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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국산무기개발 비화 - 어뢰 백상어·청상어 (50)

“근접자기센서가 민감했던 탓 아닐까요?”

2003년 8월 21일 백상어 실사격 실패 소식을 들은 연구팀은 어뢰체계부장 이재명 박사 주재 아래 비상 대책회의를 가졌다. 사태는 지난번 실사 때보다 심각했다. 장장 5시간이 넘는 심야 토론. 연구원들은 근접자기센서가 너무 민감해 발생된 문제일 것이라는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근접자기센서가 민감하다는 것은 전자기파와 관련이 있다. 어뢰가 내쏘는 전자기파는 바닷물 속을 진행하면서 대기와 맞붙는 수면과 해저에서 반사현상을 일으킨다. 이렇게 수면에서 반사되는 신호(수면반사신호)는 표적에 부딪쳐 되돌아오는 반사신호(표적신호)와 유사하게 어뢰의 센서에 감응될 수 있는데 이 두 신호를 적절히 구분, 판단할 수 없게 되면 어뢰는 오폭하게 된다. 과거 독일과 러시아 해군의 어뢰 개발 자료들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보고된 바 있었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수면반사신호와 표적신호가 비록 유사하게 나타난다 하더라도 서로 다른 위상 특성이 있다는 점 때문에 수면반사신호를 쉽게 제거할 수 있다. 연구팀도 백상어에 이 같은 수면반사신호 영향을 방지하는 로직을 이미 적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오폭이 일어났을까.

백상어는 잠수함에서 일단 발사되면 처럼 항주할 일정 수심보다 높게 올랐다가(overshoot) 내려가면서 적절한 수심을 찾아 항주하게 된다. 이때 백상어가 수면으로 높게 올랐다 하더라도 수면으로부터 깊이가 충분(적당)하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뢰가 수면 가까이까지 과도하게 오버슈트한 후 하강할 때에는 일반 수면반사신호와는 다르면서도 표적과 유사한 신호가 발생, 감응할 수 있는데 연구팀은 이 점을 간과했던 것이다.

군 관계관 회의, 언론,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책임자 문책론이 잇달았다. 연구팀은 뼈저리게 반성하는 마음으로 겸허히 실패를 받아들였다. 이유야 어찌됐든 모든 운용 환경 조건을 충분히 고려해 개발하지 못해 발생한 실패에 대한 책임을 통감했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의 불명중의 원인을 과장 또는 왜곡한 보도와 이에 동조하는 네티즌들의 비난은 견디기 힘들 만큼 고통스러웠다.

다행히도 국내 개발 무기체계에 대한 국방부와 해군의 적극적인 이해와 지원 덕분에 백상어 실사 실패에 대한 정밀 원인 분석과 재실사의 기회가 주어졌다. 어뢰 연구팀은 백상어의 실사격 등 성능이 완벽히 증명될 때까지 주말은 물론 휴가를 모두 반납하고 단계적으로 세부 원인 규명과 해결책을 마련해 나갔다.

한편 품질관리소에서는 임만규 선임연구원을 주축으로 이창우 연구원 등이 이미 납품된 백상어 전량을 재검사해 그 결과를 국방부에 보고하고, 국방과학연구소는 나름대로의 기술적인 해결책과 향후 계획 등을 해군과 국방부에 보고해 필요한 지원을 확보했다. LG이노텍(현 넥스원퓨처)과 한화 등에서도 자체 제작한 부분에 대한 문제점 여부를 확인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연구팀의 보완 연구는 즉각 진행됐다. 먼저 근접자기센서의 수면 반사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육상 시험부터 시작했다. 9월 19일과 20일 부둣가에서 백상어를 크레인에 매달아 물속에 넣어 백상어가 수면 근처 얼마까지 접근할 때 수면을 표적으로 오인할 수 있는가를 점검했다. 이 시험에서 수심 0m에서 신호가 나타나고 이때 백상어의 기울기가 가장 커다란 영향을 준다는 내용을 확인했다. 이로써 연구팀은 어뢰의 수심과 그때의 기울기를 고려해 센서의 작동 범위를 미세 조정하면 백상어의 보완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연구팀은 또 해군의 지원을 받아 연습어뢰를 수차 발사하며 백상어가 다양한 심도를 주행하면서 수신하는 근접자기신호 크기를 측정하며 전투탄 사격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완벽히 재현해 내며 원인을 명확히 찾아 보완해 나갔다. 동시에 명예를 회복할 전투탄 사격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2006. 4. 24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6-04-24 20:5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