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달카날 전투는 1942년 6월 미드웨이 해전에서 일본 해군에 첫 패배를 안겨 준 2개월 뒤부터 약 반년 동안 벌어졌다(1942년 8월~43년 3월). 태평양 전쟁에서 미군이 처음으로 상륙작전을 벌여 승리한 대규모 전투다.

미드웨이 해전과 과달카날 전투를 고비로 미군은 태평양 전쟁의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전쟁 초반 솔로몬 군도·마셜 군도·마리아나 군도 등을 잇달아 점령하면서 기세를 올리던 일본군은 점점 옹색한 처지로 내몰려갔다.

솔로몬 군도에 속하는 과달카날은 지름 6km의 작은 섬이지만 태평양 전쟁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섬이었다. 과달카날에 비행장을 닦은 일본군이 이 섬을 발진기지로 삼을 경우 호주마저 넘볼 수 있었다. 과달카날 전투가 이어지면서 미·일 양국 해군은 주변 바다에서 모두 세 차례의 큰 해전(과달카날 해전 또는 솔로몬 해전)을 벌였고 40척이 넘는 배강 가라앉았다. 그래서 그곳은 ‘쇠 바닥 해협’(Iron Bottom Sound)으로 일컬어진다.

과달카날 전투를 다룬 명화가 ‘씬 레드 라인’(The Thin Red Line·테렌스 멜릭 감독·1998년·170분)이다. 과달카날 전투에 실제로 참가한 제임스 존스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 영화는 처절한 전투 장면과 더불어 인간의 삶과 사랑, 그리고 전쟁 공포와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영화다(아카데미영화상 7개 부문 후보작·베를린 국제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영화는 과달카날 섬에 상륙한 미 해병대가 일본군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쳐 고전하자 미 육군이 후속부대로 상륙, 전투를 벌이는 내용이다.

장군 진급을 꿈꾸는 톨(닉 놀테 분)대령은 무리한 정면돌파를 고집한다. 병사들은 일본군이 벙커를 구축한 고지를 점령하려다 큰 희생을 치른다. 개프(존 쿠색 분)대위는 군법재판에 넘겨질 각오로 대령의 공격명령을 거부한다. 그런 긴장된 순간들을 겪으며 특공대원들이 마침내 진격로를 튼다.

영화의 주인공은 탈영병으로 과달카날 섬 원주민들과 지내다가 다시 전선에 뛰어드는 위트(짐 카비젤 분)일병이다. 그는 격전을 치른 뒤 정신을 잃고 떠는 일본군 포로들을 연민의 눈길로 바라본다. 영화 속 벨(벤 채플린 분)일병은 문득문득 젊은 아내와의 아름다운 추억들을 떠올린다. 그녀로부터 “공군장교와 사랑에 빠졌으니 이혼해 달라”는 편지를 받고 고민하는 모습은 관객들의 가슴을 저미게 한다.

영화 끝 무렵 위트 일병은 겁에 질린 어린 병사들과 함께 정찰 임무를 띠고 나선다. 그러나 한 무리의 일본군과 마주치자 동료들을 구하려고 그들을 따돌리려다 끝내 죽음을 맞이한다. 위트 일병을 아끼던 웰시(숀 펜 분)상사는 그의 시신을 땅에 묻고 쓸쓸히 돌아선다.

평론가들로부터 ‘시적인 이미지로 채운 한 편의 전쟁 서사시 같다’는 평을 들은 영화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4. 3. 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