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군의 대양 시대를 항해할 명실상부한 주력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아온 4000t급 구축함인 ‘충무공 이순신’이 마침내 2003년 12월 2일 취역했다. 충무공 이순신함은 앞으로 해군의 전력화 과정을 거친 후 본격적인 임무 수행에 나서게 된다. 함대 대공방어 및 예배속 세력에 대한 엄호전력, 상륙전력 및 지상작전 지원전력, 원해 해상교통로 보호전력 등으로 운용될 예정이다.

해군이 대양해군을 지향하면서 1980년대 1500t급 호위함인 울산함을 1981년 취역시키며 국산 전투함 시대를 열어가는 한편, 세계로 뻗는 대양해군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한국형 구축함사업’, 즉 KDX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 1단계(PhaseⅠ) 사업에 의해 모습을 드러낸 것이 3800t급의 광개토대왕함, 을지문덕함, 양만춘함으로 이들 함정은 규모와 무장능력 면에서 대함·대잠·대공작전 역량을 갖는 범용의 ‘구축함’ 위용을 갖췄다.


함대 대공방어 역량 갖춰 대양해군 발판 마련

그러나 광개토대왕함급 구축함은 해군의 ‘대양해군화’를 선도하는 시험적인 성격이 짙은 함정들이다. 외부 공격으로부터 함 자체 방호역량을 충분히 갖췄으나 본격적인 대공·대잠 전투용, 특히 함대 방공역량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는 것이 사실이다.

충무공 이순신함은 이에 비해 월등한 규모와 무장으로 대함전·대공전·대잠전 등 현대적 입체작전을 수행하면서 호송전담이나 기동전투전대 등도 방호하는 함대방공 능력까지 갖춰 해군의 원해작전 수행능력을 진일보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충무공 이순신함의 외형적 특징은 함체가 스텔스(stealth)화돼 적의 레이더와 잠수함 등에 의해 발견될 확률을 최소화, 생존성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 주갑판 이상의 구조물을 직각이 아닌 일정 각도 기울이는 경사설계를 적용, 건조됐다.

대함 미사일에 대한 방어능력을 향상시킨 부분이다. 적 잠수함의 음향 탐지로부터 함을 보호하기 위해 프레리마스커 시스템으로 불리는 음향 스텔스 기법도 도입됐다.

충무공 이순신함은 기본적으로 전투체계가 자동화돼 있다. 기동전투전대를 지휘통제하는 데 필요한 제반 통신능력 등 지휘통제 장비와 사격통제 장비, 무장 및 탐지 장비 등이 이중 동축 케이블인 데이터 버스를 통해 모든 자료를 상호 공유·실시간 처리함으로써 작전상황에 따라 신속한 지휘 결심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요 무장으로는 하푼형 대함 미사일, 스탠다드 미사일(SM－2) 함대공 미사일, MK－41 수직발사 시스템, 램(RAM) 근접방공용 미사일, 골키퍼 30㎜ 근접방공 시스템 1문, 5인치(127㎜ ) 함포 1문, 수퍼링스 대잠헬기 2대 등이 있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점이 충무공 이순신함의 대공전 능력이다. 즉, 함의 데이터통신에서 정보를 전송받거나 장거리 수색 레이더가 목표물을 탐지하면 곧바로 추적에 들어가 목표물의 위치, 고도, 방향을 정확히 포착해 사정거리 70㎞의 스탠다드 미사일이 요격한다.

보다 근접한 목표물에 대해서는 RAM 근접방공 미사일이 사용되며, 저고도에서 해면을 스치듯(Sea Skimming) 비행해 오는 대함 유도탄 등은 근접방어무기체계(CIWS)인 30㎜ 골키퍼 시스템이 맡는다. 국방과학연구소가 2001년 2월 개발에 성공한 ‘함정용 신형 전자전체계’로서 적 미사일에 대해 고출력의 방해전파를 방사, 재밍시키는 전자공격으로써 함정을 보호하기도 한다.

대잠수함전에 대응, 음향대항장비(TACM·Torpedo Acoustic Counter Measure)를 탑재, 자함을 공격하는 적의 어뢰를 교란 및 기만하게 되며 수㎞ 이상 항주가 가능한 어뢰로서 적 잠수함을 공격하게 된다.

대함 병기로는 국방과학연구소가 최근 개발에 성공한 함대함 미사일과 ㈜위아에서 기술 도입, 생산한 KMk45 127㎜(5인치) 함포가 임무를 수행한다.


‘함정용 신형 전자전체계’ 탑재

함포는 Mk45 함포의 최신 개량형으로 로켓 보조 추진체를 이용한 사거리 연장탄을 사용할 경우 최대 사정거리는 약 10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함·대공사격과 육상에 대한 화력지원 등 함포 사용률이 높은 우리 해군에 적합하다.

화생방전에 대비, 충무공 이순신함은 함정 전체를 수개의 구역으로 구분해 오염된 공기를 여과시킬 수 있는 필터모듈을 다수 설치하고 있으며, 구역별로 고압 통풍기를 통한 여과된 공기를 함내에 공급하고 함 내부 공기압을 외부보다 높게 유지시켜 오염된 공기의 함내 유입을 방지함으로써 승조원들이 방독면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속적인 전투를 수행할 수 있다.

해군은 함명 충무공 이순신을 향후 KDX－Ⅲ 이지스 구축함에 명명하고자 했었다. 그러나 해군 장병들이 이 충무공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고 해상으로 오는 적은 해상에서 완전히 섬멸한다는 조국해양 수호 의지를 다지는 데 충무공 이순신함이 주는 상징적 이미지가 좀더 일찍, 그리고 오래 기억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조기에 명명했다.

마침 충무공 이순신함이 취역한 2003년 12월은 충무공 순국 405주기(12월 16일)의 달이었다. 충무공 이순신함 취역에 대해 ‘405년 만의 충무공 환생’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닐 것이다. 향후 해군이 7000t급의 KDX－Ⅲ 이지스 구축함을 취역시킨 후에도 충무공 이순신함은 우리 해군, 대양해군의 주력이자 상징함(艦)으로서 그 위상과 위용을 떨칠 것이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4. 1. 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