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종 아산에 사당 세워 현충사 명명 1966년 박정희 대통령 의해 성역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하는 충무공 이순신(1545∼1598). 그러면 과연 우리는 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살펴보자.

질문 하나. 충무공의 생가는 어디에 있을까?

현충사가 있는 아산에 있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하기 쉽지만 정답은 아니다. 충무공의 생가는 현존하지 않는다. 충무공이 태어난 곳은 서울 중구 초동 18번지 18호로 지금의 명보극장 자리. 충무로라는 명칭도 이순신 장군의 시호를 따서 붙여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충무공의 생가가 있던 자리에는 덩그렇게 비석 하나만 세워져 있을 뿐이다.

질문 둘. 그렇다면 왜 아산에 충무공의 영정을 모신 현충사가 세워지게 됐을까?

1598년 충무공이 노량 해전에서 순국한 지 108년이 지난 숙종32년(1706)에 아산에 사당을 세웠으며 친히 현충사라는 이름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 뒤 200여 년간 공을 추모하는 향불이 끊이지 않았는데 일제의 탄압으로 퇴락하기도 했다. 1932년 동아일보 주관으로 전 국민의 성금을 모아 사당을 중건했고 1966년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성역화 사업이 진행돼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 다시 가 본 현충사

지난달 27일 고교 시절 수학여행 이후 무려 20년 만에 현충사를 찾았다. 때마침 아산에서는 충무공 탄생일(4월28일)을 전후해 제43회 성웅 이순신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각종 이벤트와 부대 행사로 행사의 열기는 뜨겁게 달아올랐고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관광객들 때문에 행사장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오랜 가뭄을 해소해 준 봄비가 내린 덕분에 잘 조경된 현충사 안의 꽃과 나무들은 더욱 아름답게 보였지만 오가는 사람의 발길은 드물었다. 경건한 느낌도 있었지만 아쉬운 마음이 더 컸다. 옛 기억을 되살리며 영정을 모신 본전과 유물 전시관 등을 둘러봤다. 유물관에는 이순신 장군의 일생을 기록한 십경도와 ‘난중일기’(국보 제76호)·장검(보물 제326호) 등이 전시돼 있다.


◆ 활 쏘고 물 마시던 충무공의 옛집

사당을 참배하고 유물관을 돌아보는 것은 현충사 관람의 필수 코스. 그것으로 “관람 끝”하며 바로 돌아 나오는 관람객들도 있지만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천천히 안쪽으로 발걸음을 돌리면 진짜 이충무공의 유적지를 만날 수 있다.

활터와 우물을 끼고 있는 옛집은 충무공이 어린 시절 서울에서 살다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외가가 있는 아산으로 내려와 32세 때 무과에 급제하기 전까지 살던 곳.

1966년 박대통령 지시에 의해 현충사의 성역화 작업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대대로 후손들이 살았지만 말끔히 복원된 현재는 사람이 살고 있지 않고 보존을 위해 내부에 들어갈 수도 없다. 옛집을 코 앞에 두고도 들어가 보지 못하는 아쉽고 허탈한 마음을 우물(충무정)에서 충무공이 마시던 물 한 바가지로 달래고 활터에 올라 보니 커다란 은행나무 두 그루가 든든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충무공이 잠드신 묘소

충무공이 잠들어 계신 묘소(사적 제112호)는 현충사로부터 10여 분 거리인 충남 아산시 음봉면 삼거리 어라산에 위치하고 있다.

공의 유해는 1598년 노량 해전에서 순국했을 때 최후 진지였던 고금도에 안치됐다가 이듬해 아산 금성산으로 옮겨졌고 그 후 광해군 6년(1614)에 덕수 이씨의 선산인 현 위치로 이장, 부인 상주 방씨와 합장됐다고 한다.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 가 보았을 수학여행지 1순위 현충사. 어른이 돼 다시 가 본 그곳은 단순한 관광지로만 느껴지지 않았다. 충무공의 얼과 혼을 가슴 깊이 새기고 돌아오는 길, 그의 생애가 담긴 책이라도 찬찬히 다시 한 번 읽어 보고 싶어졌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4. 4.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