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은 9·11 테러가 발생한 지 11일로 3주년이 됐다.

미국 국민뿐만 아니라 전세계 시민들은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TV 화면을 통해 철옹성 같아 보이던 미국의 본토가 테러로 인해 유린당하고 미국 국부(國富)의 상징이던 세계무역센터가 힘없이 붕괴되는 모습을 목격했다.

9·11 테러 이후 전세계는 무차별적 테러라는, 새로운 형태의 안보 개념으로부터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9·11 테러 3주년을 맞아 세계의 안보 질서는 어떻게 변했고 또 어떤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지 진단해 본다. 〈편집자〉


대테러 전문가들 사이에서 9·11 테러는 기존의 테러 개념을 변화시킨 전환점이자 새로운 테러 형태를 탄생시킨 일대 전환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과거 테러의 대표적 양상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치 투쟁의 일환으로 적대적 성향의 정치인을 암살하거나 인질을 볼모로 협상에 임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새로운 양상을 띠고 있다.

과거에는 과격 단체의 남성 조직원을 중심으로 사제 폭탄이나 소형 폭발물을 갖고 정부를 상대로 위협을 가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무차별적인 테러를 자행한 다음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을 관철시키는 것으로 변질됐다.

과거 테러리스트들 사이에도 노약자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테러는 용납되지 않는 불문율이 있었지만 오늘날 테러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자행되고 있다.

특히 자살 테러에 여성과 청소년까지 동원되고 있고 인도주의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국제적십자위원회조차 테러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은 9·11 테러 이후 가장 두드러진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테러의 무풍지대로 인식되던 스페인이 사상 최악의 열차 테러를 당하고 이라크에 병력을 파병하고 있는 호주는 자국의 외교 공관이 테러의 표적이 돼 공격당하기도 했다.

테러의 방법이 전혀 새로운 양상을 띠게 되면서 세계 각국도 대테러 개념과 활동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하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각국 정부는 국가 안보에 대한 새로운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정보·안보 기구의 재편을 시도하고 있는 한편 테러방지법안 제정 등 다각적인 국제 협력 네트워크의 구성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테러의 형태가 진화함에 따라 테러에 대응하기 위한 대테러 대응 정책도 시대 변화에 맞춰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4.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