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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파트라는 이집트 마지막 파라오"
로마 황제 옥타비아누스가 '요부'로 깎아내려
아버지 프톨레마이오스 12세 사후 이집트를 공동통치하게 된 오누이이자 부부인 클레오파트라와 프톨레마이오스 14세는 통치 초반기에 이미 주도권을 놓고 삐거덕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양진영은 일단 화해하면서 다시 이집트는 두 군주가 통치하는 체제로 돌아갔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테베 신전 사제들이 기원전 48년 9월에 작성한 비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아버지를 사랑하는 신들인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와 파라오 클레오파트라."
이처럼 클레오파트라는 이미 생전에 이집트 사람들에게는 살아있는 신인 파라오였다.
이 비문이 작성된 무렵, 이집트는 이미 로마의 독재자로 대두한 카이사르 수중에 있었다. 흔히 말하기로는 이때 이미 클레오파트라는 카이사르의 정부가 되어 있었다고 한다.
흔히 클레오파트라라고 하면 피부가 까무잡잡한 미인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는 그리스, 더욱 정확히는 알렉산더대왕의 이집트 정벌과 통치에서 비롯된 마케도니아 혈통이었다.
플루타르코스에 의하면 그는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모국어인 마케도니아어는 물론 그리스어에도 능통했을 뿐만 아니라 선왕들과는 달리 토착민의 언어인 민간 이집트어도 능숙하게 구사했다"고 전해진다.
'그리스식'으로 교육받고, '그리스식'으로 옷을 입었으며, 그리스어를 말한 클레오파트라는 도대체 어떤 인물이었을까? 서구의 지식인들이 워낙 그를 사치와 방탕의 요부(妖婦)로 그렸기에, 그의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를 둘러싼 전설과 신화를 벗겨낼 필요가 있다고 프랑스 생드니 파리8대학의 역사학자 마르탱 콜라는 강조한다.
프랑스어 원전은 2001년에 출간됐으며 최근 국내에 완역된 '마지막 파라오 클레오파트라'(해냄)에서 저자 콜라는 클레오파트라와 동시대 인물들인 카이사르나 키케로는 물론이고, 플루타르코스와 같은 후대 사람들의 기록에 대한 정밀한 분석을 통해 실체 접근을 시도한다.
저자에 의하면 클레오파트라는 '유혹자'가 아니라 '통치자'였다. 살아있는 동안 이집트 왕국을 다스리는 여왕인 그는 정치적ㆍ종교적 권력을 통해 절대적 여신으로 추앙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집트를 속주로 삼아 직접 통치를 꾀하고자 하는 로마의 지도자들을 설득해 '이집트의 보호자'로 만들었으며, 이를 발판으로 로마와는 '대등한' 외교협상을 벌인 뛰어난 정치 지도자였다.
첫 번째 정부(情夫)인 카이사르에게도 그러했으며, 그가 암살된 뒤 새로운 로마의 강자로 부상한 안토니우스의 정부가 되어 그와 함께 11년 동안 이집트를 공동통치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탕하기 짝이 없는 요부라는 이미지는 언제, 누구에 의해, 어떤 의도로 만들어졌을까?
콜라는 안토니우스의 정적이었으며, 결국 그를 타도하고 로마 황제로 등극한 옥타비아누스 일파를 주범으로 지목한다. 즉, 옥타비아누스는 안토니우스와의 전쟁을 시작하면서 이 라이벌이 로마에서 누리던 긍정적인 이미지를 파괴해야 했다. 이런 정치적 의도에 따라 안토니우스의 정부인 클레오파트라 역시 요부로 탈바꿈했다는 것이다.
임현 옮김. 552쪽. 2만5천원.
< 출처 : 서울=연합뉴스, 2006. 5. 25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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