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어 시험용 발사대는 6개월간의 보완 설계를 거쳐 제작된 후 1992년 12월29일까지 육상 시험을 통해 이상 없이 작용함을 확인했다. 이어 건조 중인 해상 시험선에 탑재해 어뢰 발사대의 장착과 운용 적합성을 검증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요구됐다.

이즈음 시험선에서 백상어 발사대 시험을 지원하는 계획은 당연히 수립돼 있었으나 시험선 자체 성능 시험이 많이 남아 있는 관계로 국방과학연구소와 현대중공업 담당자에게는 상당히 부담이 됐다.

전완수(현 해상시험장장) 박사 등은 반잠수 쌍동선으로 건조되는 해상 시험선의 설계를 맡은 건조팀과 발사대를 어떻게 설치하고 시험할 것인지를 협의하면서 해상 시험선에 탑재해 시험하는 날을 93년 2월25일로 잡았다.

길이 7m, 무게 7.5톤이라는 매우 큰 덩치의 백상어 시험 발사대를 서울에서 시험선을 건조하는 울산 현대중공업까지 어떻게 이동시킬 것인가를 먼저 검토했다. 4개 부분으로 나누고 큰 트럭 두 대에 실어 2월23일 이동을 시작했다.

높이가 큰 구조물은 고속도로 높이 제한에 따라 국도로 이동해 이튿날인 24일 오전 현대중공업에 도착, 곧바로 작업에 들어가 대여섯 시간 동안 조립을 마치고 육상 작동 시험도 재차 실시했다.

25일 오전 9시, 시험선에 탑재가 시작돼야 했지만 11시30분으로, 다시 오후 1시로, 또 다시 오후 4시로 계속 연기됐다. 해상 시험선은 최종 마무리를 위해 육상에 상가 중에 있어 7.5톤의 시험용 발사대를 설치할 경우 잠수 선체에 변형을 유발할 수 있었기 때문인데 이에 대한 분석·검토로 시간이 계속 지연된 것이다.

입소 만 2년도 안 되는 일천한 경력의 김원제 연구원은 이때 현대중공업과 시험선 담당자 등과의 협조를 구하는 데 상당한 애를 먹었다. LG정밀(현 넥스원퓨쳐) 담당 그룹장인 성백락 이사가 현대중공업의 협조를 얻기 위해 부지런히 뛰어 줬다.

결국 어둠 컴컴한 오후 6시가 돼서야 탑재 설치 작업에 들어가 밤 9시쯤 겨우 시험선에 장착하고 작동시켜 성능을 확인하는 테스트를 종료했다. 김연구원은 물론 동료인 송재호 연구원, 그리고 LG정밀의 강동석·김영수 연구원, 신평유압기계의 박은형 상무와 임정웅 부장은 짧은 시간에 테스트를 수행하느라 진이 빠질 정도였다.

그렇지만 휴식할 틈도 없이 해상 시험선에서 백상어 시험 발사대를 분리, 해체해 밤 1시쯤 진해로 이동해야 했으며, 연습 어뢰 발사 시험을 통해 중어뢰 시험용 발사대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상 시험선 역시 그해 4월12일 건조 완료와 함께 ‘선진호’라고 명명돼 4월15일 진해로 이동, ADD 소속으로 운용되기 시작했다. 이로써 백상어 시제를 시험 발사할 수 있는 준비를 모두 갖추게 됐다.

한편 백상어 개발 시험이 끝날 무렵, 성백락 이사 등 업체 관계자들은 상당한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하곤 했다.

발사 시험 지원은 백상어의 다른 연구 현장보다 힘들었지만 시험이 있을 때마다 진해로 가 어뢰팀 연구원들과 부두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함께 일하는 것이 매우 좋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런데 그들 모두에게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은 말은 어느 젊은 연구원이 힘겨움에 지쳐 불쑥 던진 것이었다. “내용도 모르는 부모님께서 자식이 이렇게 발사대 내리고 올리는 일을 하는 것을 보신다면 무슨 말씀을 하실까.”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