오연자총이 일치한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오연자총은 실물 유물만 남아 있을 뿐 문헌적 근거가 없어 그동안 정체가 불분명했으나 노박사에 의해 그 실체가 새롭게 조명된 것이다.

목화수차의 외형을 동물 모양을 본떠 복잡하게 만든 이유는 기괴한 겉모습으로 적을 위협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전근대 사회에서 동물 모양을 흉내 낸 무기는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신라의 이사부(異斯夫) 장군도 512년 하슬라주(何瑟羅州) 군주로 있으면서 지금의 울릉도인 우산국(于山國)을 신라에 귀속시켰다.

당시 이사부 장군은 나무로 만든 사자를 배에 싣고 가 항복하지 않으면 맹수를 풀어 멸하겠다고 속여 협박하는 계교를 쓴 적이 있다. 중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도 동물 모양을 응용한 무기가 적지 않다.

결국 목화수차에서 주목할 점은 동물 모양의 요란한 외형보다 오히려 내부에 장착된 5연장총이라고 할 수 있다. 목화수차는 내부에 장착된 5연장총으로 다섯 발의 탄환을 연속 발사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목화수차 외에도 우리나라에는 다연장 총신을 가진 무기가 제법 있는데 임진왜란 때 제작돼 현재 국립경주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보물 884호 삼안총(三眼銃), 18세기 무렵 제조돼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삼혈포(三穴砲) 등이 그 사례다. 이렇게 총신이 여러 개인 다연장총을 제작한 이유는 당시 조총의 느린 장전속도 때문이다.

조총은 발사과정이 복잡해 일정한 시간 안에 사격할 수 있는 횟수가 활보다 오히려 더 적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총신이 여러 개인 다연장총을 제작한 것이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12. 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