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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왕자 ‘전차’로 풀어본 6·25전쟁사

'기갑전으로 본 한국전쟁'

우리나라와 전차의 인연은 악연으로 시작됐다. 창군 초 우리 군은 미 고문단 측에 전차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역설했으나 로버트 고문단장을 비롯한 미군의 입장은 완강했다. “한국은 산악지형이고 도로나 교량이 원시적이어서 기갑전에 부적합하다”는 것이 미 고문단의 반응이었다.

결국 6·25전쟁이 발발한 후 T-34 전차를 밀고 내려오는 북한군에 맞설 수 있는 국군의 전차는 존재하지 않았다. 북한의 T-34 전차와 불법 남침, 이에 따른 초전 패배는 6·25전쟁을 상징하는 키워드 중 하나다.

이런 가슴 아픈 ‘첫인상’ 때문인지 6·25전쟁 당시의 기갑전은 우리나라에서 별로 인기 있는 주제가 아니었다. 민·군을 통틀어 6·25전쟁 당시 기갑전을 소재로 한 단행본이라고는 1969년 1군사령부에서 발행한 ‘한국전쟁 중 피아 기갑 운용’이 거의 유일하다. 이 책은 90년대 이후 육군 기계화학교에서 재간행됐으나 교육용 자료로 발행돼 민간인이나 타군 장병들이 이용하기에 어려움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해외로 눈을 돌려봐도 이런 주제를 다룬 책으로는 사진집 색깔이 강한 ‘한국에서의 기갑’(Armor in Korea·스쿼드런사·1984) 정도만이 있을 뿐이다. 이런 현실을 알고 있는 독자라면 ‘기갑전으로 본 한국전쟁’이라는 책 제목에서부터 눈길을 뺏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군을 제외하고는 6·25전쟁 기갑전을 주제로 출간된 최초의 국내 서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건태평양조림의 대표이자 아마추어 전사연구가로 유명한 권주혁 씨다. 권대표는 태평양전쟁을 다룬 ‘헨더슨 비행장’부터 6·25전쟁 당시 해군 백두산함의 활약상을 그린 ‘바다여 그 말하라’에 이르기까지 현지 답사를 바탕에 깐 대중적인 전쟁사 서적을 그동안 4권이나 출간해 주목을 받아 온 인물이다.

저자는 105mm 전차포의 직사 사격이나 박격포탄으로 만든 급조폭발물로 T-34 전차를 상대해야 했던 국군 장병들의 분투 과정에서 시작해 11월 우리 군이 M36을 최초로 인수한 후 활약하는 모든 과정을 이야기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6·25전쟁에서 전차끼리 맞붙은 전차전도 심심찮게 벌어졌다. 초전 5개월 동안 미군과 북한군이 벌인 전차전만 119회에 달할 정도다. 50년 7월 10일 미군 M24 경전차와 T-34 간에 벌어진 최초의 전차전이나 같은해 8월 21일 경북 다부동에서 미 73전차대대의 M26 전차가 북한군 T-34 전차 13대와 5대의 자주포를 격파한 사례가 대표적인 전투 사례다.

우리 군이 그토록 고대하던 전차를 처음으로 인수한 것은 1950년 10월, 최초의 전차중대가 창설된 것은 1951년이었다. 당시 우리 군이 보유했던 전차는 대전차포 탑재 자주포의 일종이었던 M36이었다. M36은 엄밀히 말해 전형적인 의미의 전차는 아니었으나 우리 기갑 역사의 첫머리를 장식한 주인공이었다. 16~17세의 어린 나이에 자원 입대해 전차병으로 활약한 국군 소년전차병들의 이야기도 감동적이다.

저자는 이 같은 기갑부대의 역사를 국내외 문헌과 생존 노병들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풀어냈다. 저자는 기갑전만으로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를 끌어가기가 힘들다는 점을 감안해 6·25전쟁의 전반적 흐름을 중심에 놓고 그 속에서 전차의 활약상을 소개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저자가 전문적인 전사연구가가 아닌 만큼 그에 따른 한계는 있지만 참전 노병들을 일일이 직접 만나 증언을 듣는 등 이 책을 쓰기 위해 8년 동안 저자가 기울인 노력이 특별히 감동을 더해 준다. 문의 02-734-1978

< 출처 : 국방일보 김병륜, 2008. 7. 10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8-07-10 19:3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