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적(鳴鏑)은 말 그대로 소리가 나는 화살을 말한다. 우리말로 ‘우는 살’ ‘울고도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명적은 효시(嚆矢)라고도 부른다. 요즘은 효시를 ‘어떤 사건의 시작이나 기원’을 뜻하는 단어로 사용한다. 원래 효시·명적은 공격 시작을 알리는 신호용으로 사용하던 화살인데 세월이 흐르면서 의미가 확대된 것이다.

무용총 등 고구려의 벽화 고분을 보면 무사가 명적을 발사하는 장면이 남아 있다. 고구려·신라·가야 고분에서 명적 실물 유물이 출토된 사례가 많은 것으로 보아 우리 민족은 삼국 시대부터 명적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설적 명궁으로 알려진 조선의 태조 이성계도 대초명적(大哨鳴鏑)이라 불리는 특수한 명적을 즐겨 사용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흉노족이나 돌궐족 같은 고대 북방 유목 민족들도 명적을 사용했다. 우리나라의 사례는 아니지만 중국 사마천(司馬遷)이 지은 역사서 ‘사기’(史記) 흉노전(匈奴傳)을 보면 명적에 얽힌 유명한 일화가 남아 있다.

‘흉노의 태자(太子)였던 모둔(冒頓)은 아버지 흉노 왕이 재혼하자 태자 자리에서 밀려났다. 모둔은 아버지에게 복수하기 위한 계략을 꾸몄다. 모둔은 부하들에게 군사훈련을 시키면서 명적을 쏘았는데 사격하지 않는 자는 처형하겠다는 명령을 내렸다.

모둔이 하루는 자기가 아끼는 말을 향해 명적을 쏘았다. 부하들이 감히 활을 쏘지 못하자 모둔은 활을 쏘지 않은 자들을 모두 처형했다. 며칠 뒤 모둔은 자기의 애첩을 향해 명적을 쏘았다.

이번에도 몇몇 부하가 주저하며 활을 쏘지 않자 그들을 모두 처형했다. 얼마 뒤 모둔이 사냥터에서 흉노 왕을 향해 명적을 쏘자 모둔의 부하들이 모두 흉노 왕을 향해 일제히 활을 쏘았다.’

이처럼 모둔은 명적을 이용, 아버지를 죽이고 흉노의 왕이 됐던 것이다. 모둔의 일화에서 볼 수 있듯이 명적은 전투 시작을 알리고 공격 방향을 지정하는 용도로 사용한 화살이다. ‘쉬이익’하고 명적 소리가 나면 이어서 수십·수백 발의 화살이 뒤따르기 때문에 명적은 적에게 공포를 극대화할 수 있는 효과도 있었다.

명적 실물을 보면 화살촉 중간 부분에 동그란 방울처럼 생긴 부분이 있다. 그 속이 비어 있고 구멍이 1~6개 정도 뚫려 있어 비행 중에 호루라기처럼 소리를 내게 된다. 재질은 뼈나 청동제가 많고 철제는 흔하지 않다.

실물 유물은 고려대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가야 시대의 명적(사진)이 대표적이다.

육군 박물관에도 무형문화재 제47호 궁시장 유영기씨가 복원한 명적이 다수 전시돼 있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4. 7. 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