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군은 미·영 동맹군의 일방적 승리로 끝난 이라크 전쟁에 대해 현재 다각적인 분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군 기관지인 2003년 5월19일자 해방군보(解放軍報)는 소위 `인민전쟁'(人民戰爭) 개념에 입각한 이라크 전쟁 분석기사를 게재해 흥미를 끌고 있다.

인민전쟁이란 마오쩌둥(毛澤東)이 1945년 4월에 주창한 군사이론으로 전쟁수행에 있어 특히 인적 요소를 중시해 열세한 장비를 가진 군대가 우세한 장비를 갖춘 군대와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신념을 구현하는 전략이다. 인민전쟁은 유격전·섬멸전·지구전의 체계로 이루어졌으며 중국군은 특히 한국전쟁에서 미군에 대항해 인민전쟁을 적용, 승리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중국군이 주창한 전통적 군사이론인 인민전쟁의 측면에서 이라크 전쟁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군사분야에 있어 첨단기술의 광범한 운용은 현대전의 작전공간·작전규모 및 작전형태에 심대한 변화를 발생시켰지만 전쟁수행 과정에 있어 인적 요소의 결정적 역할을 대체할 수는 없다.

전쟁은 인간이 주체가 돼 이루어지는 무력대항이며 무기체계는 인간에 의해 지배·운용되는 수단이다. 첨단무기체계는 현대전에서 더욱 양호한 전쟁수행 조건을 제공해주지만 인적 요소의 주도적 지위와 결정적 역할은 결코 변화될 수 없는 것이다.

이라크 전쟁에서 보듯이 미·영 동맹군은 첨단정찰 시스템과 정밀유도무기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라크의 민간에 감춰진 800만 정의 소총과 이라크의 준군사조직을 매우 두려워했다. 미군은 개전 후 일주일 이내에 바그다드로 진격할 것이라고 호언했지만 전쟁 초기 이라크군과 민병의 효과적 분산 및 저항으로 인해 부득이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을 바꾸었다. 이는 첨단기술전 하에서도 `약한 것으로 강한 것에 대항'(以弱抗强)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으며 인적 요소의 우세를 발휘할 수 있는 인민전쟁의 가치를 증명해주는 것이다.

둘째, 중국군이 현재 채택하고 있는 `적극방어전략'은 대륙·근해에서의 방어작전 수행이 중점이다. 현대전에서 어떠한 침략자도 타국(他國)에서의 작전·지형의 불리함, 원거리 기동, 보급 곤란 등의 불리한 요소의 제약을 벗어날 수 없다.

예를 들면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 장거리 기동을 한 기갑·기계화부대, 이라크 내륙에 분산 침투한 특수부대 및 공정부대들은 이라크군의 기습에 노출되는 취약성을 면할 수 없었다. 중국은 인적 자원이 풍부하고 잘 훈련된 예비전력이 충분히 확보돼 있으며 광활한 국토, 복잡다양한 지형은 인민전쟁을 수행하는 데 양호한 전장조건을 제공하고 있다.

셋째, 중국군의 무기장비는 서방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해 있지만 단순히 무기체계에 의존해 전쟁에서의 승리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인민전쟁의 우세를 최대한 발휘해야만 비로소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발휘하며(避短揚長), 약한 것으로 강한 것을 이길 수 있는(以弱勝强) 것이다.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 이라크의 농민들은 간단한 무기로 미군의 아파치 헬기를 격추시켰다. 이는 인민대중을 고무하고 그들이 능동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직된다면 무기장비의 열세를 극복, 효과적으로 적에게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또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 미·영 동맹군은 시종 이라크의 수뇌부와 수도를 작전의 중심(重心)으로 삼고 지속적으로 바그다드 등 이라크의 주요 도시에 대해 대규모 정밀타격을 실시했다. 이것은 정치·경제·과학기술·문화 중심지 및 교통요지인 중·대도시가 현대전에서 피아 교전의 중요한 전장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대비한 도시 대공방어 능력 및 시가전 수행 전술의 향상이 매우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걸프전과 비교해볼 때 미·영 동맹군이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 맡은 작전임무는 더욱 가중됐으나 실제 동원된 병력은 걸프전의 절반 수준이었다. 그리고 대규모 작전 수행에 소요된 시간 또한 걸프전 당시의 2분의 1이나 단축됐다. 이는 정보전을 핵심으로 하는 첨단기술 장비의 광범한 운용에 기인한 것이다.

이라크 전쟁은 장거리무기·정밀유도무기 및 각종 야시장비 등 고성능 첨단장비의 운용에 따라 인민전쟁의 전통적 전법에 새로운 도전을 제기했다.
중국은 정보화 조건 하에서의 미래전에 대비, 현용 무기체계를 최대한 활용해 낮은 것으로 높은 것을 제압하고(以低制高), 약한 것으로 강한 것을 이기며(以弱勝强), 열세한 장비로 우세한 장비를 보유한 적을 이길 수 있는 수단·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심리전 및 비정규전 전법을 부단히 연구, 인민전쟁의 전술·전략적 이론체계를 발전시키고 풍부하게 해야만 할 것이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서방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한 무기체계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군은 첨단무기체계가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현대전에서도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효과적 대안으로 인적 요소의 역할을 중시하는 인민전쟁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중국의 현실과 여건에 더욱 부합하는 군사전략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현재 중국은 국력과 국제적 위상에 상응하는 국방력을 확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중국군은 정보화·기계화를 중점으로 하는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 중이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21세기 중반까지 군 현대화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중국군은 향후 전통적인 인민전쟁 전략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무기·장비 현대화 및 군 구조개혁 등을 통한 첨단 군사력 건설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6. 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