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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전 해법, 책속의 경험으로 풀다’

김병관(육사28기·예 대장)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현대전의 바이블로 격찬받는 ‘How to Make War’ 제4판의 번역본인 ‘무엇이 현대전을 움직이는가’(플래닛미디어 간)를 최근 펴냈다.

한미 안보관계를 연구하기 위해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특별연구원(Fellowship)으로 초빙돼 다음달 초 출국을 앞둔 김장군을 만나 책에 대한 설명을 들어 봤다.

“제가 번역한 ‘무엇이 현대전을 움직이는가(원제 How to Make War, fourth editon)’라는 책을 한 문장으로 설명하자면 전투를 안 해 본 사람이 실전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 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3월 26일 전역한 후 반년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절도 있고 반듯한 모습으로 인터뷰 장소에 나온 김장군은 차분한 어조로 번역에 나선 이유와 책의 가치를 설명했다.

“군인들은 전쟁과 전투에 관한 한 누구보다 전문가지만 실전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간접적인 전투 경험을 쌓는 하나의 수단으로 이 책은 매우 가치 있는 책입니다.”

김장군이 번역한 책은 미국에서 1982년 처음 출간된 이후 세 차례나 개정판이 출간될 정도로 꾸준히 관심과 인기를 모으고 있는 전쟁 분야의 ‘스테디 셀러’다. 미국에서 ‘군사 분야의 입문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거나 ‘군인이 아니면서 군사 분야에 입문하려는 사람도 꼭 읽어야 할 책’ 같은 평가를 많이 받았다.

김장군은 사단장으로 재임하던 1999년에 이 책의 3판인 ‘현대전의 실제’를 번역·출간한 적이 있다. 김장군이 3판에 이어 4판까지 번역한 것은 그만큼 이 책이 우리 군의 장교들에게 매우 유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에 번역한 3판도 현대전의 진수를 담고 있지만 4판도 9·11 테러와 이라크전쟁이 발발한 이후의 상황을 반영하는 등 시대 흐름에 따른 변화 내용을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정보전이나 사이버전, 무인기와 무인로봇 등 지난 10년 사이 새롭게 대두된 군사 분야의 이슈들도 간결하게 잘 설명하고 있는 점도 4판의 특징이죠.”

이 책의 저자인 듀니간은 워게임 기획자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방송사 해설가로도 출연할 만큼 미국의 대표적 군사평론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저자는 현역장교 경험이 없음에도 수많은 사람과의 인터뷰와 접촉을 통해 전투를 안 해 본 사람들은 결코 느낄 수 없는 현대 군대와 무기의 장단점에 대해 통찰력 있는 설명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김장군은 “현대전의 수행과정에서 부딪칠 수 있는 돌발상황이나 제한점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비평하고 있는 점이 이 책의 백미”라며 “이 책을 통해 군의 장교들이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제한사항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고 밝혔다.

이 책을 김장군이 처음 접한 것은 1990년대 후반이다. 한눈에 이 책의 가치에 반해 버렸지만 당시 군내에서 펴낸 번역본의 번역 수준에 만족하지 못했던 것이 직접 번역에 나선 출발점이 됐다. 김장군은 “육·해·공군을 총망라할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군사편제, 무기체계, 전술을 아우르는 책이라 군사전문가라 할지라도 완벽하게 번역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이 책의 특징”이라며 “1980년대 출간된 1판은 미국에서 사회과학 분야 베스트셀러에까지 올랐음에도 국내 민간 출판계에서 번역을 시도하지 못했던 것도 그 때문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장군은 현역 시절 육군대학의 전술담임 교관, 합참의 전력기획과장과 무기체계기획과장을 역임해 교리·전술 분야뿐만 아니라 무기체계 분야에도 정통하다. 서울대 사학과 출신으로 전쟁사에도 조예가 깊은 것으로 평소 정평이 나 있다. 그런 다양한 경험이 이 책을 번역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것이 김장군의 설명이다.

1999년에 펴낸 번역본은 군내외에서 큰 호평을 받았지만 독자층이 얕은 군사 분야 전문서적이다 보니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김장군은 “너무나 좋은 책을 번역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영관급 장교의 편지를 받는 등 보람은 있었지만 번역료나 인세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출판 비용을 부담했었죠”라며 “이런 분야의 책은 사명감으로 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번역을 하면서 김장군이 생각한 독자들은 단순히 현역 군인들에 한정되지 않는다. “현역 장교들뿐만 아니라 정치인·언론인 등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론 주도층과 국제관계나 안보문제를 연구하는 학자·학생들도 꼭 읽어 봤으면 좋겠어요”라는 것이 번역하면서 김장군이 품은 희망이다.

김장군은 “사람들은 자기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하기가 쉽습니다”며 “군사 분야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민간 분야로부터 그에 합당한 사회적 공감이나 이해를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민간 분야에서 군사 분야를 너무 모르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책이 우리 사회의 상무정신을 진작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김장군은 기대했다.

“상무정신을 현대적인 의미로 풀이하자면 나라의 안보를 위해 인력·시간·돈을 투자할 각오가 돼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 책을 통해 민간 여론 주도층이나 국민들이 전쟁의 구조와 현대전의 흐름을 이해한다면 군의 특수성이나 군이 추진하는 전력 건설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 출처 : 국방일보 글=김병륜·사진=정의훈, 2008. 8. 21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8-08-21 18:1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