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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선 카시니가 새로 쓴 토성 신화

생명체 탄생의 비밀을 한 꺼풀 벗기다

요즘 밤하늘에는 토성(Saturn)이 밝게 빛나고 있다. 천정 근처에서 가장 밝고 노랗게 빛나는 별이 바로 토성인 것이다. 최근 우주 탐사선 카시니(Cassini)가 도착하면서 토성은 천문학계의 신데렐라가 되었다.


■ 너무나 예쁜 토성

천체망원경을 통하여 보이는 토성의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답다. 주위에 앙증맞은 고리를 가진 토성의 모습을 보면 목걸이를 해서 걸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토성은 우리 지구보다 지름이 약 9배, 무게는 약 100배나 더 큰 거대한 행성이기 때문에 목에 걸고 다니기는 힘들다.




[사진설명] 토성의 모습.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할 때 토성 주위를 살펴보면 작은 별이 하나 보인다. 이것이 바로 타이탄(Titan)이라는 위성인데 이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거인을 뜻한다. 즉 타이탄이 토성의 위성 중에서 가장 크기 때문에 그렇게 명명된 것이다. 실제로 타이탄의 크기는 수성만하여 위성이라고 불리기에는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이번 카시니 탐사에서 타이탄은 가장 매력적인 표적으로 등장했다. 그 이유는 태양계에서 지구를 제외하고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가장 많은 곳으로 지목되어 왔기 때문이다.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천문학자들의 기대심리가 타이탄 쪽으로 옮겨간 것이다. 실제로 일부 천문학자들은 타이탄의 지하에 물이 있고 그곳에는 박테리아 같은 생명체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져왔다. 또한 타이탄의 대기가 초기 지구의 대기와 유사할 것으로 예상되어 생명체 진화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였다.

토성 사진의 고리 부분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고리 가장자리 부분에 틈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고리는 내부의 굵은 것과 외부의 가는 것, 이렇게 둘로 나뉘어져 있는 것이다. 두 고리 사이의 틈은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소형 천체망원경의 성능을 측정할 때 요긴하게 쓰이고 있는데 근세 초 이탈리아의 카시니에 의해 발견되었다. 이런 이유로 그 틈은 카시니의 틈(Cassini's chasm)이라고 불린다. 이번에 보내진 토성 탐사선의 이름이 카시니로 명명된 것도 이것 때문이다.


■ 카시니에서 분리된 호이겐스

탐사선 카시니는 미국의 NASA(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에 의해 건조되었다. 카시니는 지구를 떠난 지 6년 8개월만인 2004년 7월 토성 궤도에 진입했다. 타이탄을 따로 탐사할 자선 호이겐스(Huygens)는 유럽의 ESA(European Space Agency)에 의해 제작된 것인데 2004년 12월 25일 모선 카시니로부터 분리되었다. 그리고 20일 후인 2005년 1월 14일 타이탄 대기권에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설명] 카시니와 호이겐스 상상도(ESA 사진).




[사진설명] 타이탄 표면의 호이겐스 상상도(ESA 사진).


마침내 ESA는 2005년 1월 15일 0시24분(한국시간) 호이겐스로부터 첫 신호를 성공적으로 수신했다. 이 신호가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과학자들이 마음을 졸이며 기다렸는지 모른다.

호이겐스는 하강하면서 3시간 이상 자료를 전송했고 착륙 후에도 10분 이상 자료를 전송했다. 호이겐스가 낙하산으로 착륙하면서 전송된 상공 사진에는 가파른 지형에 액체가 흐른 어두운 강바닥 같은 모양이 나타났다. 호이겐스가 표면에 착륙하여 찍은 사진에는 오렌지색 대기와 액체가 흘러간 흔적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사진설명] 타이탄의 표면(ESA 사진).


특히 얼음 바위로 보이는 크고 밝은 덩어리가 보이고 뒤쪽에는 회색 바닥을 배경으로 부스러기들이 흩어져 있다. 이번 탐사로 지구 이외의 천체에서 물을 발견한 셈이어서 앞으로 놀라운 연구 결과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 ‘선저우 쇼크’와 우리

카시니나 호이겐스 같은 선진국들의 우주개발 노력을 지켜보노라면 가슴이 아프다. 우리 이웃인 중국도 2003년 10월 최초의 유인 우주선 선저우 5호를 성공리에 발사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주요 보도 내용 중 하나는 일본과 인도 같은 나라들이 ‘선저우 쇼크’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기사들을 섭렵한 나도 쇼크를 받게 되었다. 어디를 봐도 우리나라가 쇼크를 받았다는 내용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은 선저우 쇼크를 받을 자격도 없는 것인가. 우리에게 선저우 쇼크는 사치인가.

내가 경계하는 것은 문화적 측면에서 번져 나아갈 ‘선저우 효과’다. 나는 선저우 5호의 발사를 지켜보는 중국인들의 표정에서 이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마치 ‘이제 우주는 중국 것이다’ 하고 외치고 있는 듯 했다. 우리가 일단 최초 우주를 비행하는 한국인을 만드려는 시도도 이런 관점에서 고육지책으로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다.

이제는 누가 뭐래도 우주시대다. 우주시대에는 우주시대에 어울리는 ‘우주문화’가 있어야 한다. 국민수준이 낮아 훌륭한 우주문화 상품을 갖지 못한 국가는 문화전쟁에서 질 수밖에 없다. 즉 우주시대 우주문화는 절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 <스타워즈> 같은 SF 영화 대작들은 할리우드의 영화인들이 훌륭하다기보다는 우주문화의 꽃이 우주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활짝 피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SF 대작은 그 속에서 잔뼈가 굵은 영화인들에 의해 탄생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풍토는 어떻게 보면 도로, 항만, ……, 보다 더 중요한 사회간접자본이 된다. ‘선저우 효과’가 중국을 우주문화가 꽃피는 방향으로 몰고 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제 중국 청소년들은, 예를 들어 공군이 되는 꿈을 가져도 적기를 떨어트리는 조종사보다는 우주비행사가 되는 쪽을 택하게 될 것 아닌가.

우리는 언제까지 불륜 드라마, 조폭 영화나 보고 살아야 하는가. 왜 미국 CIA 요원이 외계인을 추적한다면 고개를 끄덕이던 사람들이 우리 국가정보원 요원이 외계인을 추적한다면 웃어버리고 마는가. 영화에서 왜 우리 아이들은 안 되고 꼭 백인 아이들만 ET를 만나는가. 나라 현실은 정말 답답하기 짝이 없다. 국민이 우주에 관심이 없으니, 예를 들어, 우리 만화가들 중에는 우주를 잘 아는 만화가가 나올 수 없고 결국 우리는 일본에서 30년 전에 만들어진 <은하철도 999> 같은 만화영화조차 가질 수 없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당분간 우리나라는 아마 선진국들의 달이나 화성을 탐사하는 모습을 구경만 하는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가 우주탐사 계획에 참여할 수 있느냐 마느냐는 어떻게 보면 덜 중요한 문제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수준이 우주시대에 어울리는 우주문화를 갖느냐 못 갖느냐 하는 문제인 것이다.

언제까지 부러워만 하고 있겠는가. 우리는 하루라도 빨리 SF 같은 우주문화 상품을 우리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 어느 정보기관 건물 지하실에는 ET 시체가 냉동보관 중에 있다, 우리 공군 전투기 편대가 UFO를 추적했다, 우리 국가정보원 정보원이 ET와 교전 끝에 전사했다, 우리가 만든 로켓이 드디어 달에 도착했다, ……, 우리도 이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동해에 소행성이나 혜성이 떨어지는 영화를 만들면 자연스럽게 ‘East Sea’도 홍보할 수 있지 않을까.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 출처 : 국정브리핑, 2005. 2. 17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5-02-17 16:4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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