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뢰 후미부에는 추진기(프로펠러) 두 개가 붙어 있지만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도록 돼 있다. 추진기 한 개만 회전하면 어뢰가 롤 방향으로 돌며 앞으로 나가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두 개의, 즉 이중 추진기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추진기를 돌리는 전동기도 한 방향 또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해야 한다는 조건이 따라붙는다.

초보적인 전동기 개발 기술이 적용되던 1960~70년대에는 한 방향 전동기에 기어 상자를 부착, 쌍방향 회전이 가능하도록 했지만 이 경우 기어에서 소음이 발생하고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이중 반전 전동기를 개발, 소음과 효율성 문제를 해결했다.

이같이 어뢰용 이중 반전 전동기는 일반 전동기와 달리 회전자·고정자 모두가 회전하는 특수한 구조를 갖는다. 이 때문에 반전 회전하는 개념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연구팀은 상용(商用)의 한 방향 전동기를 개조, 실제 반전 회전하는 개념과 상대 속도라는 개념을 파악하는 것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상대 속도란 서로 반대 방향에서 시속 100㎞로 달리는 두 기차의 절대 속도는 시속 100㎞이지만 한쪽 기차에서 본 상대 속도는 시속 200㎞가 된다는 개념이다.

이러한 상대 속도 개념의 반전 전동기이다 보니 직류 전동기에서 가장 취약점인 브러시의 전기적인 아크가 일반 직류기의 두 배나 되는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즉, 일반 전동기와 달리 브러시가 장착된 부분도 회전하게 되는 구조를 갖게 돼 브러시의 압력이 회전 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공영경·공관식 박사 등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원심력 보상추라는 새로운 개념의 장치를 창안·적용했고 이는 특허까지 획득하는 부산물까지 얻게 됐지만 개발 참여 업체인 성일산업(후 봉명산업)이 모(母) 그룹인 봉명그룹의 부도 영향으로 역시 부도를 맞게 됐다.

자칫하면 백상어 개발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었던 이때 사업 책임자인 박성희(현 2체계개발본부장) 박사는 전동기를 제작할 수 있는 다른 적격업체를 찾는 한편 부도업체와의 협의를 통해 연구에 지장이 없도록 상황을 정리해 나갔다. 이에 따라 적격업체로 선정된 효성중공업은 성일산업의 전용 장비와 기술을 무리 없이 인수받아 연구와 기술 개발이 원활히 계속됐다.

한편 펌프제트(pump jet)의 경우 연구진은 처음으로 기술 연구를 수행하면서 이를 거의 동시적으로 백상어라는 체계에 적용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었다. 어쩌면 이것은 무모한 도전이었다. 왜냐하면 지난 회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펌프제트는 선진국에서 기술 이전을 기피하는 분야로 당시 국내에서 활용 가능한 모형 시험 설비라야 기계연구소 대덕선박분소(현 한국해양연구원 : MOERI)가 보유한 소형의 공동 수조(cavitation tunnel)뿐이었고 수중 유도 무기 추진기에 대한 시험 기법도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이다.

추진기실의 실장인 박의동 박사는 이 같은 현실 속에서 국내 시험 설비 여건에 적합한 펌프제트 모형 시험 방안을 정립하는 등 펌프제트 설계 기법을 확보해 나갔다. 특히 공학적인 면에서 덕트(duct)와 로터(rotor)의 간극을 얼마만큼 주는 것이 효율적인지 알아내기 위해 애를 먹어야 했다.

최초 추진기 모형에 대한 시험은 설계를 위한 목적으로 기계연구소 대덕선박분소에서 김기섭 박사의 주관으로 설계를 위한 모형 시험이 진행됐다. 수상선에서와 같이 공동 수조에서 추진기 단독 시험을 하고 예인 수조(towing tank)에서 반류 분포 시험과 자항 시험을 수행한 후 그 결과를 종합했다.

하지만 추진기 단독 시험에서도 덕트를 고정하기 위한 어떤 몸체가 요구되므로 완전한 단독 시험 형태를 취할 수 없었고 예인 수조에서 시험할 수 있는 속도가 상당히 제한됐다.

그런데 1990년 말 펌프제트 설계를 담당하고 있던 이승수 박사와 어뢰 형상 설계를 담당하고 있던 김찬기 박사가 초기 백상어 후미부 형상이 펌프제트 추진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방사형인 일반 추진기는 유동 유입이 발생하지만 펌프제트는 덕트 입구를 통해 유동이 유입된다. 따라서 일반 추진기의 후미부는 유동 유입이 추진기로 모이는 형태가 돼야 하고 펌프제트는 덕트 입구에서 이 변동이 최소화되도록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중대한 설계 변경의 요소가 됐는데 더 난감한 것은 이 사실을 파악한 시점은 이미 업체에서 후미부 주형을 제작한 뒤였고 설계 변경에 따른 비용이 만만찮게 추가될 상황이었다. 이승수·김찬기 박사는 당시 기술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정밀하게 이론적 해석을 수행하는 등으로 형상 설계를 변경했다.

여러 개의 로터가 달린 추진기를 제작하는 것도 매우 어려웠다. 당시 일반 추진기를 제작할 수 있는 업체는 대형 조선소와 신라금속 등이 있었으나 어뢰에 쓸 수 있는 소형이면서 복잡하고 또 정교한 형상의 추진기를 정밀하게 제작할 수 있는 설비와 기술을 가진 업체는 없었다.

로터는 날개 두께가 매우 얇은 데 반해 고속 주행을 위한 유체 작용력을 견딜 수 있어야 하고 항주 중 이물질이 유입돼도 손상되지 않을 정도의 강도를 유지하면서 유체역학적인 특성을 유지하기 위해 정밀하게 제작돼야 하는 주조하기 힘든 가공품이었던 것이다.

연구팀은 국내의 대표적인 정밀 주조 업체 중 하나인 천지산업을 선정, 로터 날개 하나하나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 후 이 날개들을 볼트로 조립하는 방법으로 로터를 제작했다.

하지만 이때에도 연구팀은 로터의 제작 오차에 조립 오차까지 중복돼 신뢰성이 많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덕트와 각 로터 날개마다 간극을 측정, 오차를 확인하곤 했는데 상당한 시간을 소모해야만 했다.

이렇게 전지·전동기·추진기 등은 부품별로 완성된 후 하나의 추진 시스템으로 연결돼 육상 시험 장치를 통해 성능을 검증받아야 했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