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litary Review - (주)아이엠알코리아　　　　　　　　　　　　　　　　　　　　　　　　　　　　　　　　　　　　　　　　　　　　　　　　　　　

2차대전 동부전선엔 어떤일이?

2962만9205명과 1344만4800명. 웬만한 나라의 총 인구 수에 근접하는 이 숫자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독일군의 인명 손실 규모다. 부상자를 제외해도 소련군 전사자만 700만 명이 넘었고, 독일군 전사자도 500만 명에 달했다.

가공할 만한 소련군 인명 손실의 대부분과 독일군 인명 손실 중 절반 이상이 독소 양국이 격돌한 동부전선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만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동부전선은 치열한 전장이었다.

수천 대의 전차, 수십 개의 야전군이 뒤엉킨 상태에서 격전을 벌였고 야심찬 공세 행동이 마무리될 때마다 수십만 명의 포로·전사자가 발생할 만큼 작전 상황도 다이나믹했다. 제2차 세계대전 승리에 미국·영국의 역할이 더 중요했는지 아니면 소련의 비중이 더 컸는지는 새삼스럽게 다시 따지는 것은 무의미할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독소 양국이 격돌한 동부전선 지상전을 이해하지 않고는 제2차 세계대전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더구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수행한 전격전과 소련의 종심전투 교리는 기동전을 중시하는 현대 세계 육군 교리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당시 양국 육군이 수행한 전투는 우리 군의 향후 교리 발전에도 많은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는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제2차 세계대전, 특히 동부전선 지상전에 대한 이해는 별로 깊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군내외를 막론하고 지금까지 국내에서 출간된 관련 서적 중 상당수가 이미 오류로 밝혀진 수십 년 전 자료를 무비판적으로 인용하거나 사료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전쟁사 서적들을 단순히 조합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번역 출간된 ‘독소전쟁사’는 제2차 세계대전 동부전선에 관심이 많은 수많은 독자들을 만족시킬 만한 훌륭한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저자 데이비드 M 글랜츠 예비역 미 육군대령은 저명한 소련군 전문가로 미 육군 외국군연구소(FMSO) 소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저자는 무엇보다 서방 측 연구자들이 자료 접근에 한계를 느끼는 구 소련군 내부 자료를 종횡무진 인용, 독소 전쟁의 또 다른 면모를 성공적으로 복원해 냈다.

지금까지 출간된 국내외의 독소 전쟁 관련 서적들이 대부분 서방 측 시각, 특히 독일 측 자료를 토대로 집필된 것이라면 ‘독소전쟁사’는 구 소련군 측 시각을 상당 부분 반영해 보다 균형잡힌 입장을 취한 것이 특징이다. 번역자들도 “오히려 부분적으로는 소련 측 자료에 치우친 부분이 발견된다”고 평할 만큼 차별화된 내용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치밀한 자료 제시를 통해 단순히 혹독한 겨울 날씨나 무한정에 가까운 인력 덕에 소련군이 승리했다고 믿는 것이 착각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 주고 있다. 부록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관련 소련 측 문헌 자료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031-955-4000

< 출처 : 국방일보 김병륜, 2007. 3. 22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7-03-22 20: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