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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국산무기개발 비화 - 어뢰 백상어·청상어 (24)

어뢰의 제일 앞부분에는 물속에서 소나(SONAR)라고 하는 음향을 인식하는 핵심 장치를 포함한 음향탐지부가 있어 표적을 탐지, 그 정보를 처리해 거리·방위 등의 위치를 추정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탐지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표적의 추진기(프로펠러)나 엔진 등에서 나오는 음파를 직접 수신하는 수동 방식과 높은 주파수의 음파를 내보내 이 음파가 표적의 외부 선체(hull)에 부딪쳐 되돌아오는 반향음(echo)을 수신하는 능동 방식이다.

수동 방식은 수상함과 같이 추진 소음이 비교적 큰 표적을, 잠수함처럼 추진 소음이 적은 경우에는 능동 탐지 방식을 사용한다. 백상어는 능동·수동 탐지가 모두 가능하다.

백상어의 음향탐지부는 음파를 송수신하기 위한 음향 전환 장치와 수신된 신호를 처리, 표적을 탐지하고 탐지된 표적의 정보를 추정하는 신호 처리 장치로 구성된다. 음향 전환 장치는 전기적인 신호를 음파로 변환해 수중으로 방사하고, 표적에 부딪쳐 돌아온 음파를 전기 신호로 변환한다. 사람의 목청과 고막 역할을 하는데 어뢰 맨 앞에 위치하는 까닭에 보통 노즈(코)라고 부른다.

어뢰팀이 K-744 경어뢰를 미국 허니웰사와 공동 개발할 때 이 어뢰의 대부분을 국내에서 제작하도록 했지만 음향 전환 장치만큼은 기술력이 모자라 허니웰에서 공급받았다. 그런데 양산에 들어가자 허니웰은 당초 약속한 음향 전환 장치의 공급 가격을 수시로 인상하는 횡포(?)를 부렸다.

어뢰팀은 이런 아픈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백상어 개발 계획 수립 때부터 음향 전환 장치의 국내 개발을 필수화했다. 이에 따라 국방과학연구소(ADD) 윤형규 연구원과 시제업체인 금성정밀의 전병두 연구원이 개발을 맡아 진행하는 가운데 음향 센서용 자재를 수급받는 과정에서부터 곤란을 겪었다.

음향 센서를 설계할 때는 음향 재료의 밀도와 재질 내 음파 전달 속도, 감쇄 계수 등의 음향 특성들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런 특성 자료는 고사하고 관련 용어조차 서로 소통이 안 되는 현실이었던 탓에 원재료의 해외 도입이 불가피했다.

다행히 그들은 가공 조건별 또는 사용 조건별로 재료의 음향 특성을 자료화해 제공해 왔다. 하지만 모든 재료를 수입할 수도 없는 일. 음향 특성을 측정할 수 있는 계측 장비를 도입, 측정 기술을 연구하고 이에 따라 적절한 재료를 선정할 수밖에 없어 한정된 개발 기간을 맞추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음향 전환 장치에는 일반적으로 음향 센서와 전자회로 사이의 임피던스(impedance)도 조정하고 빔(beam) 형성에 필요한 가중치를 부가하기 위해 대부분 여러 개의 변압기(transformer)를 네트워크 형태로 연결, 사용한다.

개발 초기에 이 변압기 네트워크를 설계해 본 경험이 역시 없어 해군 정비창 등에서 고장난 외국 회사의 표본을 어렵게 구해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원들은 이때 이 제품들이 어찌나 야무지게 처리돼 있던지 도무지 내부를 알 수 없었다. 센서들은 통째로 단단히 몰딩됐고 전자회로도 이중 삼중으로 단단한 고형물에 싸여 있었다. 충진제를 녹여 보기도 하고 한 겹 한 겹 벗겨 보기도 했지만 가느다란 코일들이 힘없이 끊어지고는 했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X-선 투사. 이 방향 저 방향에서 찍은 X-선 필름을 유리창에 죽 붙여 놓고 몇 날 며칠을 바라만 봤다. 여인네의 헝클어진 머리카락같아 무슨 선인지 도대체 구분할 수 없었다. 한 가닥 한 가닥 실마리를 풀 듯 정리하고, 그 결과를 이용해 빔 형성 예측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다시 필름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수없는 반복 끝에 예측치와 잘 맞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얻은 후에야 설계를 완벽히 이해, 제작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음향탐지부의 신호 처리 장치는 음향 전환 장치를 통해 전기적 신호로 변환된 표적 신호를 처리, 표적의 유무를 판단하고 표적의 정보를 추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부분 역시 독자적 개발에 착수한 이후 오랫동안 연구원들에게 애를 먹인 대표적인 분야에 속한다.

연구팀은 표적의 방향과 속도 추정을 위한 신호 처리의 경우 아날로그 회로로 처리하고, 이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표적을 탐지하고 탐지된 표적의 정보를 추정하는 부분은 디지털로 처리하도록 신호 처리 장치를 설계했다. 이 디지털 신호 처리에는 신호 처리를 실시간으로 하기 위해 여러 개의 프로세서(processor)를 사용하는 병렬 기법에 의한 설계가 돼야 하는 난제가 있었다.

당시는 한 개의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여러 개를 사용해 본 경험이 없었다. 적당한 프로세서를 선정하는 것도 문제였고 또 처음 사용하기 때문에 공부한 후 설계를 진행하는 까닭에 시간도 많이 소비됐다. 설계 당시 백상어는 일률적으로 인텔 286 계열로 정해 설계를 시작했지만 인텔 계열로 병렬 기법을 적용하는 예를 찾기가 어려워 초반부터 고전일 수밖에 없었다.

관련 서적을 수없이 뒤지고 전문가를 찾아다녔지만 해결점은 묘연했다. 이때 임준석(현 세종대) 연구원이 좋은 안을 제시해 왔다. 새로 개발된 트랜스퓨터(transputer)라는 프로세서였는데 병렬 처리가 우수했다. 연구팀은 그때까지 진행되던 설계 업무를 원 위치로 되돌리고 트랜스퓨터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고 바로 설계에 착수했다.

이렇게 완성된 음향탐지부는 어느 정도 만족할 만했으나 기대 만큼 성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 개발 초기 K-744에서 사용되는 주파수를 백상어에 계속 사용했으나 적합하지 않은 주파수로 판정돼 최적의 주파수를 산정해 내야 했다. 이 문제는 1991년 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조운현(현 2본부 기술기획팀장) 박사에 의해 크게 개선됐다.

조박사는 수중 환경과 백상어 운용 환경을 고려한 최적의 주파수를 산정, 이에 맞춰 운용 주파수는 물론 하드웨어·소프웨어의 상당 부분을 변경했다. 시험 결과 음향탐지부의 탐지거리가 목표치에 도달하는 등 하드웨어는 최적화돼 설계·제작된 것으로 판단됐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

2005-10-24 19: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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