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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문제,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최근 일본의 시마네 현이 2월22일을 ‘독도의 날’로 정하는 조례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차에 주한일본대사의 독도발언으로 온 국민이 격분하고 있다. 영토를 지키겠다는 우리 국민의 결연한 의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에 대해서 강하게 나가라는 요구가 다시금 빗발치고 있다. 당연한 애국심의 발로다. 영토를 지키는 일에는 국민도 정부도 단호하고 강해야 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강한 것인가? 어떻게 하는 것이 애국하는 길인가?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간단치 않다.

‘독도는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나 우리의 고유영토이며 분쟁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단호하게 실효적 지배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 이것은 계기가 있을 때마다 우리 정부가 거듭 천명해온 입장이다. 우리 정부가 좀 더 강하게 나가지 못하고 판에 박힌 이 말만 되풀이 한다고 국민 다수가 정부를 질타한다. 그러나 이 말은 너무나 지당하기 때문에 평범해 보이고, 너무나 자주 들어서 진부하게 들리지만 이보다 다 강한 입장은 있을 수가 없다.


■ 바람직하지 못한 주한일본대사 추방

여기에는 일본이 뭐라고 해도 일축할 것이며 협상도 재판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의지가 농축되어 있다. 일단 독도가 분쟁대상이라고 인정하면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영토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협상과 재판밖에 없다. 어찌 우리 영토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협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어찌 우리 영토를 법정에 내놓고 주인을 찾아 달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독도는 우리의 고유영토이며 분쟁대상이 아니라는 것이야 말로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나라가 취할 수 있는 최강의 법적입장인 것이다. 자국의 영토에 대해서 영유권 도전을 받고 있는 나라들이 취하는 법적입장 중에서 이보다 더 강한 것이 어디에 있는가?

사회 일각에서 주한일본대사를 기피인물로 지정해서 추방하라는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 주장을 하는 분들의 기분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정부가 그런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강경대응의 함정을 생각해 보기 위해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한번 가상해 보자. 우리 국민들 중 많은 사람이 우리 정부가 오랜만에 시원하게 잘했다고 박수칠 것이다. 그래서 남는 것이 무엇인가? 일본 정부가 무서워서 영유권 주장을 포기하겠는가? 일본 정부는 속으로 만세 부르면서 영유권 주장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영유권 문제 때문에 일본대사를 기피인물로 지정해서 돌려보내면 전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본 정부는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부각시키려고 지난 50년간 노력해서 거둔 성과보다도 더 큰 성과를 일거에 거머쥘 것이다. 다른 강수도 이런 자살골이 아닌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혹자는 말한다. 우리의 영유권 논리가 확고하니까 재판소에 가서 깨끗하게 정리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국제재판의 생리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정교하게 짜여져 있는 국내법 체계에서도 재판의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다. 국제법 규범은 국내법에 비하면 훨씬 엉성하다. 특히 영토분쟁에 관해서는 성문규범이 전무하고, 판례에서 나온 원칙이 몇 가지 있을 뿐이다. 승소 확률이 100%가 아닌 한 우리 수중에 있는 영토를 가지고 재판소를 찾아가서는 안 된다. 국제재판에서 100% 확률은 있을 수 없다. 독도에 대한 우리의 영유권을 뒷받침하는 사료가 많지만 일단 재판소에 가면 사료 하나하나의 증거능력과 증명력을 어느 정도 인정해 줄지는 재판부가 판단하는 것이지 우리 국민이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 법적인 문제는 냉철한 논리로 판단해야

법적인 문제는 냉철한 논리로 판단해야지 뜨거운 가슴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다. 샌프란시스코 강화회의에 제출되었던 영국지도만 해도 그렇다. 어느 학자가 그 지도를 힘들여 찾아내어 보도되자 많은 사람들이 쾌재를 불렀다. ‘이제 일본은 할 말이 없게 되었다’고. 그렇다면 그 지도를 찾아내기 전에는 우리 영유권 논리가 확립되어 있지 않았더란 말인가? 그 지도를 보기 전에는 우리가 그토록 자신이 없었더란 말인가? 그 지도는 영국 정부가 전후처리를 위한 협상안으로 제출한 것인데, 애석하게도 강화조약에 그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다만, 독도가 한국에 귀속되어야 한다는 영국의 입장이 샌프란시스코 강화회의에서 상당한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다.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영유권은 우리가 확보하는 것이지 영국이 부여해 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그 지도에 열광하여 매달리면 우리 조상들이 구축해 놓은 영유권의 근거는 그만큼 평가절하 될 것이다.

국민은 격분하면 분노를 분출해도 좋고 또 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어떠한 경우에도 냉정을 잃어서는 안 된다. 국민이 뜨겁고 강하게 나갈 때에도, 정부는 차갑고 강하게 나가야 한다. 정부는 감정에 이끌려 충동적으로 견문발검해서는 안 된다. 독도를 위해서 정부가 할 일은 영유권에 대한 기존의 법적입장을 굳건하게 지키면서, 그것을 흔드는 요인을 막는 것이다. 그러면서 영유권 논리를 조용히 착실하게 보강해 나가는 길 밖에 없다. 우리가 고지를 점하고 있고 시간은 고지를 점한 쪽의 편이다. 그런데 우리 편에 있는 시간을 잘라서 상대편에게 안겨주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실현가능성도 없는 것을 가지고 한국 국민을 수시로 자극해서 양국관계에 지속적으로 해독을 끼치는 일본의 일부 지자체들의 언행 역시 이국이 아니라 해국에 불과하다.

[ 박춘호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 ]

< 출처 : 국정브리핑=밀리터리 리뷰, 2005. 3. 9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5-03-09 17: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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