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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국산무기개발 비화 - 어뢰 백상어·청상어 (27)

개발 초기부터 ‘디지털 어뢰’를 추구한 백상어는 모델링·시뮬레이션(M&S) 기법의 체계 설계 적용뿐만 아니라 유도제어와 항법 분야에서도 디지털적인 요소를 요구했다. 선진국에서조차 유도제어와 음향 탐지 등의 주요 로직 부분만 초기의 저급 마이크로프로세서로 디지털화하던 당시의 상황에서 완전 디지털(full digital) 소프트웨어·하드웨어 기술을 어뢰에 적용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사업적 위험성이 높았다.

어뢰체계실은 박찬빈(당시 3체계본부장) 박사와 조규필(현 기술본부장) 박사 등 국방과학연구소(ADD)의 미사일 연구 부서에도 협조를 구했지만 진해와 대전이라는 지리적 문제, 체계 종합의 편의성, 타 구성품과의 인터페이스 문제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항법과 구동제어 부분만 다른 부서의 팀에 맡기고 어뢰체계실 내에 유도·제어·HILS 분야를 모두 담당할 유도제어팀을 만들어 이 업무를 수행키로 했다.

하지만 유도제어팀이라고 해 봐야 김삼수·이원·이갑래·명노직 연구원 등 4명이 전부였다. 더군다나 김박사를 제외한 인력은 모두 1990년 이후에 들어온 신출내기들이었다. 팀은 유도제어부 시제를 제작하는 금성정밀(현 넥스원퓨처) 팀의 김영빈·강성현·박진오·이종순·김노봉·김태영 연구원 등과 긴밀한 협조를 유지해야 했다.

유도제어팀은 금성정밀의 팀과 업무상 서로에게 감추는 것 없이 애로 사항이 발생하면 바로바로 협의해 나갔다. 또 김삼수 박사는 업무로 모이거나 술잔을 기울이는 자리이거나 기회 있을 때마다 “개발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고 예산도 선진국에 비하면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적다”며 “이것을 이겨 내려면 우리들이 갑을(甲乙) 관계를 떠나 나라 전체를 생각하고 일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유도제어팀은 우선 당시 중어뢰 중 최고의 성능으로 알려진 미국 MK48 ADCAP 어뢰에서 채용한 리튼 가이던스사의 LP81 IMU(Inertial Measurement Unit·관성 측정 장치)과 프랑스 SAGEM사의 ESIS23 IMU 2종을 어렵사리 구입, 적용해 봤다. 이것들은 모두 자이로 내부에 소형 모터가 장착된 DTG형 IMU로서 선행 개발 단계에서 양호한 성능을 보여 줬다. 그런데 실용 개발 단계에 들어서 김삼수 박사가 느닷없이(?) DTG형이 아닌 FOG(Fiber Optic Gyro·광학식)형 IMU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것은 어뢰체계부의 다른 팀장들이나 3체계본부의 INS실 담당자로 하여금 유도제어부를 다시 설계하고 성능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뜻으로 바람직해 보이는 견해는 아니었다.

여기서 김삼수 박사는 “차기 사업으로 제기된 청상어 체계를 준비하면서 얻은 결론”이라며 다양한 방식의 IMU 발전 추세와 신뢰성 측면은 물론 중앙 처리 장치(CPU)가 급격히 발전하는 추세로 볼 때 양산시 유도제어부 CPU의 단종이 우려된다는 가능성 등을 제시해 결국 LP81을 리튼 가이던스사의 FOG형 LN200으로 변경했다.

“HILS 시험에서 두 가지 IMU를 번갈아 적용해 보면 너무나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하나는 소형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가 윙윙 나지만 광학식은 빛이 광섬유를 따라 회전하는 것뿐이므로 조용하기 때문에 동작하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FOG IMU에는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부분이 없어 외적인 충격 등에 아주 강하다는 것입니다. 또 DTG IMU는 5년 주기로 제작사에서 교정해야 하는데 FOG IMU는 이런 과정이 필요 없는 장점도 숨어 있습니다.”(김삼수 박사)

물론 수중 항법 장치의 상세 설계·개발은 ADD 기술본부의 해당 전문연구실인 INS실의 정태호·전창배 박사를 비롯, 송기원·유명종·남창우 연구원이 맡아 수행했다. 이들은 짧은 개발 기간과 고난도의 기술적 부담감을 극복하고 스트랩다운 방식의 관성 항법 장치(Strapdown INS)를 개발·적용하는 결과를 일궈 냈다.

종래의 INS는 대부분 항법 기준좌표계를 기계적으로 유지시키고 관성 측정 장치를 그 안정화된 짐벌(gimbal) 위에 장착하는 짐벌 방식인데 비해 스트랩다운 방식 INS는 컴퓨터의 계산력을 이용, 기준좌표계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소형화와 함께 전력 소모가 적다는 이점이 있고, 특히 기계적인 안정화 장치가 없어 신뢰성이 높다.

유도제어에 있어 또 하나의 주요 구성부는 구동 장치. 구동 장치는 타(舵·rudder)와 직접 연결돼 있는 구동 장치(actuator)와 이를 구동하는 서보 제어기로 구성된다. 유도제어 컴퓨터로부터 받은 명령대로 방향타와 승강타를 움직여 최종적으로 어뢰의 방향과 심도를 제어하게 되므로 어뢰 전체의 성능과도 많은 관계가 있다.

구동 장치 개발은 이 분야에 경험이 있는 최중락 박사와 조현진 연구원 등 구동장치팀이 담당했다. 구동장치팀은 백상어 후미부의 협소한 공간과 무게 제한 조건을 만족하고 백상어가 수중에서 고속으로 달릴 때 제어판에 작용하는 큰 유체력 부하를 극복할 수 있는 소형 고출력 구동 장치 개발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서보제어기는 원칩(one-chip) 마이크로프로세스와 높은 성능의 파워 트랜지스터(power transistor), IGBT 등의 전력 소자를 채택함으로써 소형화에 큰 성과를 얻었으나 후미부의 작은 공간에 탑재해야 한다는 소형화·경량화 조건을 만족시키며 큰 출력을 얻도록 하는 구동 장치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행히 프랑스 ARTUS사로부터 성능을 만족시키는 구동 장치를 제작할 수 있다는 회신을 받았다. 그러나 해외 독과점에 의한 폐해가 너무 컸다. 사소한 설계 변경에도 시간과 돈을 요구해 연구진의 애를 태웠다. 이때의 서러운 경험이 청상어 사업에 이르러 국산화를 추진하게 되는 이유가 됐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

2005-11-14 19: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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