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력이 약한 국가들은 폭격을 피하기 위해 지하에 많은 군사 기지를 건설한다. 북한이나 이라크 같은 나라들뿐만 아니라 알 카에다 같은 테러 집단들도 마찬가지다.

미국도 이에 대응, 지하 군사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다양한 무기를 개발해 왔다. 1991년에 개발된 GBU-28 벙커 버스터(Bunker Buster) 유도폭탄이나 2002년에 이를 개량한 GBU-28E/B 유도폭탄 등이 대표적이다.

벙커 버스터는 폭격기에서 투하하면 지상에서 곧바로 폭발하지 않고 지하 30.5m(콘크리트는 6m)까지 뚫고 들어간 후 폭발, 지하 시설 공격용으로 최적의 무기. 그러나 미국은 한발 더 나아가 동굴 속 적을 살상하면서도 동굴 자체는 붕괴시키지 않는 신형 폭탄을 개발했다. 동굴공격폭탄 BLU-118/B가 그것이다.

이 폭탄은 동굴이나 지하 시설 입구에서 폭발, 고체연료가 미세한 분말가루 형태로 동굴 내부로 침투한 후 공기와의 화학반응을 통해 내부의 산소를 소진시켜 적을 질식사시킨다. 추가적으로 고압력이 발생, 동굴 내부를 제한적으로 파괴하지만 동굴 자체를 완전히 붕괴시키지 않는다.

벙커 버스터는 통상적인 정규전에서 최적이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와 같은 대테러 전쟁에서는 동굴공격폭탄 BLU-118/B가 더 적합하다.

폭탄 투하 후 테러 조직 주요 간부의 생사 여부나 잔존 문서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파괴력이 너무 강한 벙커 버스터보다 지하 시설을 부분적으로만 파괴하는 BLU-118/B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이다.

벙커 버스터가 철퇴처럼 강력한 타격을 주는 무기라면 BLU-118/B는 바늘처럼 필요한 부분만 찌르는 무기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4. 5.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