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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꿰뚫는 사상 최대의 전쟁

제2차 세계대전은 5대양 6대륙에서 벌어진 인류 역사상 최대의 전쟁이다.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만 5000만 명이 넘었고, 부상당하거나 집을 잃은 사람 등 피해자 규모도 수억 명일 정도의 대사건이었다.

수백만 명의 육군과 수천 대의 전차가 러시아 대평원에서 격전을 벌였으며 수백 척의 군함이 태평양 한가운데서 격돌하고, 원자폭탄 투하로 순식간에 도시가 사라지는 등 전쟁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압제를 벗어나 광복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던 것도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였고, 전쟁 중 수많은 사람이 일제의 전쟁 징용에 희생됐다는 점에서 한국인의 시각에서도 결코 의미가 적지 않은 전쟁이다.

하지만 너무나 거대한 전쟁이었기에 제2차 세계대전을 이해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제2차 세계대전 서적인 ‘타임라이프 제2차 세계대전’은 무려 30권의 대전집이다. 역시 적지 않은 지명도를 가지고 있는 이대영 씨의 ‘알기 쉬운 제2차 세계대전사’도 무려 6권으로 구성돼 있다. 방대한 제2차 세계대전을 책 한두 권으로 압축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영국의 전사연구가 존 키건의 ‘제2차 세계대전사’는 ‘한 권으로 제2차 세계대전을 이해한다’는 쉽지 않은 목표에 도전한 책인 셈이다. 저자도 머리말에서 “제2차 세계대전의 원인과 경과를 단 한 권 분량으로 논하는 어떠한 시도도 완전히 성공할 수 없다”며 스스로 자인하고 있다.

그 대신 주요 사건 설명·전략 분석·본보기 전투·전쟁의 논제 등 네 가지 주제로 제2차 세계대전을 풀이한 것이 저자의 접근법이다. 항공전의 본보기 전투로는 브리튼 전투(영국항공전), 항공모함전투의 사례로는 미드웨이 해전을 선택했다. 전차전의 경우 팔레즈 전투, 시가전 사례로는 베를린 포위전을 집중 설명했다. 상륙전으로는 오키나와 상륙전을 집중 분석했다.

전쟁의 논제로는 군수보급·군수생산·점령과 억압·전략폭격·무장저항과 첩보활동·비밀병기 등의 주제를 선택, 전쟁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고 있다.

이 책은 흥미로운 에피소드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전투 무용담을 다룬 책이 아니다. 영국 왕립육군사관학교의 전쟁사 교관과 데일리 텔리그라프지의 국방부분 대기자를 역임했으며 역사학자이자 전사연구가로 높은 명성을 자랑하는 저자의 전쟁 해석법은 다소 무겁고 신중한 편이다.

재미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추구한 책이라는 뜻이다. 특히 저자 특유의 딱딱한 문체는 이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고뇌와 사색을 요구한다. 영국인의 시각에 치중, 유럽 서부전선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동부전선과 태평양 전역은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만 서술한 부분은 옥의 티다. 문의 02-3143-4006

< 출처 : 국방일보 김병륜, 2007. 1. 25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7-01-25 19:0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