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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국산무기개발 비화 - 어뢰 백상어·청상어 (59)

음향탐지부에 요구되는 신호처리 기능을 할 수 있는 탐색 시제는 길이가 120㎝나 됐다. 성능은 둘째치고 우선 길이를 3분의 1로 줄여야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에는 모험과도 같은, 방산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모든 회로소자를 표면실장소자(SMD:Surface Mounted Device) 타입으로 교체하면서 한 장의 보드에 많은 채널신호를 처리하기 위해 기판을 8층으로 제작했다.

이렇게 주어진 공간에 회로 구현에 성공하면서 진동·충격시험을 거뜬히 통과했다. 그렇지만 채널 상호 간섭에 의한 전기적 소음이 증가하는 등 요구되는 성능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

부품의 재배치, 송·수신 간 신호분리, 차폐, 각 채널별 하이브리드 IC 모듈 제작 등이 필요했고, 수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었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시제업체인 넥스원퓨처의 많은 연구원은 이를 극복하는 데 6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드웨어적인 면 외에 신호처리 알고리듬·로직을 구현하는 소프트웨어에서도 특수한 신호를 처리하는 신호상관기(Correlator)를 적용해야 하는 것이 어려웠다. 여기에는 기존에 사용되는 신호처리 알고리듬보다 약 20배의 고속신호처리가 요구됐다. 중앙처리장치(CPU)를 병렬로 연결하면 가능했지만 한정된 공간에 적용할 수는 없었다.

이미 제작된 하드웨어를 사용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2년여의 시간이 소요됐다. 오랜 시간이 투입됐지만 탐지·추정 알고리듬은 그만큼 독창적이었다는 점이 자랑이다. 신호처리 속도가 요구만큼 향상됐고 메모리 소요도 극히 적었다. 이에 따라 한정된 공간 내에서 ‘고이득 저소음’의 신호처리기와 실시간 고 분해능 탐지기가 성공적으로 개발돼 선진국의 음탐부보다 성능이 우수한 어뢰 음탐부를 국내 독자적으로 개발하게 됐다.

연구팀은 여러 종류의 시험으로 음탐부의 성능을 검증하는 동시에 최적의 탐지기가 되도록 탐지 변수를 최적화하는 과정을 수행했다.음탐부의 기본 성능을 육상에서 검증하는 음탐부 HILS 시험에서 수조에서 잠수함 표적의 반향 특성을 분석하는 축소모형 시험, 해상에서 실제 잠수정·잠수함에 대해 자료를 획득하고 개발된 음탐부의 성능 검증을 위한 음탐부 해상 시험(POSSUM 시험), 연습 어뢰를 이용한 해상 발상 시험 등이 포함됐다.

미국에서는 실제 잠수함에 대한 반향 특성 분석을 위해 호수에 잠수함을 설치하고 부근에 레일을 깔아 체계적인 자료를 획득하는 시험 시설이 있으나 국내에는 이러한 시설이 없기 때문에 잠수함 축소모형 시험과 음탐부 해상 시험으로 그에 준하는 자료를 획득할 수밖에 없었다.우선 단순한 실린더 형태부터 실제 잠수함의 20분의 1로 축소된 잠수함 축소모형 등 4종류의 모형을 제작, 시험함으로써 잠수함 형상에서 반향되는 신호를 형상에 따라 분류해 분석할 수 있는 경험을 축적했다.

실제 잠수정·잠수함 대상의 음탐부 해상시험에서는 수중에서 잠수함이 정지된 상태로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여러 형태의 기동 패턴을 정해 이에 따라 자료를 획득하고 분석했다. 그 결과 미국이 엄청난 시험 시설을 통해 구축한 자료와 유사한 형태의 자료를 획득, 잠수함의 갖가지 자세별 반향 특성에 따른 최적의 탐지 성능과 검증 기능을 갖게 됐다.1990년, 당시 어뢰체계부장이었던 박성희 박사(현 2체계개발본부장)는 탄두·탄약부 회의실에서 어뢰체계 소개 세미나를 열고 경어뢰의 발전 추세를 소개하면서 기존 탄두와는 다른 형태의 탄두 개발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것은 곧 그 같은 종류의 탄두를 개발해달라는 의뢰이기도 했다.탄두에 적용된 새로운 기술은 다름 아닌 성형작약(Shaped Charge) 기술이었다. 성형작약은 대전차고폭탄(HEAT)에 적용되는 기술로 화약의 폭발에너지를 한쪽 방향으로 집속시켜 철판 등 두꺼운 표적을 관통하는 일종의 지향성 에너지 탄두 설계 기술이다.당시 탄두·탄약부는 많은 과제를 수행하고 있어 신규 사업 착수가 어려운 실정이었다. 하지만 이창화 부장(퇴직)은 그동안 응용 연구 등으로 축적된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탐색개발 시작 연도인 93년부터 적극 참여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2006. 7. 3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6-07-03 18:5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