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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인가, 천재인가, 실전기록으로 본 ‘패튼’

'나는 하루를 살아도 사자로 살고 싶다'

“신에게 맹세하건대 정말로 나는 우리와 만나게 될 저 불쌍한 후레자식을 동정한다.”

우리 부대는 너무 강하기 때문에 적들이 불쌍하다는 뜻의 이 문장은 미 육군 조지 패튼 장군이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앞두고 예하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해 한 연설문의 한 구절이다.

역사적인 이 연설문은 파격의 연속이다. 이런 내용도 있다. “우리 제3군은 얼굴이 노래지는 겁쟁이를 원치 않는다. 그들은 쥐새끼를 없애듯이 제거돼야 한다. 빌어먹을 쥐새끼들을 박멸해야 미국은 용기 있는 자들의 나라가 될 것이다.”

거침없이 비속어를 사용하는 연설은 다음과 같은 구절로 마무리된다. “전쟁이 끝난 뒤 고향에 돌아가 손자를 무릎에 올려놓고 앉아 있으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할아버지는 무엇을 했느냐고 물어볼 것이다. 적어도 이렇게 말하지는 않아도 될 것이다. ‘휴우, 할아버지는 루이지애나에서 똥을 푸고 있었단다’. 그건 아니다. 제군들은 손자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할 것이다. ‘얘야 할아버지는 위대한 제3군과 조지 패튼이라는 빌어먹을 자식과 함께 돌격했단다.”

이 연설문은 패튼이라는 인물의 모든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창이나 다름 없다. 자신감·용기·승리에 대한 확신 등 패튼의 긍정적 면모와 함께 공개석상에서 비속어를 거침없이 사용하는 ‘악동기질’과 겁쟁이에 대한 경멸과 혐오 등이 온전히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패튼은 바로 그런 인물이었다. 천재 수준의 군사 지휘관이자 동시에 거침없는 행동으로 파문을 일으키는 ‘무례한 악동’이었다.

“단세포적이고 유아적인 심리를 가진 사납고 불손한 인물”이란 평이 나오는가 하면 “공격작전의 신화를 창조한 천부적인 지휘관”이란 찬사도 받았다. 패튼은 교양 있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으려고 작정한 사람처럼 욕을 입에 달고 살았다. 전장공포증에 빠진 부하를 구타한 사건에서 보듯이 용기 없는 자에 대해서는 조금의 동정도 없었다.

거침없는 말버릇 탓에 연합작전의 파트너였던 영국군과의 관계도 껄끄럽기 짝이 없었다. 미국에서도 그의 적은 넘쳐났다. 때로는 언론과 충돌했고 군 내부에서도 패튼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과격한 모습이 패튼의 전부는 아니었다. 욕설을 입에 달고 살았을망정 그는 무식한 군인은 아니었다. 바쁜 가운데서도 군사서적을 탐독했다. 그가 군사저널에 기고한 글들이 화제가 될 정도로 전술이나 군의 역사에 대해서도 정통했다.

기갑부대에 근무하면서는 심지어 전차를 직접 분해하고 재조립해 다시 굴러가게 만들 정도로 자기가 맡은 임무에 집중도를 보이기도 했다. 심지어 전쟁터에 보내 달라고 로비했을 정도로 패튼은 전쟁 그 자체를 즐겼다. 하지만 무엇보다 패튼을 그답게 만든 것은 실전에서 증명한 그의 능력이었다. 북아프리카·이탈리아에서도 무적의 신화를 창조했지만 1944년 이후 프랑스와 독일에서 거둔 전적은 화려함 그 자체였다.

실제 부대의 전진속도가 작전계획을 앞질러 갈 정도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광풍 같은 패튼의 공격은 빛을 발했다. 패튼의 천재적인 군사 지휘능력은 화려한 제복과 번쩍이는 철모 등 정교하게 연출된 이미지와 결합하면서 독특한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많은 인간적 결점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패튼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가 만들어지고 그의 리더십을 연구하는 것도 그가 세상 그 어느 누구보다 가장 전형적인 야전형·실전형 지휘관이었기 때문이다.

패튼을 지휘관의 긍정적 모범사례로 꼽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야성이 살아 있는 군인이 실전에서 거둘 수 있는 전투력의 모습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패튼의 ‘직선적 리더십’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음미할 만한 가치가 있다. 플래닛미디어에서 새로 출간된 ‘나는 하루를 살아도 사자로 살고 싶다’는 이 같은 패튼의 면모를 종횡무진 펼쳐 보이는 평전이다.

2006년 출간된 스탠리 허쉬슨의 ‘제너럴 패튼’ 평전이 철저하게 텍스트 위주의 책이라면 이번에 출간된 플래닛 미디어에서 나온 책은 원색지도와 생생한 사진을 아낌없이 사용한 비주얼한 편집이 특징이다. 내용 구성에도 차이가 있다.

‘제너럴 패튼’은 패튼의 전 생애를 균형 있게 묘사했지만 이번에 나온 책은 1944년 프랑스 전역 시절의 패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군사 지휘관으로서의 패튼을 잘알 수 있는 시기를 대상으로 전투 위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인물의 전기가 아니라 전쟁사 차원에서 접근해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문의 02-3143-3366

< 출처 : 국방일보 김병륜, 2008. 4. 17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8-04-17 18:3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