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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국산무기개발 비화 - 어뢰 백상어·청상어 (30)

어뢰와 같은 수중 유도 무기의 몸체는 물속의 압력에 견디면서 내부의 구성품을 지지하고 해수가 침투하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며 또 부식에 견뎌야 하고 무게가 가벼워야 한다. 이 때문에 몸체는 주로 알루미늄 합금이나 FRP(Fiber Reinforced Plastics) 등과 같이 강하면서 가벼운 재질로 제작한다.

백상어 몸체의 재질은 알루미늄 합금을 기본으로 하고 기능상 필요한 부분에 대해 부분적으로 FRP를 사용했는데 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작한 몸체의 일부는 주물재로, 일부는 압출재로 제작했다.

알루미늄 주물재를 이용한 몸체는 그 두께가 얇고 지름이 커 두께가 일정하도록 제작하는 것이 상당히 까다로웠다. 이 두께 문제로 인해 압력 실험에서 몸체가 파손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곤 했다. 특히 몸체가 압력으로 파괴될 때에는 상당한 충격파가 발생, 실험 장비 손상은 물론 지진이 발생한 것처럼 건물이 흔들리기까지 했다.

알루미늄 압출재를 이용한 몸체의 경우 처음에는 백상어의 지름과 비슷하고 압출 방식으로 제작된 알루미늄 원통체 원자재를 미국에서 함정의 배수관 용도로 도입해 가공했다. 하지만 개발이 진행되면서 미국에서 수출을 꺼리는 분위기로 변해 가면서 차후에 있을 납품 문제를 사전에 해결하기 위해 국내에서 몸체를 개발해야 했다.

연구진과 업체 기술진은 알루미늄 판재를 실린더 형태로 말아 용접·가공했지만 몸체가 계란처럼 찌그러진 형태로 변형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 몸체 형태가 제대로 나오더라도 용접 불량이나 원자재 결함 등으로 인해 압력 실험에서 누수가 발생하거나 열처리가 풀리면서 강도가 떨어져 역시 압력 실험에서 파괴되는 예가 자주 발생했다.

이런 방법으로 제작한 몸체는 불량률이 높아 백상어 몸체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몸체 개발에 위기가 다가왔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이 있듯이 연구진은 당시 매출 급감으로 일감을 찾아 동분서주하던 풍산(경남 안강 소재)을 만나게 된다.

압출·단조 방식을 이용, 각종 포탄과 동(銅)파이프를 생산하는 풍산은 비록 백상어 몸체와 같은 대형 알루미늄 원통체를 제작할 수 있는 단조 기계와 제작 경험은 없었지만 이지억·이종억, 그리고 기술연구소장의 적극적인 협조 아래 약 3년간 수 차례의 금형 수정과 실험을 거쳐 강하면서 가벼운 백상어 몸체를 개발해 냈다. 압력 실험에서 불량률은 제로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백상어 몸체는 개발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면서 금성정밀·풍산의 노력으로 용접부를 최소화하기 위해 몸체의 일부분인 내부의 보강재와 몸체 연결부까지 일체형 압출재로 제작, 양산에 적용했다.

한편 어뢰가 미사일과 다른 큰 차이 중 하나는 발사 시험 후 회수한 물건을 재사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다. 시험 자료를 획득하기 위해 발사한 연습용 미사일은 재사용할 수 없지만 연습 어뢰는 일부 소모품을 제외하면 재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어뢰는 크게 전투 어뢰·연습 어뢰로 구분, 개발한다.

그런데 전투 어뢰·연습 어뢰는 탄두가 조립되는 그 위치에 폭약이 든 전투탄 두부가 조립되느냐, 아니면 어뢰의 각종 시험 자료 저장·제어를 위한 연습탄 두부가 조립되느냐에 따라 구분된다. 조립 위치와 물리적 특성은 같다.

개발 단계에서 연습탄 두부는 항공기의 블랙박스와 같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해상 발사 시험에서 연습탄 두부의 오작동은 연습 어뢰 분실로 이어지며 이 경우 회수가 매우 어려워 분석에 필수적인 시험 자료 획득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연습탄 두부에는 부상 위치를 알려 주기 위한 장치, 주행 경로를 파악할 수 있는 장치, 어뢰가 물속을 달리면서 발생한 각종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장치가 요구된다.

1990년 당시 이상준(현 대천대 교수) 연구원은 연습탄 두부 개념 설계에 상당히 많은 고생을 했다. 그는 신호탄·핑어(수중에서 일정한 주파수의 소리를 내 함 소나에서 위치 파악이 가능한 장비) 등 위치 표시 장치, 연습탄 두부를 제어·기록하는 연습탄 두부 컴퓨터, 3차원 추적을 위한 추적 장치로 연습탄 두부를 구성하고 확실히 회수하기 위해 안전 장치도 추가했다.

또 어뢰 개발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는 각종 시험 계측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다. 지금은 MP3 플레이어와 디지털 카메라에도 고용량의 플래시 메모리를 흔히 사용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아직 군용 제품에 사용할 만한 수준의 플래시 메모리는 나오지 않았다.

당시 세계적으로 출시된 어뢰는 발사 시험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커다란 흑백 필름에 어뢰 데이터를 광학으로 바꿔 필름을 감광시키는 방식으로 소량의 데이터만 기록하고 이를 분석하는 데도 많은 시간과 부정확한 분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연구팀은 가장 최신형 부품이라 할 수 있는 EEPROM이라는 소자를 백상어 내부에 여러 개 장착한 후 전용의 분석 장비와 연결해 불과 몇 시간 만에 백상어의 모든 분석이 가능토록 했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

2005-12-05 18:5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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