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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학자가 체계적으로 본 임진왜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침략 <기타지마 만지 지음/해군사관학교 펴냄>

어느 한 쪽의 시각만으로 역사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전쟁사는 더욱 그렇다. 전쟁에 참가한 양쪽의 기록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온전한 전체 모습이 그려지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의 임진왜란 연구에서 일본 쪽 사료나 연구서적은 극히 제한적으로만 이용됐다. 거의 100년이 지난 메이지시대의 임진왜란 개설서가 지금도 주요 참고자료로 인용될 정도다.

물론 일본에서도 참모본부 조선역·조선역수군사 등 임진왜란 혹은 임진왜란 해전 개설서들이 존재하지만 이미 출간된 지 수십 년이 넘은 책들이라 한계가 많다. 그 탓에 동일한 전투에 대해 한국과 일본의 역사 사료들이 어떻게 기록하고 있고 무엇이 다른지 평가하고 비교하는 작업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 일본의 사학자 중에 가장 체계적으로 임진왜란을 연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기타지마 만지(北島万次) 교수의 임진왜란 단행본이 번역됐다. 기타지마 교수는 한국에서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일본 측 사료들을 광범위하게 발굴, 임진왜란 개별 전투의 실상을 밝히는 데 공헌한 학자로 유명하다.

특히 기타지마 교수가 그려낸 임진왜란의 모습이 큰 틀에서 볼 때 우리나라에서 생각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의미는 더욱 크다. 이순신 장군이나 의병의 활약상에 주목하거나 전쟁을 수행해 나갈 수 있었던 조선의 독자적인 역량을 높게 평가하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이처럼 중요한 가치가 있는 기타지마 교수의 저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침략’을 김유성 해군사관학교 일본어 교수와 임진왜란 해전에 대한 최고의 전문가 이민웅 교수가 공동 번역했다. 비매품으로 발간돼 자유롭게 구입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지만 국내 학계의 임진왜란 연구에 크게 기여하고 역사 인식의 지평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번역본 출간은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 출처 : 국방일보 김병륜, 2009. 2. 12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9-02-12 18:18:02