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대함유도무기와 전방관측 적외선장비 개발 비화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교훈 얻어

2002년 실시된 첫 함대함유도무기 비행시험에서 함정을 전파적으로 모사한 바지선 표적의 한쪽 옆을 명중시켰다. 그런데 해군 관계관이 “함정의 중앙을 맞혀야 제대로 명중이지 아무 데나 맞히기만 하면 다 명중이냐”며 이의를 제기했다.

국과연 연구진은 이 ‘명중(命中)의 정의’가 향후 소요군인 해군의 운용시험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명중률 판정을 위한 묘안으로 유도탄에 몰래카메라를 달았다.

벼락치기로 밤을 새워가며 영상 송수신장치를 만들어 2001년 12월 비행시험에 적용했다. 그 결과, 유도탄이 목표물에 호밍해 가는 장면을 실시간(real time)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잘못되는 경우에는 유도탄이 바닷물로 빠지는 실패 사례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불상사’를 당한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용기를 잃지 않고 모든 시험에 이 몰래카메라가 사용됐고 매번 명중 장면을 보여줘 ‘관람객’들을 즐겁게 했다.

헬기탑재용 전방감시용 관측장비와 관련된 뒷얘기는 공상과학소설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특히 공군 HH－47 헬기의 주 임무는 실종된 조종사의 탐색 구조용이다. 그런데 바다 또는 강물에 빠져 있는 조종사 구조작업 상황에 대비, FLIR 장비에 방수능력이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 공군의 요구사항이었다. 육군과 해군에는 없는 이 요구가 연구진을 괴롭힐 줄은 미처 몰랐다.

연구진은 어쨌든 체계개발동의서(LOA)에 방수능력이라 적혀 있으니 개발을 해야만 했다.

그런데 국과연 개발 장비는 작아야 한다는 요구사항 때문에 출력이 큰, 즉 크기가 큰 모터를 쓸 수 없었다. 실의 재질을 분석하고 마찰력을 계산해 실험실 수조에서 시험을 하는 등 수십번의 시행착오 끝에 겨우 성공을 한 듯했다. 그런데 헬기가 고도를 상승했다 내려오면 장비가 당분간 작동을 못하는 것이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듯이 기발한 아이디어가 도출됐다. 즉, 구동기 내외부를 연결해주는 별도의 압력해소관을 설치하되 FLIR 장비가 물에 잠기면 물의 부력으로 압력해소관이 차단되도록 하는 장치를 고안한 것이다.

공군에서는 방수능력이라는 숙제를 가지고 고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운용시험의 하이라이트를 방수시험에 맞춰 준비했다. 그래서 운용시험의 마지막 날 그 큰 HH－47 헬기는 충주 조정지 호수에 내려앉아 30분간 마치 배처럼 전진했다. 그런 비행을 3회 반복 시행한 후 비행장에 돌아와서는 장비를 하나하나 분해해 가며 장비 내부의 물기를 찾는 시험이 진행됐다. 결국 시험관은 물기를 찾는 데 실패(?)했고 전방가시용 관측장비 개발에 성공했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