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방위산업은 1970년대 초 북한에 의한 남침 위협과 동북아 안보 정세의 변화 그리고 미국의 국방정책 변화 즉, ‘자국의 안보는 자국이 책임져야 한다’는 닉슨 독트린 선언으로 자주적 국방력 건설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어 고 박정희 대통령의 제기와 확고한 의지에 의해 태동하게 됐으며, 대대적인 국민의 성원과 정부, 업계의 피땀 어린 공동 노력으로 중화학공업의 발전을 선도하면서 짧은 기간 내에 재래식 무기의 양산 기반을 구축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룩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대한 정부 예산의 수요 급증과 국제 질서의 재편으로 인한 상대적 국방비 삭감 압력, 재래식 무기 수요 충족에 따른 국내 소요물량의 한계와 수출 부진, 기술 기반의 취약에서 오는 독자적 무기 체계 개발의 어려움으로 여러 가지 복합된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방산 가동률은 민수 부문의 83%에 훨씬 못 미치는 50%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오늘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하고 유동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2001년 9·11테러 이후 아프간, 이라크전 등 테러와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고 세계 각국은 실리주의 안보 전략을 추구하면서 자국의 이익에 따라 협력과 견제를 병행하고 있다. 현대전은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정보, 기술 중심의 전쟁이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국가 안보는 전 국민의 안보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지지에서 나오는 것으로 주변국의 안보 상황 변화를 피부로 느끼면서 현존하는 북한과 미래 잠재적 위협에 대비할 수 있는 국민 공감대 형성에서 오는 것이다.


■ 실질적 국산화 정책 필요

안보란 국가가 존재하는 한 한시라도 소홀히 할 수 없으며, 방위산업을 육성해야만 군사기술의 종속화를 탈피할 수 있다. 국방비 중 연구개발투자비를 증액, 독자 무기 체계를 개발해야만 방위산업도 육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방위산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어려운 점이 많다. 방위산업이 갖는 특수성에 대해 열거한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막대한 자본을 필요로 하는 산업이다. 방위산업은 막대한 설비투자와 우수한 인력자원을 필요로 한다. 투자 설비 또한 민수 분야로 전환하기 어려운 경직성 시설이 대부분이다. 전력화 시기까지는 짧게는 10여년에서 수십년까지 걸려 자금 회수가 장기 소요되며, 상대국 무기 체계 변화에 따라 성능 향상을 해야 하므로 전력투자비는 증가돼야 한다.

둘째, 실패에 따른 위험부담이 대단히 큰 산업이다. 연구개발, 생산준비기간과 투자에 따른 자본 회수기간이 길고, 국가가 유일한 수요자인 만큼 한정된 물량과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물량이 백지화되는 등 투자 수익이 지극히 불확실하다.

셋째, 방위산업은 고도의 첨단과학기술을 필요로 한다. 복합기술과 정밀성을 요구하는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상대방의 무기를 무력화하거나 파괴해야 하는 독창적 기술개발이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 특히, 이라크전쟁에서 봤듯이 현대전은 우리나라가 방위산업을 시작할 때 공상만화 정도로 여겨왔던 전자전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넷째, 국가적 차원에서 보안이 준수돼야 하는 산업이다. 개개인의 사람들은 자기의 명예와 이익을 위해 나름대로 사생활에서의 보안관리를 하듯 국가도 첨단산업 기밀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보안정책을 추진해야만 한다.

외침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단기간 내 전쟁에 대비할 수 있는 방산물자가 필요하다. 외국으로부터 수입하려 해도 국제정치적 영향으로 생산 국가에서 공급을 기피 또는 비싼 가격을 요구할 것이다.

국내 방위산업을 육성, 발전시키는 것은 외화 획득의 대체 효과와 독자적인 무기 체계 개발에 의한 수출로 직접 외화를 획득하는 효과가 있다. 방위산업은 국가안보산업으로서 국가를 수호해 국가 경쟁력과 군사력을 겸비한 부강한 선진조국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방산물자는 국가방위뿐만 아니라 침략을 받았을 때 적의 시설을 파괴하고 인명을 살상해야 하는 무기 체계로서 국제정치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또한 세계의 모든 국가는 핵심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기술의 노출을 기피하는 기술패권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방위산업은 1970년대 초 태동 시 미국의 무기 체계 모방생산으로 시작했으나 핵심기술 기반의 취약으로 아직까지도 고도정밀 무기 체계 기반구축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1980년대 들어 모방생산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기술도입 생산 체제로 들어갔으나, 핵심 구성품과 부품은 기술도입 생산국가 업체로부터 직도입해 조립함으로써 국산화율은 극히 저조한 상태다. 그 중에는 기술도입 시 옵션 때문에 국산화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부분도 없지 않다.

결국 국산화가 되지 않은 구성품이나 부품은 고가에 구매할 수밖에 없고, 유사시 공급의 어려움으로 장비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수출에서도 기술도입국의 승인을 받아 수출해야 하는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국산화가 필요한 것이다.
최근 부품 국산화 가격보상제도가 개정(대통령령 제18155호)돼 국산화할 부품 가격을 수입 가격으로 인정토록 했지만, 부품 국산화에 대한 인센티브제도 등 개선할 정부 정책이나 규정이 이른 시일 내에 시행돼야만 할 것이다.

그러면, 왜 국산화가 저조한가? 첫째, 소재나 부품개발업체는 대부분이 중소업체로서 지난 20∼30여년간 나름대로의 경험과 기술 축적을 바탕으로 국산화를 해왔지만 핵심 기술개발에는 소홀했다. 일정한 기준 없이 부품을 수입해 조립하는 것도 국산화로 인정하므로 국내 다른 업체가 전체를 국산화하려 해도 승인을 받을 수 없는 여건이었으며 저가 위주의 경쟁입찰도 저해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 방위산업 육성에 의지 모아야

둘째, 국산화한 제품에 대해 장기간 소요를 보장해줄 수 있는 정부의 촉진정책이 미약하다. 국산화까지는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소요되는 반면, 납품 보장은 5년이다. 민수용 자동차에서도 보듯 5년 이내에는 수리부속이 그리 많이 소요되지 않으나 그 이후에 많은 양이 소요된다. 그때는 이미 그 기술이 노출돼 다른 업체는 개발비도 투자하지 않고 바로 생산에 들어감으로써 낮은 가격에 납품하거나 수입업자는 싼 가격으로 수입, 공급하는 불합리한 경우가 발생한다.

셋째, 가격이 비싸도 국산화한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우리의 국산화 정책은 수입가를 초과하는 제품은 직도입한다.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90식 일본 전차는 미국 M1A1전차의 3.5배, 89식 일본 소총은 한국산 M16소총의 무려 14배가 돼도 국가가 구매했다. 이는 유사시 국내 생산, 공급을 위해 기술을 축적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넷째, 무엇보다 국산화를 위한 정부·연구기관·업체와의 유기적인 협조 체제가 부족하다. 국내 업체의 국산화 개발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서는 수입부품에 대한 국내 국산화 업체를 적극 발굴하고 적극적인 행정지원을 해야 한다.

실례로 국내 업체가 국산화했는데도 행정력 부족 또는 태만으로 다른 업체에 수입을 승인해준 사례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실질적인 국산화 촉진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국산화 저해요인을 발굴,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방위산업은 1970년대 초 중화학공업의 불모지에서 대대적인 국민의 성원과 방산업체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짧은 기간 내에 기본 무기와 일부 고도정밀무기의 양산 체제를 구축했고, 자주적인 국방력 건설을 위해 지금도 모든 방산업체는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는 자주적 국방력 건설에서 나아가 고급기술 인력을 양성, 배출해 산업 발전에 기여했고, 국제사회에서의 지위 향상은 물론 외화 절감에 의한 국제수지를 개선함으로써 국민경제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우리 방위산업이 걸어온 발자취는 실로 눈부신 개척의 역사였고 시련과 도약의 현장이었으나 1980년대 후반 들어 방위산업은 호황기의 중복투자, 국방예산 삭감, 그리고 물량 한계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침체의 길을 걷고 있다.

자주국방과 방위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 전체의 의식과 열기가 크게 식어가고 있는 이때 이를 치유하기 위한 방책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최근 방위산업도 시장경제원리를 도입해 경쟁 체제로 전환하고자 하는 일련의 정책 변화가 대두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방산물자 조달을 경쟁으로 했을 때 일시적으로는 낮은 가격에 조달할 수 있겠으나, 오늘날 우리 기업의 제반 현실과 도덕성 등을 고려할 때 이는 중복투자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탈락한 업체는 민수 전환이 어려운 경직성 시설 때문에 방위산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고, 결국은 독점 체제로 더 높은 가격에 구매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정부 당국자나 기업인, 국민 모두가 다시 한 번 1970년대의 방위산업을 육성하던 의지를 되살려 오늘날 시대에 맞게 재도약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도록 지혜와 슬기를 모아야 한다.

( (사)한국방위산업진흥회 기획팀장 김병환 )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4. 4. 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