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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과 전쟁

과학기술 전쟁승패 좌우할까?

1861년부터 1870년까지 유럽에서 주요 전투가 벌어진 장소는 작전상 가장 적합한 곳이 아니었다. 오히려 전투가 벌어진 장소는 철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수십만 명에 달하는 대병력을 제 시간에 전개시키기 위해서는 철도망의 도움이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는 과학기술과 전쟁의 상호관계를 보여 주는 전형적 사례 중 하나다. 사실 과학기술과 전쟁이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는 상식이다. 오랜 역사 동안 과학기술의 발전은 전쟁 양상을 변화시켰다. 반대로 전쟁에서 승리하고자 하는 강력한 욕구가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을 가져오기도 했다.

‘과학기술과 전쟁’은 기원전 2000년부터 오늘날까지 과학기술이 전쟁의 변화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분석한 책이다. 유사한 주제를 다룬 저서들이 적지 않지만 이 책만의 자기 색깔이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시대 구분부터 독특한 자기만의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저자는 화약무기 출현 이전의 무기들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힘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고 보고 기원전 2000년부터 기원 후 1500년까지를 도구의 시대로 명명했다. 1500~1830년까지는 ‘기계의 시대’로 화약 같은 화학물질에서 에너지를 얻는 무기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1830년부터 철도와 전신기가 개발되는 등 이동 수단과 통신 수단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저자는 병력과 기술적 수단이 체제 안에서 통합된다는 점에서 이 시기를 ‘시스템의 시대’라고 부른다. 1945년 이후에 대해서는 ‘자동화의 시대’로 구분했다.

저자는 과학기술의 발달이 무기와 전쟁에 끼친 영향을 인정하지만 그것만이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크레시 전투에서 영국군이 승리한 이유는 장궁의 기술적 우수성 때문이 아니라 프랑스와 영국군 무기의 상호작용 방식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특히 과학기술이 중요하지만 과학기술적 우세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전쟁에서 승리할 길은 열려 있다는 것이 저자의 메시지다.

저자 클레벨트는 미국 해군대학을 비롯한 군사전략기관과 학교에서 강의해 왔으며 현재 이스라엘 예루살렘 헤브류대학 전쟁사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번역은 이동욱(육사34기) 경남대 군사학과 교수가 맡았다. 문의 02-2275-9171.

< 출처 : 국방일보 김병륜, 2006. 11. 23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6-11-23 18:5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