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당시 대부분의 어뢰는 표적(수상함)이 물에 잠기는 부분, 즉 흘수선(吃水線) 아래의 선체(船體)에 직접 충돌해 표적을 파괴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충격 센서(신관)에 의해 폭약이 폭발, 표적의 몸체에 직접 타격을 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표적이 되는 함정의 선체를 어뢰 자체로 직접 타격하지 않고 함정의 구조적 취약점을 공략한다. 함정의 선저면, 즉 밑바닥 정중앙 아래에서 어뢰의 탄두(폭약)를 폭발시켜 이때 발생하는 폭발 압력에 의한 충격파 에너지로 인해 표적 함정이 완전히 침몰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때 중요한 것은 당연히 충격 센서가 아니라 탄두의 위력과 어뢰로 하여금 함정 밑부분의 정중앙을 찾아가도록 하는 근접 센서가 된다. 이 센서는 작동 원리에 따라 능동형 자기 센서, 수동형 자기 센서, 음향 센서 등을 적용하고 있다.

음향 센서는 근거리에서 사용할 때 음향 신호가 표적 속도에 크게 의존하게 돼 신호 재현성이 낮고 주파수 대역도 넓어져 신호 처리에 어려움이 있다. 주로 원거리 표적 탐지용으로만 사용된다.

수동형 자기 센서는 표적의 자화(磁化)된 상태(함정 선체가 외부 환경 요인에 의해 띠게 되는 자석 배열의 형태)에 따라 지구 자기장의 변화를 탐지하는 방식으로 작전 해역에 따라 신호 특성이 달라지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현재 수중 유도 무기인 어뢰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능동형 자기 센서(이하 근접 자기 센서)는 함정 아래로 어뢰가 진행할 때 함정과의 상대 속도, 진행 방향·거리 변화 등에 의해 발생되는 함정 표면의 와전류(eddy current)에 의한 자기장 변화를 탐지하는 등으로 최적의 발화 위치, 즉 표적의 정중앙 하부에서 어뢰를 폭발시켜 표적 함정에 최대의 손상을 줄 수 있다.

표적에 충돌할 때만 작동되는 충격 센서와 비교해 볼 때 표적 면적(target area)이 넓어지므로 명중률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파괴력도 좋아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현재까지 각국에서 개발된 주요 중어뢰에 기폭 신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선진 어뢰 보유국들은 이같이 어뢰의 성능과 직결되는 근접 자기 센서를 전략적 차원의 고유 기술로 지정, 관련 기술의 대외 유출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그만큼 어뢰의 핵심 기술이자 핵심 부품인 것이다.

그 기술을 해외에서 도입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국내 여건에서 볼 때 그런 센서를 설계하거나 제작해 본 경험이 전혀 없었지만 백상어 연구팀은 어떻게든 국내에서 독자 개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근접 자기 센서를 독자 개발하기 위해서는 탐지 이론 정립을 통한 센서 탐지부 설계 기술, 표적 신호 예측·분석을 통한 수신 신호처리부 설계 기술과 제작된 센서의 탐지 성능 검증을 위한 독자적인 시험평가 기술 등이 함께 확보돼야 한다.

“사실 센서에 대해서는 쉽게 설명하기가 매우 힘든데 먼저 센서 탐지부는 근거리 영역에서의 파동 방정식(수중에서 전자 기파가 전달되는 특성 방정식)의 해(解)를 구하고 금속 도체(導體)판에 의한 영상 전하 기법 등을 적용한 탐지 이론을 정립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소형 모의 표적을 제작, 그 이론들의 타당성을 검증시험과 부두에 정박된 실제 함정에 대한 탐지 성능시험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양창섭 연구원)

“ ‘이런 신호가 함정이다’라고 센서가 인식하기 위해서는 실제 함정이 수중 환경에서 내는 자기 신호를 데이터베이스로 확보해 알고리즘을 구성해야 하는데 거의 불가능한 여건이었습니다. 신호처리부 개발을 위해 3차원 경계요소법을 이용한 수치 해석 기법(근거리 영역에서의 와전류 자계를 함정 표면을 요소 분할해 계산하는 수치 해석 기법), 유사 무기 체계의 신호 처리 기법과 해외 기술 보유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적용했습니다.”(양창섭 연구원)

이같이 개발된 근접 자기 센서의 성능시험은 실제 바다 환경에서 실제 표적 함정을 이용해 수행돼야 한다. 하지만 외국처럼 전용시험 시설을 보유하지 못한 국내 실정에서는 실제 표적 함정에 의한 정확한 성능시험은 불가능했다. 최태인(현 국방과학연구소 부소장) 박사는 모의 표적을 이용한 육상 시험으로 성능을 입증키로 했다. 이 부분은 백상어의 해상 시험을 풀어 가는 과정에서 이야기하기로 한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