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방부장관은 “우리 힘으로 국가방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국방예산이 필요하며 우선 내년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3.2%는 돼야 하고 연차적으로 3.5% 수준까지 상향 조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국방예산 증액 요구가 단지 국방부 차원에서 요구하는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다. 과거 군사정권에 대한 부정적 인식, 일부 무기도입 비리의혹 등으로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함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따라서 국방을 책임지는 장관의 예산 증액 요구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범정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로 채택해 추진해야 한다. 왜냐하면 현재 국방예산 부족으로 제대로 된 전력증강을 추진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국내개발 및 생산기반 붕괴로 자주적 국방건설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군은 10년, 20년의 중장기적 전력투자 계획을 수립, 제한된 예산으로 좀 더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전력투자를 추진하고 있으나 예산편성 단계에서 번번이 삭감돼 획득사업이 지연되거나 획득수량이 감소하고 몇몇 사업은 전면 취소되기도 했다.

이러한 일들이 매년 반복됨으로써 현대화한 군사력 개선을 간절히 요구하는 군은 사기가 저하하고 나아가 전투력 발휘가 곤란한 입장에 있다.

국력에 맞는 국방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신 무기체계 확보가 필수적이나 현재 전력투자 규모로는 새로운 전력투자는커녕 도태무기를 보충하기에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전력투자로 미래전쟁을 준비하기는 근본적으로 곤란하기 때문에 결국 미군에 의지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자주국방은 하나의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한편 중장기 전력투자 계획이 흔들림에 따라 장기적인 연구개발과 생산계획을 추진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자주국방을 위해 30년 간 구축한 국내 방위산업은 붕괴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대부분의 방위산업체는 40~50% 수준의 생산 가동률로 경영악화 상태이며,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방위산업 참여를 기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연구개발을 못하면 고가의 무기체계를 모두 국외도입해야 하므로 이로 인해 국내 방위산업은 붕괴되고 결국 자주적 군사력 건설은 불가능해질 것이다.

군은 국민과 국가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군사력 건설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 이러한 의지와 의욕을 증폭시키기 위해 국방부장관이 요구한 적정 국방예산을 시급히 편성토록 해야 할 것이며 국방부는 국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국방예산을 더욱 더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 국방일보 객원논설위원·국방연구원 무기 체계연구센터장 최성빈 〉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6. 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