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RSIM에 쓰인 프로그램 언어 ‘FORTRAN’과 백상어 시제품에 쓰인 ‘C’언어 사이에는 사소한 부호에도 그 기준과 이해에 약간씩의 차이가 있어 이 분야 연구원에게 많은 애를 먹였다.

공학용 워크스테이션에서 제공해 주는 라이브러리(Library) 기능이 C 컴파일러(Compiler·특정 프로그램 언어로 작성된 문장을 기계어 또는 컴퓨터가 사용할 수 있는 코드로 변경해 주는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것과 용어가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알 수 없는 결과가 나오곤 했던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단계마다 여러 가지 변수 값을 비교하며 수없이 많은 버그(bug)와 오류를 잡아 가며 백상어의 ‘뇌’를 만들어 가는 일은 막노동에 가까웠다. 더욱이 당시에는 다른 직접 ROM(Read Only Memory)을 굽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이식하는 환경이었던 탓에 ROM의 탈·장착이 필수였다. 얼마나 많이 ROM을 탈·장착했는지 나중에는 ROM을 고정하는 소켓의 구멍이 헐거워져 그냥 빠져 버리는 일도 있었다.

이즈음 연구원들의 정상적인 퇴근 시간은 매일 새벽 3시였다. 물론 토·일요일은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이 정상적인 근무시간이었다. 모두가 힘겨워했어도 어려운 과정을 거치면서 하나씩 틀을 잡아 가는 순간마다 ‘이 맛에 일한다’는 희열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더 어렵고 힘겨운 생활을 보낸 연구원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1990년 초 국방과학연구소에 입소, 백상어 연구팀에 합류한 새내기 연구원들이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부지런히 뛰어다닌 그들 중에서도 특히 갓 결혼한 연구원의 경우 신혼의 깨소금은커녕 가족이 이따금씩 쏟는 불평의 쓴맛을 봐야 했다.

사업 책임자인 박성희(현 해상·수중무기체계개발본부장) 박사와 체계실장 등은 그런 소리를 직접 들으면서 백상어 개발을 강행해 나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매우 힘들고 한편으로는 미안했지요. 그래서 1년에 2~3번은 부인들만 음식점으로 초청해 전후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하고 나면 다음날 출근하는 연구원들의 발길이 한결 가벼워졌음을 보곤 했습니다.”(박성희 박사)

백상어 소프트웨어의 검증을 위해 초기에는 단순화된 폐회로 시뮬레이션(closed loop simulation)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것은 INS(Inertial Navigation System : 관성항법장치)의 성능을 검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문자 위주의 시뮬레이션으로 실험을 수행하고 검토하는 데도 효율성이 떨어졌다.

따라서 연구팀으로서는 HILS(Hardware In the Loop Simulation) 시스템 개발을 앞당기는 것이 중요했다. 이HILS는 실제 해상 발사 시험을 하지 않고도 그 상황과 거의 유사하게 백상어의 발사 절차부터 수중 움직임까지 파악해 보는 시뮬레이션 환경을 제공해 주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백상어의 개발 일정·예산과 향후 유지 보수 측면에서 연구팀은 HILS를 퍼스널컴퓨터(PC) 기반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난제가 대두됐다.

HILS에서는 실제 수중에서의 현상을 모두 주 컴퓨터가 종합하고 상황에 맞는 신호를 생성해 주도록 부체계별 컴퓨터에 지시해 하드웨어를 관리해야 하므로 주 컴퓨터에 많은 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당시 국내에서 생산되는 일반 PC의 성능은 여기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당시 PC 발전 속도가 서서히 빨라지고 있었다. HILS 개발 때는 80486 DX2-66(54MIPS)의 제품까지 출시돼 주 컴퓨터로서의 요구 사양을 가까스로 맞출 수 있었다. 특히 때마침 출시된 마이크로소프트의 C/C++ 7.0 컴파일러를 사용해 VESA(Video Electronics Standard Association) 모드를 지원하는 고해상도의 화면을 구성할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PC 고유의 기능을 HILS 목적으로 적절하게 변형시키며 HILS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었던 데에는 컴퓨터에 능한 이원·명노직 등 신입 연구원들의 의욕과 노력, 여기에 HILS 구성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그에 맞는 제품이 출시되는 ‘행운’이 뒤따랐다.

HILS시스템은 1993년 초 스위스 아쿠로닉스사(社)의 3축 비행운동 시뮬레이터(FMS : Flight Motion Simulator)가 도입되면서 제법 그럴 듯하게 모습을 갖추고 그해 9월 백상어의 첫 발사 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기반이 됐다.

그후 HILS 시스템은 몇 차례의 보완, 특히 실용시제 때 중앙처리장치(CPU)가 바뀌는 등 전반적인 백상어 사양이 변경됨에 따라 많은 부분이 수정됐으나 98년 백상어가 개발 완료될 때까지 백상어 로직의 점검에 수없이 활용되면서 백상어 탄생의 일등공신이 됐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