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폭우가 쏟아진 뒤로 기온이 내려가면서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가을 날씨가 느껴진다. 여름철 더위로 인해 미뤄 둔 일들을 차분히 정리해야 할 시기다. 그런데 수확과 결실의 계절 가을이면 해마다 달갑지 않게 몇몇 질환이 우리를 긴장시킨다. 바로 가을철 3대 급성 열성 질환으로 분류되는 렙토스피라증·쓰쓰가무시증·신증후군출혈열(유행성출혈열)이 그것이다.

렙토스피라증은 들쥐·족제비 등의 소변으로 오염된 물·토양·음식물이 피부의 상처에 닿거나 호흡을 통해 감염된다. 쓰쓰가무시증은 들쥐에 기생하는 진드기의 유충이 원인이다. 신증후군출혈열은 바이러스가 있는 들쥐의 배설물이 풀잎 등에 묻어 있다가 마르면서 생긴 먼지를 사람이 호흡할 때 들이마시면서 감염된다. 감염 경로가 이렇다 보니 아무래도 이 세 질환 모두 가을철 야외 활동이 많은 농부와 군인에게서 빈번히 발생한다.

이 세 질환은 각각 원인이 다르지만 모두 갑작스러운 고열과 함께 머리가 아프거나 온몸이 쑤시는 등 마치 감기·몸살처럼 시작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구분해 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문제의 심각성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급기야 사망할 수도 있다는 점에 있다.

그렇다면 이 질병들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야외로 나가기 전 다음의 사항들을 꼭 기억해 두기 바란다.

추수철, 특히 비 온 뒤에는 렙토스피라증에 걸릴 위험이 높으므로 논밭 등 야외에서 작업할 때에는 반드시 긴 옷을 입고 장화·장갑을 착용해 피부의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 쥐나 야생 동물이 많은 산이나 들에서 함부로 앉거나 드러누워 잠자서는 안 되며 잔디 위에 옷·침구류 등을 말리지도 말아야 한다. 그리고 집이나 부대로 돌아오면 옷의 먼지를 털어 내고 손과 발을 깨끗이 씻은 뒤 샤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야전에서는 신증후군출혈열 다발 지역에 한해 예방 백신 접종을 하기도 하는데 이것이 일부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100% 예방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므로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따라서 가을철에 갑작스러운 고열과 함께 감기·몸살 증상이 지속되면 반드시 가까운 병원을 찾아 진료받도록 해야 한다. 그야말로 가벼운 감기겠거니 하고 무심코 넘겼다가는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올해도 군은 계속되는 가을철 야외 훈련과 대민 지원, 수해 지역의 벼 세우기 활동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가을철 3대 급성 열성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많아진 만큼 어느 때보다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4. 9. 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