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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타고 군사천재 한니발

칸나이 전투(Battle of Cannae)는 극적 요소를 모조리 갖춘 한편의 드라마다. 기원전 216년 한니발의 이끄는 카르타고군의 병력은 보병 4만 명, 기병 1만 명에 불과했다. 그가 상대했던 로마군 병력은 보병 8만 명, 기병 6000명으로 카르타고군의 두 배에 가까웠다. 그나마 한니발이 지휘한 군대에는 에스파냐인·켈트족 등 잡다한 동맹군이 많아 로마군에 비해 단결력이나 전투력이 특별히 우월하다고 할 수도 없는 상태였다.

전투가 벌어진 장소는 약간의 기복과 낮은 언덕이 있을 뿐 기본적으로 평원에 가까운 곳이었다. 복병을 숨겨 두거나 적을 유인할 만한 특별한 지형적 이점이 있는 장소도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서로 숨길 것도 없고 상대방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은밀한 전술도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 카르타고군과 로마군이 정면 격돌했다.

한니발은 전투가 시작되기 전 자신의 보병들을 중앙이 튀어나온 반달 모양으로 포진시켰다. 로마 보병들은 병력도 적고 전투력도 약했던 카르타고 보병들을 압도하면서 위풍당당하게 진군했다. 로마 보병들의 강력한 압력을 받은 카르타고 보병대의 대형은 중앙부터 밀려서 ‘V’자 모양으로 찌그러져 갔다. 로마 보병들은 승리를 확신했다. 조금만 더 전진하면 카르타고 보병대의 대형이 반토막 나면서 완전히 무너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카르타고 기병대가 로마 보병 좌우에 배치된 로마 기병대를 제압한 후 로마 보병 뒤쪽으로 돌아갔다. 로마 보병 측면에서도 카르타고 보병 중 가장 강력한 아프리카 중보병들이 다가왔다. 로마 보병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정면의 적은 강하지 않았지만 카르타고군의 V자형 대형 속에 갇히면서 로마 보병의 전진 속도는 떨어졌다. 로마 보병들이 진퇴양난에 빠져 있을 때 마침내 카르타고 기병대와 중보병들이 측면과 후방에서 로마군을 완전히 포위했다.

그것으로 승패는 결정이 났다. 전투 시작 전 객관적 조건만으로 보면 로마의 승리가 예정돼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전투 결과는 정반대였다. 로마군은 거의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고 참패했다. 5만 명에 가까운 로마군이 전사하고 2만여 명이 포로가 됐다. 한니발군의 손실은 단지 8000명에 불과했다.

5만여 명의 병력으로 8만 명이 넘는 적을 포위 섬멸시킨 당시 한니발의 나이는 불과 31세였다. 서른 살을 갓 넘긴 군사천재가 거둔 신화적 승리는 그 이후 수많은 장군과 군인들에게 승리를 위한 영감을 불러온 원천이 됐다.

한니발은 전술적 안목만 탁월하다면 병력의 많고 적음은 문제가 되지 않음을 칸나이 전투를 통해 확실히 보여 줬다. 요즈음도 세계 각국 군대에서 사용하는 전술학이나 전쟁사 교재에 칸나이 전투가 빠짐없이 등장할 만큼 이 전투는 시대를 초월한 교훈을 준다.

마크 힐리가 지은 ‘칸나이 B.C. 216’는 이처럼 극적인 전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다. 이미 나온 ‘세계의 전쟁 시리즈’ 1·2·3권과 마찬가지로 전투 그 자체뿐만 아니라 당시 사용된 무기, 참전 부대의 편제, 주요 지휘관에 얽힌 이야기들도 명쾌하게 정리했다. 원색 도판과 상세한 지도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02-3143-3366

< 출처 : 국방일보 김병륜, 2007. 1. 18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7-01-18 18:1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