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자갑(鎖子甲)은 쇠사슬을 엮어 만든 우리나라 갑옷으로 서양의 쇠사슬 갑옷(hauberk)에 해당한다.

쇠사슬 갑옷은 판갑(plate armor)과 함께 중세 서양에서 흔히 입던 갑옷 종류다. 멜 깁슨이 주연한 영화 ‘브레이브 하트’에서 잉글랜드군이 입고 있던 갑옷이나 ‘ 반지의 제왕’ 2편에서 난쟁이 김리가 입고 있는 갑옷이 바로 쇠사슬 갑옷이다.

쇠사슬 갑옷은 우리나라 역사를 다룬 사극이나 영화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아 서양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권 국가에서도 흔히 사용한 갑옷이다.

중국에서는 조조·손권· 유비가 대결하던 삼국시대에 처음 사용됐으나 당시에는 굉장히 희귀하고 진귀한 갑옷으로 취급됐다. 수(隋)나라 시대까지도 중국에서는 자체 제작하지 못하고 서역에서 수입, 사용했으며 당(唐)나라 후기에는 중국에서도 자체 제작하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 쇠사슬 갑옷을 사용했는지 분명치 않으나 김부식의 ‘삼국사기’(三國史記)를 보면 ‘고구려 요동성(遼東城)의 고주몽 사당에 쇄갑(鎖甲)이 소장돼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 기록을 토대로 고구려에서 쇠사슬 갑옷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학자들도 있다.

조선시대의 경우 ‘ 병기도설’(兵器圖說)이나 ‘세종실록’ 같은 각종 문헌에 쇄자갑과 관련된 기록과 그림이 많이 남아 있다. 조선 초기에는 각 도(道)에서 다달이 제작, 조정에 상납해야 하는 월과(月課) 물품 목록에 쇄자갑이 들어 있다. 그만큼 쇄자갑 같은 쇠사슬 갑옷을 많이 사용했다는 의미다. 특히 세종시대에는 궁궐을 지키는 숙위(宿衛) 군사들이 쇄자갑을 입기도 했다.

쇄자갑은 문헌 기록에 비해 실물 유물이 희귀해서 서울 덕수궁 궁중 유물 전시관에 단 1점만이 남아 있다.

서승우 궁중 유물 전시관 전시계장은 “전시관에 소장된 쇄자갑(사진)은 창덕궁(昌德宮)에서 전해 오던 조선왕실 유물 중 일부”라고 설명했다.

이강칠 전 육군박물관장은 “창덕궁에 전해 오는 쇄자갑은 대략 18세기 유물로 추정된다”며 “단 1점만이 남아 있고 보존 상태가 좋아 가치가 높은 유물”이라고 말했다.

쇠사슬 갑옷은 쇠판으로 만든 판갑에 비해 가벼우면서도 쇠사슬의 탄력을 이용, 창이나 화살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갑옷 제작시 손으로 쇠사슬을 일일이 연결해야 하므로 제작 과정이 너무 번거로운 것이 흠이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4. 4. 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