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독일은 폴란드 침공 뒤인 1940년 5월 전격전(blitzkrieg)을 펼쳐 서유럽 베네룩스 3국은 물론 프랑스까지 항복을 받아냈다. 작전 개시 6주 만의 일이었다. 히틀러 휘하의 장군들은 도버 해협을 건너 영국을 침공하는 작전을 짰다. ‘ 바다사자’라는 이름의 도하(渡河)작전은 그러나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다. 당시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영국 해군의 위력과 공군의 필사적 저항 때문이었다.

1940년 여름부터 독일 공군 총사령관 헤르만 괴링은 ‘독수리작전’이라는 이름 아래 영국의 공군기지와 방공망을 두들겼다. 나치 공군(Luftwaffe)은 이어 런던을 비롯한 대도시들을 폭격, 숱한 민간인 사상자를 냈다. 650대의 전투기를 보유한 영국 공군은 4대1의 비율로 수적으로 우세한 독일 공군을 맞아 고전했다. 군사(軍史) 연구가들은 이를 ‘영국 대회전’이라 부른다.

그 시기를 다룬 영국 영화가 ‘공군 대전략’(Battle of Britain·가이 해밀턴 감독·1969년·132분)이다.

스피트파이어· 허리케인 등 당시로서는 최신예 전투기들의 공중전과 하인켈·슈투카 전폭기 편대의 공습을 그렸다. 영국 상공에서 벌이는 처절한 공중전이 매우 사실적이다. 국내 TV 영화에 소개됐을 뿐 아직 비디오로 나오지 않았다.

전쟁 초반 독일 공군의 파상 공세를 겪은 연합군은 그 뒤로 공세에 나섰다.

미국 영화 ‘정오의 출격’(Twelve O'clock High·헨리 킹 감독·1949년·132분)과 미·영 합작 영화 ‘멤피스 벨’(Memphis Belle·마이클 케이턴 존스 감독·1991년·107분)은 노르망디 상륙작전(1944년 6월6일) 훨씬 전에 B-17기를 몰고 서유럽 전선에 나섰던 하늘의 사나이들이 주인공이다.

조종사들이 느껴야 하는 심리적 긴장을 주제로 한 명화가 ‘정오의 출격’이다.

영국 주둔 미 제8공군 918공습단장으로 새로 온 새비지(그레고리 펙 분)준장은 장교 클럽 문을 닫는 등 군기를 잡으며 조종사들에게 보다 낮은 고도에서의 정밀폭격을 요구한다. “우리는 전쟁 중이다. 두려움이란 정상적인 것이다. 내일에 대해 계획을 세우지 말라.” 그는 스스로 출격에 나서는 모범을 보인다. 그러나 긴장한 나머지 쓰러지고 만다. 파일럿 세계의 인간적 모습을 보여 주는 명화다.(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후보·조연 남우상 수상)

미 제8공군 소속 B-17 전폭기 멤피스 벨의 25회째 마지막 출격 목표는 독일 브레멘. 기장 디어본(매튜 모딘 분)대위는 작렬하는 대공포화 속에서 목표물이 보이지 않자 더욱 고도를 낮추며 말한다. “우리가 제대로 폭격하지 않으면 민간인들이 다칠 뿐만 아니라 누군가 다시 폭격하러 와야 한다.” 공중전 장면의 일부는 1944년에 만들어진 기록 필름에서 따와 사실감을 높였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서유럽에서의 제공권을 차지하려는 싸움에는 25만 대쯤의 항공기가 동원됐다. 숨진 항공 승무원 숫자만도 약 20만 명에 이른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4. 4. 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