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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국산무기개발 비화 - 어뢰 백상어·청상어 (28)




어뢰는 추진 장치에서 얻은 동력으로 추진기를 가동함으로써 바다 속을 항주하게 된다. 어뢰용 추진 장치는 크게 전지·전동기를 기본으로 한 전기 추진식과 액체 연료·엔진 위주의 엔진 추진식으로 나뉜다.

세계적으로 볼 때 미국·영국이 엔진식, 프랑스를 비롯해 독일·이탈리아 등 유럽이 전기식을 주로 채택하고 있다.

엔진식은 연료 취급에 별도의 기술력이 필요하고 엔진 개발을 위한 전용 설비와 장치 획득에 많은 개발비가 소요된다. 이에 비해 전기식은 전지·전동기만 개발하면 될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국내 산업 기반이 양호하고 획득 개발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추진기의 경우 종래 일반 프로펠러가 쓰였으나 1980년대 이후에는 어뢰가 항주하며 발생시키는 방사 소음을 감소하기 위해 덕트(duct)와 로터(rotor)로 구성된 펌프제트(pump jet)가 등장, 크게 활용되기 시작했다.

당시 선진 외국은 어뢰의 카탈로그에 펌프제트 추진기의 형상과 추진기 날개 수 등을 비밀로 해 엄격히 통제하고 있었고 특히 추진기의 형상은 보호천으로 감싸 보여 주지 않았다.

백상어 연구팀은 전기식 추진 장치와 펌프제트의 백상어 적용을 결정했다. 하지만 추진기실(室)을 담당한 박의동 박사의 말대로 연구팀은 1980년대 말까지 전지·전동기의 종류나 특성조차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다만 미국제 중어뢰 MK-37과 함께 입수한 일부 기술 자료가 있었다. 이것이 연구팀에는 가중 중요한 보물 같은 존재였고 이에 대한 분석이 연구의 출발점이었다.

추진기실은 먼저 유럽 국가들에 어뢰용 전지를 공급하는 프랑스의 SAFT사와 접촉, 전지의 국내 개발을 위한 기술 지원과 주요 원자재 등을 공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기술 협약을 체결했다.

국내 업체는 소형 잠수함 돌고래의 축전지 개발에도 참여한 세방전지(현 세방하이테크)가 선정돼 김규태 부장을 중심으로 전지 제작에 나섰다.

“어뢰의 전지는 충전할 필요가 없이 단 1회 사용하는 1차 전지를 쓰게 되죠. 하지만 개발과 훈련을 위해서는 수 차례 충전해서 계속 쓸 수 있는 2차 전지도 있어야 합니다. 연구팀은 이런 실전용·훈련용 두 종류의 전지를 동시에 개발해야 했습니다.”(공영경 박사).

먼저 개발에 착수된 2차 전지는 전해액을 극판이 들어 있는 용기 속에 넣어 극판이 침전된 상태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다. 수명이 6개월에서 1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평상시에는 전해액을 별도로 보관하고 있다가 훈련할 때 주입, 사용한다.

2차 전지에서 가장 큰 기술적인 문제는 반응 과정에서 음극판 주위의 물질이 성장해 극판 간 단락 현상을 일으키는 이른바 성장 결정(dendrite) 현상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음극판 제작 때 첨가제를 넣는 실험과 양극·음극판을 격리시켜 주는 격리판을 개발·적용하는 연구에 매진했다.

여러 가지 실험을 반복·진행하며 성능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사고도 잦았다. 전해액은 직접 닿는 물질을 녹여 버릴 만큼 강알칼리 성질을 갖고 있는데 이것이 실험 중 사방으로 튀면서 옷은 물론 피부까지 손상시키거나 얼굴에 화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일도 있었다. 과열 반응이 일어나 실험에 사용된 극판들이 모두 타 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하나 둘씩 목표 성능에 접근해 갈 수 있었습니다. 첨가제의 경우 수은(Hg)이 가장 우수했지만 규제에 따른 취급상의 문제로 납(Pb)·카드뮴(Cd)·탈륨(Tl) 등을 사용한 첨가제를 개발하는 등 궁극적으로 완전하게 검증된 전지를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김세웅 박사)

1차 전지 개발에는 전해액을 전지 내부에 있는 별도의 전해액 통에 보관하고 있다가 어뢰 발사 신호에 의해 고압의 질소압으로 전해액을 전지에 밀어 넣어 작동시키는 메카니즘으로 전해액을 분배 주입하는 것이 핵심 기술의 하나였다.

분배 흐름에 대한 시뮬레이션 해석을 통해 최적의 분배 구조를 설계·적용하는 등으로 개발에 성공했지만 실전용인 탓에 한 번 만들어 놓으면 그 성능을 사용하기 전까지 알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어뢰를 운용할 해군 관계자가 이 전지의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해 왔습니다. 당연한 요구지요. 하지만 단시간 내에 확인시켜 줄 뾰족한 방안이 없는 것 또한 당연합니다.”(조장현 선임연구원)

연구팀은 우선 1차 전지에 사용된 조건과 동일한 극판을 사용한 단위 전지를 만들어 군 운용 조건과 동일한 저장 조건에서 보관했다. 그리고 6개월이나 1년마다 하나씩 꺼내 중간 중간 단계에서 성능에 이상이 없는가를 확인했다. 또 군에서 실전용으로 사용하는 완성된 1차 전지를 수명 보증 기간 동안 저장시킨 후에 성능 실험을 하는 등 군 운용 기간 동안에 우려되는 1차 전지의 성능에 대해서는 완벽히 입증해 보였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

2005-11-22 18: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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