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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승리의 또다른 비결은 ‘파워 인맥’
이순신의 파워인맥 <제장명|행복한 나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전투지휘에 탁월한 능력을 가진 영웅이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영웅도 혼자 전쟁을 수행해 나갈 수는 없다. 인생이란 드라마가 항상 그렇듯이 전쟁이란 거대한 무대도 상관, 동료, 부하, 친구 등 수많은 사람과의 인간관계 속에 이뤄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까지 임진왜란 해전을 이순신이라는 단 하나의 키워드만을 통해 이해해 온 면이 없지 않다. 그 점에서 해군충무공리더십센터의 제장명 연구원이 쓴 ‘이순신의 파워인맥’은 제목 자체부터 흥미를 불러 일으킬 만하다.
충무공이 동료, 부하, 상관, 친구들과 어떻게 인간관계를 맺어왔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작업이다. 나아가 굳이 충무공과 결부하지 않더라도 임진왜란 당시 수군과 관계 있던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 또한 가치 있다.
제연구원이 이번 저서를 통해 재조명을 시도한 인물은 모두 31명이다. 그중에는 정운 장군처럼 비록 재능은 충무공보다 부족했을지라도 그 나름의 능력과 애국심으로 조국을 위해 분투했던 또 다른 영웅들도 있고, 원균처럼 갈등 관계를 양산했던 이들도 있다.
‘조선 수군 최고의 돌격장’ 정운은 리틀 이순신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큼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정운은 충무공보다 7년이나 빠른 1570년에 무과에 급제했다. 하지만 정의감에 불타고 타협할 줄 모르는 옹골찬 성격 탓에 미관말직을 떠돈 것은 충무공과 같은 운명이었다. 아첨할 줄 모르는 강직한 성격 탓에 상관에게 미움받는 일도 다반사였다.
전쟁이 벌어지자 정운 장군은 물 만난 고기처럼 대활약을 펼쳤다. 충무공이 장계에 “믿는 사람은 정운 등 두세 명”이라고 언급했을 정도로 신뢰를 받았다. 세 번의 승첩마다 선봉에 섰던 정운은 결국 부산포해전에서 장렬하게 전사했다.
‘물길의 달인’ 어영담 또한 이순신에게 큰 힘이 되었던 부하였다. 그는 바다의 얕고 깊음과 도서의 험하고 수월함은 물론 물 긷기 편한 곳과 주둔 장소까지 빠짐없이 머릿속에 그려놓고 있는 ‘걸어다니는 지도’였다. 누구보다 영남 해로에 익숙했던 그는 이순신이 작전계획을 놓고 논의할 수 있는 훌륭한 참모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능력을 모두 펼쳐 보이지도 못한 상태에서 전염병에 걸려 병사하고 만다.
충무공과 이름이 같은 무의공 이순신(李純信)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원균의 구원요청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충무공이 상의한 고급 지휘관이 바로 그였으며, 1차 출전 때도 함대의 핵심 요직인 중위장을 맡았다. 충무공이 백의종군 상태에서 벗어나 복직되자 다시 막하로 들어와 경상우수사로 맹활약한 것도 바로 그였다.
유형은 충무공이 후계자로 점찍었던 인물이다. 뒤늦게 충무공 휘하에 합류한 유형은 단순히 전투에만 능력을 발휘하는 군인이 아니라 군사행정이나 군수에도 능숙했다. 충무공이 전사한 노량해전에서는 여섯 발의 총알을 맞고도 끝까지 살아남아 분투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화약 제조를 담당했던 이봉수, 거북선 돌격장으로 활약한 이언량, 정철총통 개발에 앞장섰던 정사준, 전투현장에서 능력을 발휘한 송희립, 행정과 대외업무에 탁월했던 정경달, 해로통행첩 발행에 기여한 이의온 등 수많은 인물이 충무공과 함께했다.
충무공은 탁월한 능력을 가진 리더였지만, 동시에 적재적소에 가장 적합한 인물을 기용하고 그 능력을 활용함으로써 조선 수군의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임진왜란 해전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인간사의 출발점임을 다시 한번 보여준 좋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저자인 제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이순신 전문가지만 ‘충무공 이순신의 막하인물’을 주제로 학위논문을 쓴 적이 있을 정도로 특히 충무공 주변 인물 연구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여 왔다. 이번에 발간된 ‘이순신의 파워인맥’은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일반인들이 접하기 쉬운 형태로 풀어 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제연구원의 연구 결과가 대중화함에 따라 충무공 주변 인물에 대한 연구 활성화에도 새로운 자극이 될 전망이다. 충무공 주변 인물들의 경우 공식 사료상에 자료가 부족해 신뢰도가 떨어지는 문중 차원의 실기나 일제 강점기 때 이충무공전서에 추가로 수록된 부분 등도 참조해서 연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 같은 사료적 근거의 부실함을 보완해 나가는 것은 앞으로 학계의 과제로 남게 됐다.
‘이순신의 파워인맥’에는 충무공의 주변 인물뿐만 아니라 23전 23승의 진실이나 각 전투의 상황 등에 대해 제연구원 특유의 견해가 담겨 있어 임진왜란 해전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만하다. 문의 02-322-3856
< 출처 : 국방일보 김병륜, 2008. 4. 24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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