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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국산무기개발 비화 - 어뢰 백상어·청상어 (44)

백상어 연구팀은 해군이 도입할 독일 209급 잠수함 건조사인 HDW와 전투체계 제작사인 아틀라스사 방문을 통해 전투체계를 개조해 백상어를 잠수함과 직접 연동시키기로 방향을 잡았다.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되는 방안이었으나 별도의 약식 장비를 만들어 잠수함에 장착하기에는 잠수함 탑재 공간이 충분치 않았다.

당시 해군은 어뢰 국내 개발에 초기부터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조함단장인 김재환 소장, 허일 대령, 최기선 대령, 정충연 중령(대령 예편) 등이 백상어 개발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조함단은 독일로부터 확보하는 SUT 어뢰와 관련된 자료의 대부분을 어뢰 연구팀에 인계해 주었다. 이는 백상어 개발에 많은 도움이 됐고, 전투체계와 연동을 위한 일부 기술적인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한기택 연구원은 1991년에 해군 정비요원들과 독일의 함부르크·브레멘에서 실시하는 교육을 이수하고 이어 94년 2월에는 명노직·정현기 연구원과 함께 94년 2월 아틀라스사의 기술진과 더불어 공동으로 연동 연구를 수행했다.

아틀라스사는 수많은 경험과 전통을 가진 업체로 기타 무기체계와의 연동 사업 전반에 대한 개발 일정과 필요 자료 등 상당한 기반을 갖고 있었지만 그때 백상어는 선행 시제를 가지고 몇 번의 해상 시험을 거친 아주 초보적인 단계였던 터라 연동문서를 만드는 데 상당한 곤욕을 치러야 했다.

이때 아틀라스사의 연동 업무 담당자인 플루메케 씨를 만난 것은 연구팀에게 큰 행운이었다. 서구인같지 않은 동양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으로 기억되는 그는 연구팀이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해 줌은 물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기술적인 변경을 제안하는 등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연동문서 ICD(Interface Control Document)와 IDD(Interface Design Document)는 그렇게 한 달 반의 연구 끝에 작성됐다.

백상어를 잠수함에서 운용하기 위해서 탑재·하역 등에 관한 문제와 발사관과의 적합성 검토도 이뤄져야 했다. 직경 19인치로 개발된 백상어와 21인치의 발사관, 발사관 내부의 고정장치(Top Stop)와의 적합성, 그리고 잠수함 내부의 어뢰 이송 치구와의 연결성 등이 문제로 대두돼 백상어 부가물(Side Runner, Top Rug)의 설계 변경과 위치 변경이 수반됐다.

잠수함에서 공급할 수 있는 전원의 종류와 규격에 따라 백상어의 입력 전원과 소요 전력 특성도 새롭게 설계돼야 했다. 모두 실용시제에 반영됐지만 설계 변경은 연구진에게 만만치 않은 부담이었다. 연구팀은 설계 변경의 결과가 발사관에 문제 없이 적용되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백상어 더미 몸체를 제작하고 독일의 HDW로 수송, 직접 연동 시험을 수행하기도 했다.

연동을 위한 연구는 착착 진행됐지만 연구팀으로서는 기술 후발국가로서 비애를 느끼기도 했다. 현대적인 잠수함 전투체계는 단순히 무장을 운용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자체 훈련 기능과 무장 발사 후 임무 종료까지의 주행 중인 무장의 위치에 대한 정보를 운용자에게 공급하는 기능이 있다. 이 기능을 살리기 위해 전투체계 개발자는 운용하는 무장의 특성과 내부 로직에 대한 정보를 알아야 한다. 따라서 연구팀은 백상어의 동역학적인 특성과 로직에 대한 정보 일부를 제작사에 공급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 개발 무장이라도 마음대로 소프트웨어를 변경할 수 없는 제약, 전투체계를 국내 개발하지 않는 상황 하에서 연구팀으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점이며 비단 백상어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향후 우리가 공대공미사일을 개발한다 하더라도 독자적으로 개발한 전투기 체계가 아니라면 이 같은 상황은 재발될 수 있는 것이다. 기술의 독자 개발 중요성을 새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2006. 3. 13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6-03-13 19:0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