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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를 키워드로 풀어본 세계 안보
'왜 에너지 안보인가'
 2000년 이후 주요 강대국들의 동맹관계 재편과 이합집산은 어지럽기까지 하다. 미국과 독일·프랑스의 관계가 냉각되는 등 대서양 동맹은 균열 징후가 뚜렷하지만, 미일 동맹은 과거보다 강해지고 있다.
1970년대 이후 껄끄럽던 중국과 러시아는 다시 접근, 전략적 연대관계를 맺었다. 인도는 미국과 러시아·중국 사이에서 복잡한 곡예를 벌이면서 나름의 생존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한편 이란과 베네수엘라는 반미 코드로 접근하면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모든 복잡한 국제 정세의 흐름을 꿰뚫고 있는 핵심 요소가 석유, 다시 말해 에너지 문제라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석유의 전략적 가치가 재평가되면서 에너지 안보가 새삼 국제적 이슈로 등장하고 있고, 이에 따른 에너지 자원 수급 문제가 패권 경쟁의 수단이자 동맹 재편의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념이 지배하는 동맹 시대가 마감되고 경제 중심적 국가 전략이 노골화되면서 국가 이익의 합치 여부가 동맹의 기준이 되는 이상 에너지 안보 이슈의 부상은 필연적 흐름이라고 평가한다.
저자들은 전 지구적 방어태세 검토(GPR)에 따른 해외 주둔 미군의 재배치나 대테러전도 에너지 안보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중앙아시아·아프리카 등에 미군 기지가 배치되거나 기지 설치가 검토되고 있는 것도 상당 부분 석유 확보·송유관 확보와 연계돼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연대도 에너지 문제가 그 근저에 있음을 구체적 사례로 들어가며 적시한다.
러시아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중국에 공급하는 것이 양국의 이해관계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중동을 비롯한 유라시아 남부지역에서 미국의 행동반경을 제어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중국·러시아와 함께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정회원국으로 있는 상하이협력기구(SCO)의 부상도 마찬가지다. 카자흐스탄과 중국 사이에 파이프라인이 건설되는 등 중앙아시아 지역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한 중국의 움직임은 공격적이다.
중앙아시아 국가 입장에서도 카스피 해 방향이 아닌 또 다른 안정적인 수출 축선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이득일 수밖에 없다. SCO에 가입한 국가들은 에너지 부분에서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 국가들이 이처럼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석유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석유 매장량에 대한 엇갈리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대략 2025년께에는 석유 종말을 둘러싼 갈등이 두드러지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이런 위기에 대한 불안감으로 “빠르면 2010~2015년에 석유가 피를 부르는 초혼곡으로 지구를 뒤덮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섬뜩한 진단이다. 저자들은 이런 위기 인식 아래 에너지 자원은 국가의 생존을 좌우할 뿐만 아니라 군 장비의 기동능력과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단순한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한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 제시에 주력한 점도 특징이다. 구체적으로 에너지 정책 결정체계의 개선, 에너지 정상외교의 전방위적 확대, 국가전략 차원의 해외 자원 개발 투자, 수입선 다변화, 수송로 안전보장, 비축제도 개선, 메이저급 국영석유회사 설립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시각이다.
< 출처 : 국방일보 김병륜, 2007. 8. 30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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