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와 강원도 북부 비무장지대(DMZ) 인근 지역에 말라리아 주의보가 내려졌다.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말라리아는 오랜 세월 군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익히 알고 있듯이 정복자 알렉산더 대왕이 유명을 달리한 것도 말라리아 때문이었고 나폴레옹 군대의 발목을 잡은 것도 말라리아였다.

심지어 제1, 2차 세계대전 동안 전투에서 전사한 군인보다 말라리아에 걸려 사망한 군인의 수가 더 많다고 할 정도다.

국내에서는 1979년 말라리아 박멸이 선언됐으나 1993년 경기도 파주 지역 군인에게서 말라리아 감염이 확인된 이후 점차 환자가 증가하다 군의 노력에 힘입어 감소 추세에 있다.

말라리아가 모기에 의해 매개된다는 사실은 고작 100여 년 전에야 알려지게 됐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늪지에서 피어오르는 나쁜 공기가 말라리아를 일으킨다고 생각했는데 말라리아(malaria)라는 말도 이탈리아어 ‘나쁜(mal) 공기(aria)’에서 유래한 것이다.

말라리아가 모기에 의해 매개되는 기생충 질환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사람은 누구일까.

라브랑(Charles Louis Alphonse Laveran)은 1845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육군 군의관이었으며 3대째 의사 집안이었다. 그의 어머니 또한 육군 장성의 딸이자 손녀였다.

1867년 의대를 졸업한 뒤 그는 군의관으로 프랑스-독일의 전투 등에 수 차례 참전했으며 1874년에는 군의학교 교관이 되기도 했다. 1880년 아프리카 알제리에 머무르던 당시 그는 말라리아 환자의 적혈구 안에서 말라리아 병원체, 즉 원생동물을 발견하게 된다.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아닌 원생동물이 말라리아를 감염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로스(Ronald Ross)는 1857년 네팔 부근의 인도 알모라에서 태어났는데 그의 아버지는 영국 육군의 장성이자 군의관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 영국으로 건너와 1875년 의대를 졸업, 1881년 인도에서 군의관이 돼 미얀마 전쟁 등에 참전한다.

로스는 인도에 머무르는 동안 1892년 말라리아 연구를 시작, 2년 반 동안의 실패를 거듭한 끝에 모기의 위장관에 기생하는 말라리아 병원체에 의해 말라리아가 전파된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군인의 아들로 태어나 군의관 시절 말라리아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라브랑과 로스에게는 각각 1907년, 1902년에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이라는 영광이 안겨졌고 동시에 이들의 연구는 인류에게 말라리아의 진단·예방·치료라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주었다.

우리 보건 당국은 2010년까지 말라리아를 한반도에서 퇴치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리 군도 군내 말라리아 확산 방지와 조기 퇴치를 위한 세부 지침을 마련, 이행함으로써 해마다 환자가 급감하고 있는 추세다.

<국방부 근무지원단 >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4. 8. 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