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뢰는 자체 추진장치로 수중을 항주해 수상함이나 잠수함을 공격하는 무기다. 전기모터나 엔진으로 추진되는 기존 방식의 어뢰들은 항주속도가 보통 30~50노트다. 가장 빠른 어뢰도 60노트를 넘기지는 못한다.

추진장치의 개선만으로는 어뢰의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없다. 수중에서 어뢰가 주행할 때 물의 표면마찰로 인해 받는 저항은 공중에서 로켓이 비행할 때 공기로부터 받는 저항보다 약 1000배 이상이나 되기 때문이다.

유일한 예외는 러시아의 수퍼 캐비테이션 어뢰(supercavitation torpedo·사진)다. 이 어뢰의 수중 항주속도는 무려 200노트(시속 360km)에 달한다. 1990년대 초 200노트급의 속도를 가진 러시아 어뢰가 존재한다는 정보가 서방세계에 전해졌다. 당시 서방 전문가들은 모두 잘못된 정보라고 생각했다. 기존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조차 없는 속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94년 러시아 해군지(誌)와 95, 99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국제방위산업전을 통해 200노트급의 속도를 가진 러시아 어뢰의 존재가 확인됐다.

속도의 비밀은 공동(空洞·cavitation)현상이었다. 이 어뢰는 주위에 인위적으로 공동현상을 만들어 물의 마찰저항을 줄인 상태에서 로켓으로 추진한다. 쉽게 말해 어뢰가 스스로 물속에 공기 터널을 만들고 그 속을 날아가는 셈이다.

수퍼 캐비테이션 어뢰가 장점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수퍼 캐비테이션 어뢰는 로켓을 사용하므로 엄청난 소음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어뢰에 음향유도장치를 장착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적에게 노출되기도 싶다. 하지만 여러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200노트라는 속도 자체만으로 가치가 있는 무기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이런 방식의 수퍼 캐비테이션 어뢰를 실용화한 나라는 러시아가 유일하며 독일이 실용화 직전 단계에 있다. 미국은 80년대 후반부터 수퍼 캐비테이션 어뢰를 연구하고 있으나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4. 2. 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