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동해안은 태백산맥으로 인해 내륙과의 연락이 쉽지 않은 지형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예전부터 이 지역의 방어는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기 어려운 여건을 가지고 있다. 휴전선의 동쪽 끝을 이루고 있는 강원도 고성군에는 주민 스스로 외침을 막아내기 위해 축조한 산성이 여러 곳에 존재했다.

현내면의 고성산성(高城山城)과 간성읍의 읍성(邑城)을 비롯해 토성면 봉포리와 죽왕면 삼포리에도 성터가 남아 있다. 그러나 이 성들은 지금 그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 가운데 비교적 성벽의 일부가 남아 있어 성곽의 규모를 확인할 수 있는 산성이 일명 고성산성(古城山城)으로 불리는 금수리(金水里)산성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고성산의 석성은 군의 남쪽에 있으며 둘레가 1140보”라고 기록돼 있고, 조선총독부가 발간한 ‘조선보물고적조사자료’에는 “고성군 군내면 금수리 부락의 서남쪽 고성산 정상에 산성이 있는데 둘레가 약 360칸”이라고 했으며, ‘전국유적총람’에도 “금수리산성은 일명 고성산성이며 자연석 난층 쌓기로 돼 있는데 고려 초에 쌓은 것으로 둘레는 2565척으로 석축이 많이 남아 있다”고 기록돼 있다.

이처럼 산성의 위치와 개략적인 규모는 일찍부터 알려져 있었다. 이 산성이 어떤 목적으로 언제 쌓았는지, 그리고 현재의 보존 상태가 어떠한지는 제대로 조사된 적이 없다. 1995년 강릉대가 펴낸 ‘고성군의 관방유적’에서도 산성을 직접 조사하지는 못했다.

육군박물관은 휴전선 일대 국방유적 지표조사 10년 사업의 마지막 해인 2003년에 강원도 고성군의 국방유적을 조사하면서 이 금수리산성에 대한 지표조사를 실시했다. 금수리산성은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금수리 산 116번지 일대 해발 297m의 고성산 정상에 위치하고 있다.

산성의 남쪽으로는 남천, 북쪽으로는 북천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흘러 동해로 들어가고 있으며 산 정상에서는 간성읍과 그 인근 지역의 해안은 물론 속초까지 조망되는 전략적 요충지다.

산 정상부는 1만여 평의 평지로 여기에 우물터가 남아 있어 많은 사람이 장기간 기거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금수리산성은 산 정상부의 평지를 따라 자연석을 약간 다듬어 쌓은 산성이다. 산성의 둘레는 633m로 확인됐으며 성벽의 외부는 가파른 경사를 이루고 있어 외부의 공격을 막아내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육군박물관의 조사 결과 석축이 남아 있는 곳은 서남쪽 성벽 한 곳과 동쪽 성벽 두 곳, 그리고 남쪽 성벽 세 군데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성벽이 무너져 내렸고 남아 있는 곳도 성벽의 상층부가 온전히 남아 있지 않았다. 남아 있는 성벽의 규모는 높이가 1.5m 내외로 그리 높지 않은 편인데 축조 당시 성벽의 높이는 이보다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

성벽에 사용된 면석은 흑회색 현무암으로 크기는 가로·세로 3㎝ 정도에 길이는 50~70㎝로 길쭉한 돌을 사용했으며 성벽 내부는 잡석과 흙으로 채웠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결과 기와 조각 22점과 토기 조각 8점이 발견됐다. 무늬가 다른 여러 종류의 기와·토기 조각이 발견돼 산성이 축조된 후 여러 시대에 걸쳐 산성 안에 사람이 살았음을 알 수 있으며, 가장 오래된 기와·토기 조각은 신라 말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보아 산성의 축조 시기는 신라 말 또는 고려 초로 추정됐다.

고려 고종 4년(1217)에 거란족이 침입했을 당시 이 산성에서 전투를 벌인 것으로 전해지는 것으로 보아 고려시대까지는 이 산성이 실제 외적의 침입에 대항하기 위해 사용됐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선 세종대에 연해지역의 방어전략이 산성으로부터 읍성 위주로 전환되면서 간성 읍성이 축조되자 이 금수리산성은 간성 읍성의 배후로서 그 기능이 약화돼 그 후로는 거의 방치돼 왔던 것 같다.

그러나 동해안 지역의 관방시설로 남아 있는 유적이 별로 없는 실정에서 그나마 금수리산성의 부분적 성벽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니며, 더 이상의 훼손을 막고 성벽의 구조와 축조 시기 등을 파악하기 위해 정밀 지표조사와 발굴조사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이 지역은 앞으로 동해선 복구와 함께 남북 교류의 통로로 많은 국민이 찾게 될 지역으로 고성군의 국방유적을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문화자산이 될 것이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4. 4. 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