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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 국산무기개발 비화 - 어뢰 백상어·청상어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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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기·함정에서 발사되는 청상어에는 왜 낙하산이 달려 있을까. 청상어는 공기 중에서 수중으로 입수한 후 일정 시간이 지나 추진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때 발사 순간에서 초기 기동까지의 어뢰 거동을 제어하기 위해 낙하산이 장착된다.
낙하산은 청상어가 항공기에서 발사될 때 공중에서의 자세를 안정되게 하고 속도를 감속시켜 입수 충격을 줄인다. 또 입수 후에는 수중에서의 침하 속도를 줄이고 추진부 작동에 적합한 자세를 구현하는 역할을 한다. 추진 전지가 정상 작동돼 프로펠러가 기동하면 낙하산은 어뢰에서 분리돼 나간다.
낙하산은 4단계 과정을 거쳐 개발된다. 발사체계의 어뢰 운용 환경과 어뢰에서 필요로 하는 요구 조건의 결정, 낙하산 형상 설계와 발사체계와의 기구적 인터페이스 설계, 시험 평가와 운동 시뮬레이션, 마지막으로 어뢰 발사 시험에 의한 최종 성능 확인 등이 그것이다.
낙하산의 운용 환경과 요구도는 초기 탐색연구에서 결정되므로 실제적인 개발 과정은 형상 설계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무방하다. 원하는 입수 속도와 수중 운동 등을 고려해 항력 등과 같은 주요 설계 변수와 주요 형상, 크기 등이 결정되면 모형을 제작, 풍동 시험으로 확인 과정을 거쳐 시제품을 만들게 되고 일차 시제품 설계가 완료된다.
동시에 낙하산 초기 전개 기구나 발사체계와의 간섭 등을 고려한 기구부 메카니즘 설계 및 시제품도 일차 완성되고 이때부터 가장 많은 노력과 시행착오를 수반하는 시험 평가 과정이 시작된다. 시험 평가는 국내 개발 여건상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들고 많은 데이터 획득보다 주요 결과를 확인하는 식의 현실적인 방법을 채택했다.
낙하산 검증에서는 청상어가 공중에서 발사된 후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속도·자세로 도달하는가의 확인이 가장 중요하다. 연구팀은 우선 시험탄을 육상에서 투하, 탄도를 확인하고 헬기와의 간섭 여부를 확인하는 시험을 갖기로 했다. 한국화이버에 있는 약 30m 높이의 타워를 이용했다. 투하 시험을 위한 장비와 시설을 설치해 헬기에서와 유사하게 떨어뜨려 낙하산의 초기 전개 기능과 항공기 간섭 등을 사전에 간접적으로 확인했다.
고도를 높여 나가며 시험할 때 시험탄 보호와 안전을 위해 바닥 완충재와 울타리를 설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험탄은 파손되고 울타리는 물론 주변의 나무도 부러지는 등의 크고 작은 일들이 벌어지곤 했는데 실제 헬기 투하 시험은 해병대가 관할하는 강원 ○○해안에서 1996년 12월에 이뤄졌다.
추운 날씨 속에 시험 해안에 도착, 세부적인 시험을 진행하자니 미처 예상치 못한 기술적·안전상 문제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비행대 관계자들의 정확한 판단과 적극적 참여가 시험을 원활히 수행하는 바탕이 돼 줬다.
첫 투하 시험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낙하산은 정상적으로 전개되지 않았고, 당연히 시험탄 궤적도 엉망이었다. 더욱이 시험탄은 바닥에 부딪치면서 세 동강이 나 백사장 여기저기에 나뒹굴었다. 하나는 바닷물에 들어간 상태였다. 차량과 인력을 동원한 시험탄 회수 작전에 돌입했지만 이마저 수월치 못했다. 트럭 바퀴는 모래에 빠지는 등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 허둥대며 오후 시간을 다 보냈다. 저녁에는 낙하산을 수정하고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해 조각난 시험탄을 재조립했다. 아침에는 또 탑재하고 백사장에 나가기를 며칠 반복했다.
모래 깊숙이 박힌 시험탄을 뽑아 내 백사장을 끌고 다닐 때는 ‘첨단 무기체계를 개발한다는 연구원이 이게 무슨 꼴인가, 식구들이 보면 뭐라고 할까’ 하면서 웃음 짓기도 했다. 이렇게 5일간 여덟 번의 투하 시험을 수행하고 1차 원정을 마무리하면서 헬기와의 간섭에 대한 두려움은 말끔히 씻을 수 있었고, 낙하산 전개 기구에 대한 개선 방향을 도출해 설계 보완에 적용할 수 있었다. 1997년 말까지 이 같은 원정이 모두 네 번. 이를 통해 연구팀은 헬기 낙하산의 기본적인 설계를 완성하고 향후 P - 3C 초계기용 낙하산 설계와 시험 평가를 위한 자료도 충분히 쌓을 수 있었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2006. 7. 31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