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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균은 억울한 희생양인가 아니면 무능한 패장인가?
'원균과 이순신'
 ‘이순신과 원균’의 비교는 온라인 세계의 용어로 이른바 ‘떡밥’이다. 인터넷에서 격렬한 감정적 논쟁을 유발하는 휘발성 높은 주제라는 뜻이다.
이순신이 ‘절대 영웅, 성웅, 명장’이라면 원균은 ‘모함꾼, 무능함, 패장’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적어도 이런 인식은 오랜 세월 유지돼 온 한국인의 평균적인 역사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이런 평범한 상식을 거부하는 연구자들도 있다. ‘원균정론’ 등 여러 권의 저서를 통해 원균 명장론을 수십 년 동안 주장했던 이재범 씨, 박사 학위를 통해 원균 옹호론을 학문적으로 체계화하려 시도한 이정일 씨 등이 대표적이다.
소설 등 문화 분야에서도 이런 시도가 없지 않았다. 고정욱 씨나 김탁환 씨의 작품은 역사적 근거를 무시하면서까지 이순신을 희화화하고 원균을 영웅화하려는 시도가 노골적으로 담겼던 소설이라는 평을 받은 일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사극 ‘불멸의 이순신’도 드라마 초기 원균을 높게 평가하고 이순신을 폄훼한다는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오프라인을 떠나 온라인 세계를 들여다보면 이 같은 원균 재평가론은 생각 이상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순신과 원균’이란 주제를 놓고 게시판 몇 페이지를 넘겨 가며 논쟁하는 모습은 이미 15년 전 PC 통신 시절부터 시작됐다.
지금도 역사문제를 다룬 웹사이트나 인터넷 게시판에서 토론 상대방의 총체적 인격을 부정할 정도로 흥분한 논객들이 이순신과 원균을 서로 옹호하며 난타전을 벌이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과연 어느 것이 진실일까. 원균이 임진왜란 이전 함경도에서 여진족을 상대로 큰 전공을 세웠다는 것은 사실일까. 이순신이 합류하기 이전에 이미 원균이 단독작전으로 10척, 혹은 30척의 왜선을 격침했다는 주장 또한 어느 정도 진실을 담고 있을까. 원균은 억울하게 과소평가받아 온 인물이란 주장은 과연 근거가 있을까.
이런 논쟁에 흥미를 느끼는 독자라면 소설가 도현신 씨가 지은 ‘원균과 이순신’에 매력을 느낄 것이다. 이순신 관련 저서 중에 역사를 전문적으로 전공한 사람은 많지 않다. 도씨도 마찬가지다. 도씨는 온라인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소설가로 아마추어 역사 애호가에 가깝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과 각종 문집을 인터넷에서 손쉽게 열람할 수 있는 지금 도씨 같은 아마추어 역사 연구가의 내공도 만만치 않다. 도씨는 종횡무진 사료를 인용해 가면서 원균과 이순신 논쟁의 중심으로 돌진해 들어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씨의 책은 ‘이순신은 영웅, 원균은 무능한 패장’이라는 전통적인 시각에 입각해 있다. 저자는 최근 문화계 일부에서 불고 있는 원균 재평가론에 격분하면서 나름의 논리를 펼쳐 나간다.
지난 15년 동안 인터넷 세계에서 벌어진 이순신과 원균의 논쟁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 논쟁 중에 일부는 기존 학계에서 간과하고 있는 자료까지 동원한 ‘진검승부’도 적지 않다. 이순신 조부에 얽힌 약간은 복잡한 이야기나 그 가계에 대한 재평가는 학계에서 본격적으로 검토하기도 전에 이미 인터넷에서 먼저 튀어나온 주제였고, 원균의 과거 합격 기록이나 충훈부등록 등도 정식 논문보다는 인터넷 세계에서 먼저 논쟁의 근거로 인용됐었다.
온라인 작가 출신으로 인터넷 세계의 논쟁에 익숙한 도씨는 이 같은 논쟁의 결과물로 인터넷에 축적돼 있는 논리를 자신의 방식으로 재해석, 나름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저자가 내린 결론은 분명하다. ‘이순신은 위대(偉大)하고, 원균은 위대(胃大)했다’는 것이다. 밥통만 컸던 그 누군가를 재평가하는 것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그 의도조차 불순해 보인다는 것이 저자의 확고한 결론이다. 문의 02-2082-7444
< 출처 : 국방일보 김병륜, 2008. 5. 22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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