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은 1950년 6·25전쟁 당시 더글러스 맥아더 사령관에게 전시 작전통제권을 인계했고 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뒤에도 계속적으로 유엔군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을 겸하고 있는 한미연합군사령관이 작전통제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한국군은 그동안 작전통제권과 관련해 두 개의 큰 업적을 이루었다.

첫째는 78년 한미연합군사령부의 창설을 통해 한국군이 처음으로 전·평시 작전통제권 행사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대략 50대50 비율로 편성된 한미연합군사령부에서 절반을 차지하는 한국군이 부분적인 작전권 행사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한·미 군사위원회, 한·미 국가통수기구에서도 한국군의 몫이 있다.

두 번째는 94년 12월1일 정전시 작전통제권(평시 작전통제권)을 한국군이 한미연합사로부터 인수한 것이다. 당시 한국군은 정보 능력의 제한, 전쟁 연습에 필요한 시뮬레이션 기법의 제한, 평시 위기관리에 필요한 C4ISR이라고 하는 지휘·통제·능력의 제한 등으로 핵심적 권한은 한·미 간 협정에 의해 `연합 권한위임'(combined delegated authority)이라는 명칭으로 한미연합사가 계속 행사토록 하고 부분적이고 상징적인 권한을 인수했다.

아쉽고 부족하지만 당시 우리의 능력에 기준할 때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두 가지 커다란 결실을 거둔 것이다. 우리가 진정한 자주국방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의 틀을 더욱 공고히 하면서 국방비 향상 및 정전시 작전통제권에 대한 보완이 시급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가 관심을 갖고 접근해야 할 중요한 두 가지 사안을 제기코자 한다.

첫째, 한·미동맹의 중요성이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정보획득의 협조 필요성, 무기·탄약·군수지원 등의 천문학적 전쟁비용 부담, 지상 보병전에서 연합지상작전의 필요성, 세계 여론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독자적으로 치르는 전쟁보다 연합동맹작전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에 호소해 이라크 연합작전에의 참여를 종용한 것도 그런 경우다. 우리는 이미 50여 년 동안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역사적으로 주변국과의 관계에서도 한국 자체는 물론 남북한 군사력을 합치더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국력의 차이는 심대하다.

일본의 군사비는 국내총생산(GDP) 1% 수준이지만 국방력은 우리보다 3~4배 월등하다. 무기·장비·지휘·통제 능력에 있어 세계 정상 수준인 일본이 향후 3~4%의 국방비를 투자한다면 우리와의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을 통해 경제를 한 단계 끌어올리면서 군사력 증강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2020년께 동북아 군사력 주도권뿐만 아니라 미국과 경쟁하는 국가로의 발돋움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주변 여건을 감안할 때 한국 역시 최대한 능력을 구비해야 하고 우선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절실히 인식해야 한다.

둘째, 우리가 인수한 정전시 작전통제권의 빈 부분을 차곡차곡 메워 완전한 평시 작전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미국은 한반도 전쟁 발발시 주한미군 외에 증원세력으로 여러 달 정도의 기간소요를 가지면서 미군 수십만 명, 항공기 수천 대, 다수의 항모전단을 투입하는 전쟁계획을 갖고 있다. 또 유엔사가 존재하는 한 6·25전쟁 참전 16개국 등의 참전도 이루어질 수 있다.

94년 북한 영변 핵 위기 발생 때처럼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 위기 발생시 위기조치권한을 한미연합사령부가 행사하게 된다. 위기조치의 중요 요소는 탄약 지원 등을 포함한 작전 능력도 필수적이지만 작전소요를 내고 작전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정보수단이 구비돼야 한다. 그러나 영상 정보 등 많은 정보를 미군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군의 입장에서는 대단히 어려운 부분이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은 능력제한으로 한국군이 인수한 평시 작전통제권은 재정적·기술적인 면을 포함, 보완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 즉 정전시 작전통제권을 완전 보완해야 실제적인 전시 작전통제권의 능력을 구비했다고 해석할 수 있으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우리는 독자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부분과 동맹을 통해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을 구분해야 할 것이다.

내실을 갖추지 못한 허상적 자주개념보다 우리의 진정한 자주의식을 바탕으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데는 과거 50년 동안 우리와 자리를 같이한 미국과의 동맹을 통해 효율적인 방어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국방비는 80년대 6%에서 계속 하락, 현재는 현상유지조차 어려운 GDP 대비 2.8% 수준이다. 세계 평균 국방비 부담률이 3.8%임을 감안하면 우리의 국방비는 현재 수준의 훈련·정비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다. 이런 현실에서 장차 미래 전력 증강 등 군사혁신이 과연 가능할지 매우 안타까운 실정이다.

3.8% 이상의 국방비 향상은 국민의 생존 차원으로 심각히 다가서고 있다. 전시 작전통제권 인수는 장차 우리가 인수해야 할 자주·독립국가로서의 몫이고 우리의 자존심이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로 인한 첨예한 시기에 무분별한 주한미군 재배치나 반미 등을 주장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한·미 연합 동맹의 틀은 한·미 간 군사적 결속뿐만 아니라 국가의 생존·이익 차원에서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중요한 동맹이다.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자주국방을 위해 국방비의 절대적 향상뿐만 아니라 국민과 군, 그리고 범정부적인 관심이 더욱 촉구되는 것이다.

< 출처 : 국방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