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뇌(弩)란 활과 비슷하지만 손과 팔 힘이 아니라 기계적 힘으로 화살을 발사하는 무기다.

동아시아에서 쇠뇌는 중국 전국 시대에 최초로 사용하기 시작, 한(漢)나라 시대부터 대량으로 사용됐다. 유럽에서도 쇠뇌와 유사한 석궁(石弓·crossbow)을 고대 그리스에서 사용했다. 그 후 전승이 끊겼다가 중세 이후 이탈리아에서 다시 대대적으로 유행한 바 있다.

쇠뇌는 활과 달리 사용자의 팔 힘에 상관없이 일정한 강도로 발사되는 것이 특징이다. 활은 익히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만 쇠뇌는 단기간에 조련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훈련되지 않은 병사가 사용하기에는 쇠뇌가 활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다. 유일한 단점은 장전 시간이 오래 걸려 발사 속도가 활보다 훨씬 느리다는 점이다.

이탈리아에서 사용된 석궁은 사거리가 250m에 달하고, 당시 사용되던 갑옷을 대부분 관통할 정도로 위력이 좋았다. 이때문에 12세기 로마 교황이던 포프 이노센트 2세는 석궁이 잔인한 무기라고 생각, “기독교인 간의 전투에서 석궁 사용을 금지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고대 쇠뇌 유물은 평양 일대의 낙랑 유적에서만 집중적으로 출토돼 쇠뇌가 중국제인지 한국제인지 여부가 불확실했다. 하지만 지난 4월 경북 영천시 고경면의 한 포도밭에서 기원 전후의 쇠뇌 부품인 노기(弩機)가 발견돼 고대 한국에서도 쇠뇌를 제작했음이 분명해졌다.

박영복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영천시 고경면 목관묘에서 출토된 청동 노기는 현재까지 한강 이남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발견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영천 출토 노기의 형태나 보존 상태가 평양 일대에서 출토된 것보다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실물 유물은 이처럼 희귀하지만 삼국 시대에도 쇠뇌를 흔히 사용했음을 문헌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에는 558년 신라의 신득(身得)이라는 인물이 쇠뇌와 포(砲)를 만들어 성 위에 설치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특히 신라 쇠뇌 기술자인 구진천(仇珍川)에 관한 설화는 신라의 쇠뇌 기술이 원조 격인 중국을 능가했음을 잘 보여 준다.

669년 중국의 당나라는 구진천을 자국으로 초빙했다. 구진천이 신라에서 만든 쇠뇌의 사거리가 1000보(步·약 1.2㎞)에 달했기 때문에 그 기술을 전수받으려 한 것이다. 하지만 구진천이 당나라에 가서 만든 쇠뇌는 사거리가 30~60보에 불과했다고 한다. 기술 유출을 원하지 않은 구진천이 끝내 실력 발휘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4. 7. 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